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명예교수가 2월 14일 전화 통화에서 포스코그룹(포스코)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철강산업을 둘러싼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포스코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가 신성장 사업에 강점이 있는 다른 후보들보다 ‘정통 철강맨’인 장 전 사장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으로 선임된 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왼쪽)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포스코홀딩스 제공]
철강 영업이익 70% 급감
후추위는 2월 8일 차기 회장으로 장인화 전 사장을 최종 낙점했다. 장 전 사장은 1988년 포스코 연구기관인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에 입사해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철강생산본부장, 철강부문장(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낸 33년 경력의 철강 전문가다. 2018년 회장 선임 때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최종 2인에 오른 바 있으며, 2021년 퇴임 후 최근까지 자문역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당초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과 관련해선 ‘첫 외부 수혈 가능성’이 제기됐다. 회장 후보군에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등 외부 인사이면서 이차전지 분야에 경험이 있는 인물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추위는 조직 안정화와 본업인 철강에 가장 큰 무게를 뒀다.문제는 장 전 사장 앞에 놓인 포스코 철강 사업부진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철강업황이 둔화한 와중에 원가 구조가 저렴한 중국산, 미국 관세 쿼터가 높은 일본산 철강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포스코 철강부문 영업이익은 2조5570억 원으로 전년(3조2360억 원) 대비 21%, 2021년(8조4400억 원) 대비 70% 하락했다(그래프 참조). 최근 포스코가 이차전지 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철강이 포스코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는다. 철강부문 부진이 기업 전체 실적을 좌우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차전지·건설 사업도 휘청
탄소중립 규제에 발맞춘 수소환원제철(HyREX)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 기술면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상용화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동준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까진 ‘연구→EPC(설계·조달·시공)→조업기술 안정화→스마트화’ 등 4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단계에 2년가량 소요되고 비용도 수십조 원이 든다”며 “현재는 연구 단계에서 포스코 기술이 선진 수준이라는 건데, 실험실에서 5~10g 철강으로 성과를 내는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이어 “장 전 사장이 전 단계 공법인 ‘파이넥스(FINEX)’를 개발한 포스코 내 맨파워를 적절히 활용해 상용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위기에 빠진 건 철강만이 아니다. 이차전지 소재 자회사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로 연간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하회했다. 지난해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은 전년(1659억 원) 대비 78% 하락한 360억 원이었다. 전기차 수요가 회복세를 나타내더라도 포스코퓨처엠이 주력하는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가 아닌,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위협 요소다. 그 밖에 포스코이앤씨를 주축으로 한 건설 사업도 수주 규모는 늘었지만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침체에 빠졌다.
포스코는 장 전 사장을 선임하면서 노사관계, 의사결정 구조 개선 또한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포스코는 창사 55년 만에 첫 노조 파업 기로에 선 바 있다. 회장 선임 과정에선 포스코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호화 해외 이사회’를 다녀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관계자는 “장 전 사장은 노사관계에서 사측 대표로 활동하며 특유의 친화력과 현장 중심 행보를 보였고,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덕장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는다”면서 “향후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각종 현안을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 전 사장은 2월 14일부터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 ‘회장 내정자’ 신분으로 출근 중이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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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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