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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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너무 예쁘네’ Z세대에게 인기 끈 은행 이름 밈

[김상하의 이게 뭐Z?] 한 외국인의 ‘너무 예쁘네’ 발음에서 발단… ‘신한은행=신나네’ 등으로 확산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4-02-21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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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기업 입장에서 컬래버레이션(컬래버)은 상당히 고민스러운 영역이다.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와 컬래버 상대의 결이 맞는지, 그 컬래버를 고객이 과연 좋아할지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컬래버엔 여러 장점이 있다. 짧은 기간이나마 특정 IP(지식재산권)를 기업 모델처럼 활용할 수 있고, 그것과 관련된 한정판 상품을 판매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도 있다. 다만 IP는 유행 변화 속도가 빠른 데다, 이미 다른 브랜드가 인기 IP와 컬래버를 추진하고 있을 개연성이 커 기회를 잡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남들보다 먼저 컬래버 상대를 구하고 싶다면 요즘 떠오르는 콘텐츠에 주목하자.

    # 너 농협은행, 이짜나언짜나

    틱톡커 ‘이짜나언짜나’의 은행 밈 챌린지 장면. [EZUZ_OFFICIAL 틱톡 캡처]

    틱톡커 ‘이짜나언짜나’의 은행 밈 챌린지 장면. [EZUZ_OFFICIAL 틱톡 캡처]

    요즘 Z세대 중엔 농협은행 밈(meme)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한 외국인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에게 “너무 예쁘네”라고 말해 아르바이트생이 쑥스러워하는 영상이 발단이 됐는데, 알고 보니 그게 농협은행 위치를 묻는 말이었던 것이다. 외국인의 “농협은행” 발음이 “너무 예쁘네”로 들린 것. 그 후 자연스럽게 ‘농협은행=너무 예쁘네’라는 공식이 생겼고 많은 마케터가 기업 홍보에 이를 활용 중이다. 현재는 기업은행이 “귀엽네”를 뜻하는 등 다른 은행 이름으로까지 밈이 번지고 있다.

    그러다 얼마 전엔 이들 은행 밈을 하나로 묶어 노래(챌린지)로 만든 틱톡커가 등장했다. ‘이짜나언짜나’라는 2인조 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앞서 ‘onion하세요’ 챌린지를 유행시키기도 했는데, 외국인의 어색한 “안녕하세요” 발음을 살린 것으로 첫 소절부터 “나 오늘 외국인 콘셉트”라고 시작한다. 이들은 이번 은행 밈 챌린지에 대해선 ‘은행명 플러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농협은행=너무 예쁘네’ ‘기업은행=귀엽네’ ‘국민은행=고민해’ ‘대구은행=퇴근해’ ‘신한은행=신나네’ 등 농협은행 밈처럼 각 은행명을 다르게 들리게 해 가사로 사용한 것이다. 처음 이 챌린지가 틱톡에 올라왔을 때 사람들이 “왜 하나은행만 없냐” “신한은행이 ‘신나네’냐 ‘심란해’냐” 등 우스운 논쟁을 벌여 더욱 Z세대의 관심을 끌었다. 아마 가사에 포함된 은행들은 이미 이 노래를, 혹은 각 은행명의 의미를 새로운 마케팅에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 상상 속 굿즈를 만들어드려요

    삼양라면이 선보인 초고압 세척기 굿즈. [유튜브 채널 삼양라면 캡처]

    삼양라면이 선보인 초고압 세척기 굿즈. [유튜브 채널 삼양라면 캡처]

    누구나 한 번쯤 “설거지하기 싫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삼양라면은 라면 냄비를 닦는 데 최적화된 초고압 세척기를 굿즈로 제작하고 소통 전문가 김창옥 교수와 피식대학 멤버인 개그맨 정재형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광고 내용은 이렇다. 김 교수가 퇴근 후 라면을 먹으며 “저는 제 앞에 있는 일을 한 번도 미뤄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자신의 강연을 모니터링한다. 그러곤 다 먹은 라면 냄비를 자연스럽게 옆으로 밀더니 바로 설거지를 하지 않는다. 이를 지켜보던 정재형은 “김창옥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내레이션을 한 뒤 김 교수에게 초고압 세척기 굿즈를 건넨다.

    이 초고압 세척기 홍보는 삼양라면과 ‘아이디어보부상’(@idea82people)이 함께 진행했다. 두 조합이 찰떡같은 이유는 아이디어보부상이 항상 이런 상상 속 아이디어 물건을 일러스트로 그려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최근 아이디어보부상이 선보인 물건으로는 ‘숨쉬기 편안한 이불’이 있다. 이불에 숨구멍을 뚫어 추운 날 얼굴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도 숨쉬기 편하게 한, 웃음을 자아내는 물건이다. 그 밖에 이미 상다리가 휘어져 있어 음식을 대충 차려도 엄청 차린 것처럼 보이게 하는 밥상 등 기상천외하고도 웃긴 물건이 많다. 만약 기업이 새로운 굿즈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아이디어 채널과 컬래버해 상상 속 굿즈를 제작부터 홍보까지 함께해도 좋을 것이다.



    # 미국 Z세대 사이 스탠리 열풍

    스탠리 텀블러 안을 바닷속처럼 꾸민 모습. [유튜브 채널 몽중다과Mongsweets 캡처]

    스탠리 텀블러 안을 바닷속처럼 꾸민 모습. [유튜브 채널 몽중다과Mongsweets 캡처]

    최근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스탠리(Stanley) 텀블러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의 관련 해시태그 조회수만 1.2B(10억2000만)를 달성했을 정도다. 이 같은 스탠리 텀블러 대유행으로 ‘스탠리 꾸미기’(스꾸)부터 그 안에 각종 음식 넣기까지 다양한 영상이 등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유튜버 ‘몽중다과’는 “미국 MZ에게 도전장을 보낸다”며 스탠리 텀블러 안을 마치 바닷속처럼 꾸민 영상을 공개했다. 스탠리 텀블러에 네일아트 재료, 에폭시 레진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텀블러 안에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요즘엔 국내에서도 스탠리 텀블러를 리뷰하거나 본인의 가방 등 소지품 색과 맞춰 들고 다니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는데, 추후 콘텐츠 발전 방향을 고려한다면 이처럼 꾸미기를 잘하는 유튜버와 컬래버하는 것도 흥미로울 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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