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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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이형수 대표 “온 디바이스 AI, 모바일 AP 칩 장악한 퀄컴 유망”

AI 서버용 GPU 독점한 엔비디아에 AMD MI300X 공개하며 도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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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4-02-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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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AI) 열풍에 반도체산업이 AI 클라우드, 온 디바이스 AI, 모빌리티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 설계업체는 관련 신제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 나오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등 대다수 전자기기에 AI 기능이 탑재될 것으로 보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1월 29일 반도체 전문가인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를 만나 AI 시장을 전망하고, 주요 반도체 기업의 움직임을 알아봤다.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

    이형수 HSL파트너스 대표. [홍태식]

    AI 전쟁 돌입

    엔비디아가 독점한 AI 서버용 GPU(그래픽처리장치) 시장에 AMD가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4’를 통해 봤다시피 AI 시장은 전쟁이 시작됐다. 빅테크 기업은 지금 뒤처지면 AI 혁명에서 순식간에 마이너가 된다는 사실을 직감하고 경쟁적으로 전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I 서버용 GPU인 H100을 주문하면 출고까지 52주 정도 걸린다. 빅테크 기업은 엔비디아만 바라볼 수 없어 자체 GPU 개발에 나섰는데, 때마침 AMD가 엔비디아 AI 플랫폼 쿠다의 소스를 컴파일해 사용할 수 있는 AI 서버용 GPU MI300X를 공개했다. 엔비디아 독점이던 AI 서버용 GPU 시장에 AMD가 MI300X를 들고 뛰어든 것이다. 빅테크 기업도 적극적으로 쿠다 소스를 컴파일해 AMD 칩을 쓰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AMD의 MI300X 성능은 어떤가.

    “엔비디아 H100과 비교하면 MI300X가 훨씬 저렴하고 메모리도 많이 들어간다. H100에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이 80GB(기가바이트) 들어가는데, MI300X는 192GB다. H100 대비 HBM이 2.4배 들어간다.”

    엔비디아도 CES 2024에서 신상 GPU인 ‘지포스 RTX 40’ 슈퍼시리즈 3종을 공개했는데.

    “지포스 RTX 40은 소비자용이다. RTX 시리즈는 PC(개인용 컴퓨터) 게임이나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GPU인데, 최근 성능이 좋아졌다.”



    지포스 RTX 40에 시장은 왜 환호하나.

    “2022년 말 미국 정부는 대중(對中) 규제로 엔비디아의 A100과 H100 같은 고성능 칩의 중국 수출을 막았다. 이후 엔비디아는 칩 성능을 반절 이하로 떨어뜨린 A800과 H800이라는 중국형 칩을 만들어 팔았다. 그러자 미국 정부가 지난해 A800과 H800 수출까지 규제했다. 중국 기업들은 AI 서버용 GPU를 구할 수 없게 되자 엔비디아의 RTX 시리즈 같은 소비자용 GPU 여러 개를 병렬 연결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전력 소모는 많지만 AI 서버용 GPU만큼 성능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CES 2024에서 지포스 RTX 40을 중국에 팔 수 있다고 시사하자 시장이 환호하며 주가가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올해 또 다른 GPU들도 출시할 예정인데.

    “여름 무렵 H200, B100 등 GPU 여러 개를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ARM 아키텍처(architecture: 컴퓨터 시스템 전체 설계 방식) 기반으로 설계한 그레이스 CPU와 H100이 세트로 들어가는 슈퍼칩 GH200도 출시될 예정이다.”

    온 디바이스 AI 시장이 본격화되면서 퀄컴에 대한 관심도 높다.

    “퀄컴은 모바일과 PC 등을 통합할 수 있는 심리스(seamless) 솔루션에 굉장한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온 디바이스 AI의 최대 수혜 기업은 퀄컴이라고 보나.

    “애플은 AI 서버 투자가 늦어져 LLM(초거대 언어 모델)에서 뒤처졌지만 장기적으로 온 디바이스 AI 시장에서는 가장 유리해 보인다. 애플은 OS(운영체제), AP(Application Processor) 설계,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스마트폰에서 온 디바이스 AI를 풀로 돌리면 2~3시간 안에 배터리가 소비돼 단기적으로는 PC에서 성능이 뛰어난 온 디바이스 AI 소프트웨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퀄컴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퀄컴 심리스 솔루션 강점

    PC에 들어가는 CPU(중앙처리장치) 강자는 인텔인데 왜 퀄컴을 수혜 기업으로 꼽나.

    “인텔은 AI 준비가 덜 된 상황이고, 모바일 AP 칩을 장악한 퀄컴이 오히려 PC AI 시장을 강하게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퀄컴이 공개한 ‘스냅드래곤 × 엘리트’도 자체 개발한 CPU를 탑재한 모바일 컴퓨팅 프로세서다. AI 열풍으로 PC 시장도 지각 변동이 시작된 것이다. AMD 역시 ‘윈도우’ OS에 적용할 수 있는 ARM 코어 기반의 칩을 개발하는 상황이다.”

    왜 그런가.

    “기본적으로 AMD와 인텔은 ×86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CPU를 설계한다. 하지만 온 디바이스 AI는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가 중요하기 때문에 ARM 아키텍처가 유리하다.”

    현재 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설계 방식에는 RISC와 CISC 방식이 있다. RISC 방식의 대표는 ARM이고, CISC 방식의 대표는 인텔 ×86이다. CISC는 컴퓨팅 파워는 좋지만 전력 소비가 많아 서버나 PC 같은 유선 디바이스에 많이 사용됐다. RISC 방식이 성능은 좀 떨어지고 저전력에 유리해 모바일에 주로 쓰였다. 하지만 모바일 혁명을 거치면서 RISC 기술이 발전해 현재 두 방식의 성능이 비슷해졌다. 반면 전력 소모는 여전히 RISC가 CISC 대비 적어 AI나 온 디바이스 환경에서 유리하다.

    그동안 ARM 아키텍처는 모바일 칩에 주로 쓰였는데, PC 시장으로도 확장되는 상황인가.

    “챗GPT에 질문을 하나 하면 500㎖ 페트병의 물이 다 소모될 정도로 전력 소모가 많다. PC나 클라우드에서 AI가 발전하려면 전성비가 중요하기 때문에 ARM 아키텍처로 전환하려는 니즈가 커지고 있다.”

    최근 ARM 아키텍처 대항마로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가 밀고 있는 RISC-V(리스크 파이브)가 주목받고 있는데.

    “현재 RISC 방식은 ARM 아키텍처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이런 독점에 대응하기 위해 사이파이브가 만든 것이 오픈소스 ‘리스크 파이브’다. 반도체 기업들이 리스크 파이브 기반 플랫폼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단, 리스크 파이브는 논란이 있다. 미·중 패권 전쟁이 가열되면서 미국은 중국이 ARM 아키텍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는데, 리스크 파이브는 오픈소스라 중국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이파이브가 개발한 리스크 파이브는 반도체 생산 및 개발에 대한 권리가 개방돼 있어 누구나 칩과 소프트웨어를 설계, 제조, 판매할 수 있는 오픈소스다. 텐스토렌트는 이 방식을 활용해 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를 설계, 제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7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회 삼성 AI 포럼 2023’에 참석한 켈러는 “리스크 파이브를 통해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계속 모멘텀을 얻을 것이라 본다”고 평가한 바 있다.

    리스크 파이브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나.

    “애플, 인텔, AMD, 테슬라에서 핵심 프로세서 개발을 이끈 켈러는 리스크 파이브 기반으로 차세대 AI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당분간은 업체 대부분이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온 디바이스 AI를 설계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ARM 아키텍처로 설계하면 모든 것이 정형화돼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켈러 같은 슈퍼 엔지니어라면 이런 부분도 초월할 수 있다고 본다. 켈러가 출시할 것이라고 말한 리스크 파이브 기반 슈퍼칩이 나오기까지는 3~4년이 걸릴 전망이다. 현대차도 2027년 무렵 이 칩을 자율주행에 적용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켈러와 활발하게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텐스토렌트가 1억 달러(약 1330억 원) 펀딩을 했는데 현대차가 5000만 달러(약 664억7500만 원), 기아가 2000만 달러(약 265억9000만 원), 삼성전자가 2000만~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후 켈러와 협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현대차의 차세대 자율주행 두뇌칩을 텐스토렌트가 개발해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또한 LG전자는 스마트 TV용 AI 반도체를 켈러와 협력하고 있다. 국내는 칩 설계 생태계가 취약하고 기술도 떨어지는데 이 분야에서 전설로 통하는 켈러가 국내 업체와 협력하는 것은 바람직해 보인다. 켈러 입장에서도 전자, 자동차, 철강, 선박 등 한국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모빌리티는 OS 장악이 관건

    올해 레벨3 자율주행이 본격화될 예정인데, 향후 모빌리티 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처럼 OS를 장악하는 기업이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 것이다. 모빌리티 OS 대장이 되려면 두뇌칩을 잘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AP 내재화가 필수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희비가 엇갈린 것도 AP 내재화 여부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AP를 내재화한 반면, LG전자는 퀄컴 AP를 쓰면서 버그가 많았다. 초창기 모빌리티도 비슷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현대차는 OS 대장은 못 되더라도 AP는 내재화해야 된다.”

    성장통을 겪는 테슬라가 자율주행에서는 톱티어 위치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전기차 시장은 올해 1600만 대가량 판매되면 시장침투율이 20%대로 올라선다. 어느 분야든 시장침투율 10%일 때 주가 반등이 가장 큰데, 전기차는 그 기간이 지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테슬라가 다른 전기차 업체와 차별되는 점이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에서 톱티어 기업인 테슬라가 중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현대차, 기아는 모빌리티 혁명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테슬라를 제외하면 현대차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모빌리티 혁명에서 중요한 것은 데이터 주도권이다. 하지만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가운데 고객들의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회사가 없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테슬라 도조 시스템처럼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테슬라 말고는 어떤 모빌리티 기업도 슈퍼컴퓨터가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AI 기업이 있다면.

    “AI 반도체 설계 툴 업체인 시놉시스(SNPS·이하 티커)나 케이던스 디자인 시스템(CDNS),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ARM, 인터페이스 IP(지식재산권)를 갖고 있는 램버스(RMBS)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주가가 많이 오르긴 했어도 AI 혁명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이 기업들 주가가 계속 올라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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