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6조가 만기 때 반토막 난다고 하면 8조는 대체 어디로 가는 거죠. 은행? 증권사? 공중분해?”
최근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선 이 같은 질문이 나오고 있다. 만기를 맞은 피해자들이 50%대 원금 손실을 확정받은 가운데 손실분 귀속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액은 “공중분해 된다”는 게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피해자 손실분이 은행이나 증권사 몫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피해자 사이에서 원금 손실분 귀속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GettyImages]
지수 하락 따른 단순 소실
통상 ELS는 발행 주체인 증권사가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고객에게 판매한 뒤 그 투자금을 운용하는 구조를 띤다(그림 참조). 증권사가 지수 선물옵션 등에 투자금을 넣어 수익을 올리고 그중 일부를 계약 조건에 맞게 고객과 나누는 형태다. 이때 증권사가 수익을 내기 위해 쓰는 방법이 ‘델타헤지’다. 지수가 오를 때는 선물 매수(콜옵션), 내릴 때는 선물 매도(풋옵션) 포지션을 늘려 현물 포트폴리오의 손익과 선물옵션 매매의 손익이 서로 상쇄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이 같은 증권사의 델타헤지에도 지수가 큰 폭으로 무너지면서 상쇄 가능 범위를 벗어난 사례다. 따라서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은 지수 급락에 따른 단순 소실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시장에 풀린 투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굳이 따진다면 같은 기간 홍콩H지수 하락(인버스)에 베팅한 투자자다. 다만 인버스 투자자를 ELS의 일대일 카운터파트로 볼 순 없다.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월 30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ELS는 만들어 판 사람(증권사)과 산 사람(고객)의 손익이 대칭적이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며 “증권사가 고객 돈을 대신 운용하고 수익을 돌려주도록 설계돼 있는데, 홍콩H지수 연계 ELS의 경우 지수가 증권사 운용 능력을 넘어선 수준까지 하락해 거래비용을 잃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들 ELS 판매 잠정 중단
1월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오른쪽)과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 [뉴스1]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발언 직후 은행들은 잇따라 ELS 판매 중단에 나섰다. 하나은행은 1월 29일, KB국민은행은 30일부터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고 신한은행은 2월 5일 중단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 이미 ELS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30일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향후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콩H지수 연계 ELS 피해자들은 항의 집회 및 전문가 토론회 개최, 국회 탄원서 제출 등 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움직임을 지속하고 있다. ‘홍콩H지수 ELS 피해자모임’ 운영진 중 1명은 2월 1일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이달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실태에 대한 금감원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든 피해자가 차등 없이 손실액을 100% 보상받을 때까지 단체 행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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