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강경 수술 모습.
암을 조기에 발견해 국소인 경우 수술을 하면 완치율이 높다. 하지만 수술이 어려운 경우엔 방사선을 조사(照射)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요법, 항암제를 쓰는 화학요법 등으로 치료해야 하며 완치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대부분의 암은 4단계로 병기가 나뉘는데 1기와 2기는 주로 국소암이고, 3기와 4기는 진행된 암이다. 수술 치료는 보통 국소암일 때 시행되며, 완치율도 진행된 암보다 높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의 발달로 진행된 암에서도 수술을 시행하면서 방사선요법과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해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조기에 발견된 국소암보다는 치료효과가 낮은 게 현실이다. 조기 검진을 통해 암을 초기에 발견하면 그만큼 효과적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고 치료효과도 높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암인 위암의 경우 1기에 수술하면 5년 생존율이 95% 이상이지만, 2기만 돼도 70%로 떨어진다. 또한 3기에서는 30~40%, 4기는 10% 정도로 급감한다.
환자의 삶의 질 고려하는 수술로 변화
대부분의 암에서 수술은 다른 치료방법보다 완치율이 높아 1차 치료법으로 시행되고 있다. 암 수술의 1차 목표는 암조직의 완전한 절제다. 되도록 안전한 경계를 두고 암을 절제하는 것이 재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암 치료를 위해 필요 이상으로 정상조직을 제거할 경우 이에 따른 기능 손실도 있다.
과거의 수술에서는 기능적인 부분보다 암 절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예를 들면 위암 수술은 위전절제로 인한 소화기장애를 유발할 수 있고, 직장암 수술은 항문을 제거함에 따라 인공항문을 사용해야 하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국소암의 비율이 늘고 환자들의 암 진단 연령도 낮아지면서 암 치료에서 수술의 목표는 완전한 암 제거와 최대한 정상 기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됐다. 환자의 삶의 질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기능적인 부분뿐 아니라 미용 측면도 중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 방법이 최소침습적이면서 좀더 세밀하게 진행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최소침습 수술의 대표격이 바로 복강경 수술과 로봇수술이다.
필자가 주로 진료하는 분야는 비뇨기 종양 중에서도 전립샘암이다. 전립샘암은 현재 우리나라 남성 5대 암 중 하나이며, 서구에서는 이미 남성에게서 가장 많은 암이다. 우리나라도 식생활의 서구화로 전립샘암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립샘암 치료에서 수술은 다른 암에 비해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변화를 보였다. 30년 전만 해도 전립샘암 수술은 기술적으로 너무 어려워 잘 시행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전립샘암이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수술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런 환자들을 위한 치료는 대개 증상을 줄이려는 완화요법에 맞춰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대부분의 전립샘암은 조기 국소 병변일 때 진단이 가능하고 수술도 할 수 있다. 전립샘 주변의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면서 전립샘암 치료에서 잊혀가던 수술은 가장 완치율 높은 치료법이 됐다. 또한 예전의 수술 방법으로 치료받은 경우 필연적으로 뒤따르던 요실금과 발기부전이라는 후유증도 많이 극복됐다. 개복(開腹) 수술은 전립샘 치료의 표준적인 치료가 됐지만, 여전히 커다란 절개창이 필요하며 좁은 골반강에서 시행해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라는 한계가 남아 있다.
로봇 수술 모습.
약 20년 전 수술 영역에서는 처음으로 복강경 수술이 시행됐다. 복강경 수술은 복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카메라와 수술도구를 넣어 조작하는 수술법이다. 처음 복강경 수술을 시행할 때는 시행착오도 많았고 불필요한 수술법이라는 공격도 받았지만, 지금은 많은 수술 영역에서 필수적이고 표준적인 수술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비뇨기과 영역에서도 복강경 수술은 거의 모든 암에 적용되고 있으며, 전립샘암이나 방광암 수술에서도 개복 수술과 비견할 만한 수술 성적을 거두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개복 수술보다 최소침습 면에서 우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배우기가 어렵고, 수술 의사가 너무 힘이 들며, 2차원적 시야로 수술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1990년대 중반 복강경 카메라 조정로봇(AESOP)이 개발됐고, 90년대 말부터는 복강경 카메라뿐 아니라 수술기구까지 조정되는 로봇들(Zeus, da Vinci)이 개발돼 실제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아직은 문턱 높은 로봇 수술
다빈치 시스템의 로봇팔.
로봇 수술은 점차 발전해 1990년대 후반부터는 딱딱한 뼈가 아닌 부드러운 살과 내장까지 수술하는 로봇이 나오기 시작했다. 먼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법을 대체하기 위해 97년 미국 인튜티브 서지컬 사가 다빈치(da Vinci)라는 4개의 로봇팔을 가진 수술 시스템을 개발했다. 다빈치는 사람의 손처럼 자유도를 유지하면서 3차원 입체영상으로 수술할 수 있는 획기적인 수술 장비다.
수술할 의사는 편히 앉은 상태에서 육안의 10~15배로 확대된 영상으로 혈관과 신경을 직접 확인하면서 집도할 수 있으며, 미세한 손떨림까지 제거하기 때문에 수술은 한층 정밀하게 진행된다. 환자 처지에서 볼 때 로봇 수술은 수술시간이 짧고 통증과 출혈, 흉터가 적은 안전한 시술법이며, 의사에게도 수술에 따른 사고 가능성과 피로를 덜어주는 수술법이다.
하지만 로봇 수술의 문제점도 있다. 다빈치는 대당 가격이 25억원 정도의 고가여서 로봇 수술엔 건당 700만∼1500만원의 추가비용이 든다.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로봇 수술은 거의 모든 암 수술에 적용되고 있고, 환자와 의사 모두 만족하는 수술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휴대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는 소수의 사람만 사용하는 발명품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들의 필수품이 된 것처럼, 로봇 수술도 머지않은 미래에 표준 수술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다시 공중전화를 이용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암 치료과정에 임하는 환자와 가족의 자세
모든 암이 마찬가지지만 아직까지 만능의 치료법은 없다. 수술이 필요할지, 방사선요법이 필요할지, 항암화학요법이 필요할지는 환자 개개인의 암 종류와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어떤 암이든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그 밖의 치료와 간호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우리는 암 극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한 팀’이라는 공동체의식을 갖는 것이다.
그 하나의 목표를 위해 의료진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침을 설정하며, 환자와 보호자가 이에 동의하고 치료에 대한 확신과 의료진의 판단을 따르며 혹 발생할지 모를 합병증에 대해 자신의 상태를 피드백(feedback)하는 구조를 설정하면 의료진과 보호자, 간병인은 환자의 부작용이나 불편함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 치료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이처럼 진단 때부터 똘똘 뭉친 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