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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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배변습관 변화 생기면 일단 의심

  • 김남규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

    입력2007-12-24 10: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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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암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암의 조기 검진을 가능하게 해준다.

    대장암은 소득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아 이른바 ‘선진국형 암’으로 불린다. 서양에선 두 번째 흔한 암으로 전체 암 가운데 약 1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대장암 발생률이 급증해 2005년의 경우 1만5233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는 2001년 대비 41% 증가한 수치다. 식생활 서구화에 따른 동물성 지방 섭취 증가, 섬유질 섭취 감소 등이 주된 발병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장암 발생률과 사망률이 남녀 모두 4위지만, 그 심각성은 적지 않다. 홍콩 대만의 경우 대장암 발생률이 위암보다 높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동물성 지방, 육류 섭취와 밀접한 관련

    대장암은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알려졌다.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미국인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45~57명의 대장암 발생률을 보이는데 재미(在美) 중국인과 일본인의 대장암 발생률이 백인의 경우와 비슷하다. 이는 인종에 관계없이 식습관이 대장암 발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방증이다. 지중해 연안에 자리한 그리스의 대장암 발생률은 주변 유럽국가들보다 낮은데, 이는 채소와 등 푸른 생선의 풍부한 섭취에 기인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동물성 지방과 육류의 섭취가 많을수록 암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육류 조리 때는 발암물질이 발생되기 쉽고, 동물성 지방을 과다섭취하면 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담즙산이 많이 분비되는데 담즙산 또한 대장 점막에 발암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졌다.



    반면 다량의 식물성 식이 섭취는 대장암 발생률을 감소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채소와 과일에는 항암효과가 있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비타민 C와 E, 엽산, 셀레늄, 섬유소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섬유소는 대변량을 많게 하고 변을 빨리 배출시켜 발암물질이 대장 표면에 머무는 시간을 단축해 암을 예방한다. 지나치게 적은 신체활동, 과음, 흡연 등도 대장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배변습관 변화 면밀히 살펴야

    대장암 초기엔 별다른 증상이 없다. 유방암처럼 자가검진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암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

    대장암 증상으로는 배변습관의 변화가 가장 흔하다. 예를 들면 매일 화장실에 가던 사람이 특별한 이유 없이 화장실 찾는 횟수가 2~3일에 한 번으로 준다거나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우측 대장암일 경우 해부학적으로 종괴가 상당 기간 자랄 때까지 증상이 없다가 복부에 종괴가 만져지거나 빈혈 또는 하혈이 생겨 병원을 찾는 경우가 빈번하다.

    좌측 대장암인 경우엔 변이 빠져나가는 통로이기 때문에 배변과 관련된 증상이 주를 이룬다. 즉 변이 가늘어지거나 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하거나 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증상 등이 나타난다. 혹이 내강을 막아 대장이 막혀 배변이 되지 않고, 장이 폐쇄돼 내원하는 사례도 있다. 암이 항문에 가까울수록 배변장애, 하혈 등이 심하고 화장실 출입이 잦다. 특히 배변 후의 출혈을 치질 때문으로 생각했다가 후에 직장암으로 진단받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비교적 용이한 조기 발견

    대장암

    대장에 생긴 용종. 대장조영술 검사 모습(오른쪽).

    대장암은 암 가운데 조기 진단과 예방이 용이한 편이다. 특히 최근 대장내시경 검사의 활성화로 적절한 검진과 선별검사, 감시검사를 통해 대장암 발생률과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는 임상학적 근거가 많이 축적됐다. 조기에 진단받은 환자의 예후가 좋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대장암 진단에는 우선 내시경을 통한 암덩어리의 조직 진단이 중요하다. 조직검사로 확진한 뒤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운다. 병의 진행 정도를 알기 위해서는 복부 전산화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시행한다. 직장암의 경우 간단히 외래에서 시행하는 직장초음파 검사가 유용할 때가 많다.

    최근엔 조기검진 활성화로 용종에서 암이 생기는 경우와 조기 암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악성 용종이나 조기 암은 대장내시경적 절제술(내시경적 점막절제술, 내시경적 점막박리술 등)로 치료가 완결될 수 있다. 절제된 조기 암의 경우 조직검사 결과 예상보다 암세포의 침습이 깊으면 주변 림프절로 전이될 가능성 때문에 대장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외과적 치료가 기본

    대장암 치료는 외과적 치료를 우선으로 한다. 대장암은 진행 정도에 따라 1기에서 4기로 분류된다. 1기는 병변이 점막이나 점막 하층에 국한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90%를 넘는다. 최근엔 대장내시경 기술의 발달로 1기에 해당하면서 종양 크기가 2cm 미만인 경우엔 수술 없이 내시경 점막을 절제하는데, 우수한 치료성적을 나타내고 있다. 1기 암이라도 림프절 전이 고위험군이라면 대장 절제가 필요하다.

    2기는 병변이 장막층까지 침범하고 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로 5년 생존율이 약 80%다.

    3기는 림프절 전이가 관찰되는 단계로 재발 위험이 높은 환자군으로서 5년 생존율이 약 60%다. 일반적으로 3기 환자는 재발 위험 때문에 수술 후 항암 약물치료를 평균 6개월 정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의료진의 감독하에 잘 받아야 한다.

    1기 환자에겐 수술 후 항암제 투여가 필요 없으나, 2기 환자는 항암 약물치료 효과 여부가 아직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주치의의 의견을 참고하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2기 암은 수술 후 조직에서 암세포의 분화도가 나쁜 경우, 미세전이가 관찰되는 경우 등 재발 위험이 있을 때는 항암제를 투여한다.

    대장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는 단계가 4기인데, 간에 퍼진 경우라도 근치적으로 간 절제를 했을 땐 5년 생존율이 30~40%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엔 간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에도 고주파 열치료를 적용해 간 절제술과 같은 치료효과를 기대하기도 한다.

    직장암은 국소 재발률 높아

    직장암의 치료는 대장암과 달리 국소 재발률이 높고 항문괄약근의 보존, 성기능 및 배뇨기능의 보존 등 삶의 질과 직결된 문제들을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해부학적으로 직장암이 골반에 자리한 직장에서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암은 골반강 내에서 자라는 암이라 주위 골반 장기에 침습하기 쉽고 수술 시야도 확보하기 어려워 종양 절제가 쉽지 않다. 따라서 국소 재발률이 대장암보다 높다.

    수술 후 국소 재발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수술 전이나 후에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절제가 힘들고 국소 진행이 된 직장암은 수술 전 항암제 및 방사선 병행 치료를 시행하면 근치적 절제율이 상승하고 환자의 약 70%에서 종양 크기 감소, 약 17%에서는 종양의 완전 소실을 보이기도 한다.

    직장암 수술 후엔 과거부터 성기능 및 배뇨기능 장애가 빈번했다. 근래에는 골반 자율신경의 보존 수술로 기능을 많이 보존하고 있다. 배뇨기능은 80~90%까지, 성기능은 약 70% 보존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수술 후 성기능 장애가 생기더라도 성기능 개선 약물 등으로 정상에 가까운 성생활을 되찾을 수 있다.

    직장암 치료에서 항문을 살리는 수술은 중요한데, 수술 후 항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배변하는 게 인공항문의 경우보다 삶의 질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문에 가까운 직장암을 수술할 때는 항문을 보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직장암에 대한 정확한 평가, 수술기법의 발달, 수술 전 항암제 및 방사선 치료의 보편화 등에 따른 것이지만, 여전히 직장암은 항문을 희생하고 인공항문 시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인공항문은 과거 거부감이 심해 환자가 수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많았으나 근래엔 장루 전문간호사가 병원마다 활동하면서 인공항문에 대한 교육과 환자 재활을 돕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개선된 장루 용품과 수술 후 장루 세척 등의 방법으로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

    대장암과 직장암의 수술 후 재발은 6개월에서 2년 반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적인 혈액검사(혈청 CEA 검사)와 진찰 등으로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소 재발은 수술기법과 방사선 치료 등의 발달로 발생률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 3기 이상 고위험군에서는 전신 재발, 즉 간이나 폐, 뼈 등으로의 전이가 빈번한데 수술이 가능하다면 전이 병소에 대한 절제를 하고, 이후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한다.

    대장내시경 검사 5년마다 받아라!

    대장암과 직장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만큼 적극적인 대(對)국민 홍보가 필요하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대장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대장앎의 날’ 행사를 열었다. 대장암의 대다수는 선종성 용종에서 생기므로 이를 찾아 제거하면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으며, 조기 암의 경우 발달한 내시경적 절제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대장암
    국립암센터와 대한대장항문학회가 제시한 조기검진 권고안에 따르면, 대장내시경 검사는 일반적으로 50세에 시작해 이후 5년마다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대장암이나 용종 병력이 있는 환자의 가족, 대장용종증의 가족력이 있거나 선천성 비용종성 대장직장암이 있는 사람, 대장암이나 용종의 과거력이 있는 사람,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조기 진단을 위해 1~3년에 한 번씩 검사받기를 권한다.

    대장암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 비만 해소, 적절한 운동, 절주, 금연 등이 필요하다. 고지방식의 과다한 섭취를 피하고 고식이섬유 식품, 비타민 C와 E,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게 좋다. 불에 탔거나 훈제된 고기는 피하도록 한다. 해로운 환경요인을 피하고 정기검진을 받는다면 대장암 위험을 최대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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