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미셸 바스키아, ‘무제’.
표현주의 예술은 이처럼 배설되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를 뽑아내 마음의 변비를 치료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표현주의 예술의 가치는 어떤 대상과의 닮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원함의 정도에 있다.
우리의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기 위해선 좌뇌의 이성적 생각을 일시적으로 차단하고 감각을 작동시켜야 하는데, 이는 맨 정신으로 쉽지 않다. 표현주의 작가들이 술이나 마약의 힘을 빌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술뿐 아니라 음악이나 스포츠도 좌뇌의 이성을 닫으면 일시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발휘할 수 있다. 흥분제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는 운동선수도 종종 있다.
그러나 약물을 습관적으로 복용하면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선수 본래의 능력 대신 약물의 힘을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자, 스포츠 분야에서는 선수들의 약물 복용을 금지하고 있다. 육상의 벤 존슨, 축구의 마라도나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도핑테스트에 걸려 선수생활을 마감했고,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도 북한 사격선수 김정수가 도핑테스트 결과 메달을 박탈당했다.
그러나 미술 분야는 관대하게도 작가들에게 도핑테스트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표현주의 계통 작가들이 술과 마약에 의존해 작품을 제작한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황홀경에 빠져 초월적인 작품들을 내놓긴 했지만, 불행한 결말로 생을 마감한 작가들도 적지 않다. 표현주의 계통의 작가 반 고흐, 마크 로스코, 아실 고르키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잭슨 폴록은 44세에 음주운전으로, 장 미셸 바스키아는 27세에 마약중독으로 사망했다. 그뿐 아니라 많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은 집단적으로 마약을 복용했다.
예술을 위해 약물의 힘을 빌렸다면 작품성과 별도로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약물에 의존하지 않은 채 자연에 취하고 일상에 취하는 것이 표현주의의 정도(正道)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