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비올라 ‘Five Angels Fire’
과거 미술가들은 변해가는 이미지를 고착시킨 ‘재현적 이미지’로 영원성을 얻어 이미지의 허무함을 극복하고자 했다. 또 모더니스트들은 이미지의 유동성 자체를 포착하거나 그 뒤에 내재한 패턴 또는 고정된 실재인 ‘본질적 이미지’를 붙잡아 이데아의 세계를 실현하려 했다. 반면 오늘날의 포스트모던 작가들은 이미지는 그저 이미지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하거나, 이미지가 오히려 현실을 지배하는 ‘가상적 이미지’에 눈을 돌린다.
미술은 이미지를 다루는 것이고, 미술작품에 대한 이해는 이미지에 대한 접근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림에 대한 평가는 이 세 가지 코드에 입각해 작가들의 목적을 먼저 이해한 다음, 그에 합당한 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의 포스트모던 미술이 어렵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미지에 대한 세 번째 코드를 장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은 다음 문제이고, 이 세 코드를 장착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뇌에 코드를 만들려면 적잖은 노력과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이 만들어지면 한꺼번에 많은 것들이 접속돼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두뇌에 사용되지 않던 세포들을 자각시켜 새로운 시야가 열리면 세상이 달라 보이고, 새로운 가치관과 선택들이 가능해지며, 자기 분야에서 새로운 삶을 창조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진정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어렵다는 것은 곧 의식의 미개척지를 열 수 있는 가능성이다. 그리고 새로운 인식의 코드는 구름의 자유를 가능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