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으로 통하는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구입할 경우, 사이트의 신뢰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온라인 명품시장의 확대와 더불어 배달 사고, 모조품 유통 등 부작용도 늘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명품기업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는 자사의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의 모조품이 경매되는 것을 방치했다며 세계 최대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유통 승인을 받지 않은 겔랑, 겐조 등 4개 브랜드의 향수제품이 ‘이베이’의 방조 아래 거래된 것도 소송 이유에 포함됐다. 이에 7월 초 프랑스 법원은 ‘이베이’에 3860만 유로(약 63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슷한 시기, 국내에서도 대형 오픈마켓 사이트 ‘G마켓’이 모조 명품의 우려가 있는 상품을 판매 중지한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의 청약 철회를 방해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받았다.
프리미엄 브랜드 5년 새 111% 성장 예측이런 문제가 자꾸 불거진다는 것은 온라인 명품시장이 팽창했음을 입증한다. 전문 명품거래 사이트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이트에서 정상적인 유통채널을 거치지 않은 상품이나 모조품이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새벽 1시. 오프라인 매장은 일찌감치 문을 닫은 시간, 군복의 얼룩무늬를 접목한 루이비통의 신제품 ‘키폴 55’ 백이 눈앞에서 빙그르르 회전한다. 앞태 뒤태 옆태, 그리고 몸 구석구석까지 돋보기를 들이대듯 꼼꼼히 살핀 카메라는 가방 안쪽에 덧댄 천, 그 은밀한 ‘속살’까지 보여준다. 이 온라인 사이트는 9.4×12.2×21.6(cm)의 아담한 사이즈, 주재료(캔버스와 면), 가격(1930미국달러)을 공개한 뒤 자연스럽게 ‘즉시 구매(Buy now)’ 아이콘으로 인도한다.
루이비통의 공식 홈페이지와 연결된 ‘e럭셔리(e-luxury)’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는 소비자들은 이처럼 제품 구석구석까지 살핀 뒤 집에서 편안하게 물건을 받아볼 수 있다. 루이비통은 프랑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일부 국가와 미국 일본에서 온라인 쇼핑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명품업계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은 미국 패션 전문기자 나탈리 마스네 씨가 1998년에 만든 ‘네타포르테(net-a-porter)’다. 최근 발간된 책 ‘럭셔리-그 유혹과 사치의 비밀’의 저자 데이나 토마스 씨는 “이 사이트의 성공 사례가 명품의 온라인 판매에 촉매제 구실을 했다”고 설명한다. 이후 루이비통과 크리스찬 디올은 2005년 프랑스 독일 영국에 온라인 부티크를 개설했고, 에르메스는 2002년 미국과 2005년 프랑스에 온라인 쇼핑서비스를 선보였다. 구찌 그룹은 2003년 구찌 액세서리를 온라인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트렌드에 동참하는 명품업체가 요즘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업체가 희소성이 생명인 업계의 본질을 망각하는 것은 아닌지를 놓고 고민하는 사이 전체 명품업계의 3분의 1에 이르는 업체들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미국 ‘타임’지 최근호는 컨설팅그룹 포레스터 리서치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온라인 판매량이 앞으로 5년 사이 111% 성장해 전체 매출의 22%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사이트들은 귀족적인 온라인 커뮤니티로 진화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협회 월폴의 가이 설터 부회장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온라인 사이트들은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를 도입해 비슷한 안목과 경제적 지위를 갖춘 이들만 가입할 수 있는 통제된 온라인 커뮤니티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를 통한 버버리 제품 감식방법
버버리 진품은 체크무늬가 일정하고 상품인식표(태그·Tag)에 새겨진 말 탄 기사로고를 손으로 눌렀을 때 그 무늬가 서서히 사라진다. 온라인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이러한 특징을 꼼꼼히 챙길 수 없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 | |
온라인 명품 구입 시 주의할 점
구매대행 사이트 서버 중국에 있다면 일단 의심
| 온라인 명품시장이 확대될수록 소비자들로선 진위(眞僞)와 옥석(玉石)을 가리기가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일까.
명품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그만큼 위험 부담이 적다. 그런데 국내에 수입되는 주요 명품 브랜드에 문의한 결과, 국내 소비자들에게 배달되는 공식 온라인 쇼핑 사이트를 갖춘 브랜드는 아직 한 곳도 없었다. 9월 초 한국어 전용 웹사이트를 선보이는 에르메스 코리아가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현재로선 화장품과 향수 등이 백화점 온라인 쇼핑 사이트들과 연계돼 판매될 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하거나, 해외 브랜드 또는 백화점 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있다.온라인 쇼핑으로 당할 수 있는 피해로는 크게 △배달 사고 △진품인 줄 알고 샀는데 모조품인 경우가 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보호원의 조사 결과, 해외 구매로 인한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05년 86건에서 2006년 174건, 2007년 507건으로 크게 늘었으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전자상거래에 의한 피해였다. 해외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 품질보증서가 있더라도 환불이나 교환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거래국에 국내법을 적용하기 힘들어 피해 구제를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소보원 피해구제본부팀 구경태 과장은 “구매대행 사이트 가운데 서버를 중국이나 홍콩에 두고 있는 경우 모조품 판매 사이트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정보진흥원 사이트를 통해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보면 해당 업체의 서버 주소지를 파악해볼 수 있다”고 조언하면서 “결제할 때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사용할 것”을 권했다. 문제가 발생하면 “카드사가 ‘완충 장치’ 구실을 한다”는 설명이다.
진품과 모조품의 차이는 관세청 홈페이지에 개설된 ‘사이버 가짜 진짜 상품 전시관’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모조품 제조의 타깃이 되는 주요 브랜드별로 모조품의 특성을 자세히 설명해두고 있는 것. 관세청 조사 결과, 인터넷을 통한 지적재산권 침해 수출입 적발 건수(모조품 수입 건수가 대다수)는 2006년 145건에서 2007년 250건으로 크게 늘었다. 품목별로는 시계(60%), 핸드백과 가죽제품(19%), 의류(13%)가 절대 다수를 이뤘다. 골프채 등 운동구류, 비아그라 등 의약품도 적지 않다.
쇼핑 칼럼니스트 배정현 씨는 “한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단일 물품의 수량이 수십 개 이상이고 신제품인데도 가격이 정상가의 30% 이상 싸다면 모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