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연극 기사 ‘돌아온 엄사장’에서 다시 가슴 아픈 우리의 현실을 발견하고 말았다. 항상 고민하던 의문을 너무도 적절하게 지적한 글이 실렸기 때문이었다. ‘진실은 밝혀지게 돼 있고 결국은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은 필자가 법조인의 길을 택한 이후 늘 기대고 싶은 명제였으며, 힘들 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합리화하는 논거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이야기가 교과서에 담겨 설파될 수는 있으되 현실에서 구현되기는 어렵기에 “사후세계에서나 통용되는 이야기”라는 지적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타까운 고백이지만 “‘원칙’을 밀고 나가는 사람들이 힘 있는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말을 비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정윤수의 인문기행’에 실린 “세상 이치 두루 꿰뚫는 눈빛”을 지닌 큰스님이 요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태에 어떤 혜안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했다. 주옥같은 시편들과 함께 명승지를 소개하며 잠시나마 향기로운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해준 필자에게도 감사했다. 벌써 열다섯 번째 이어지고 있는 ‘따뜻한 세상’에 담긴 이야기들은 착한 민초들이 각박하고 불의한 현실에 분노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희망의 촛불을 끄지 못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b>최강욱 </b><br>변호사·법무법인 청맥
강남 영어유치원에서 길러진 인재들이 자라나면 ‘잉글리시 디바이드’를 낳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을까. 또랑또랑한 그 아이들의 마음속에 ‘더불어 사는 행복’의 소중함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결국 어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현실 때문에 아이들의 미래를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