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을 뒤덮은 촛불은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한 정부가 당연히 받아야 할 벌이었다. 한국 축구대표팀의 부진 역시 무능력한 기술위원회와 귀를 닫은 대표팀 감독 간의 소통 부재가 낳은 결과다.
이영무 기술위원장 등 기술위원회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의 부진을 책임지고 총사퇴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최악의 조’에서 치를 월드컵 최종예선이 코앞인 시점에 대표팀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장이 소방수를 자처하며 신임 기술위원장을 맡았지만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무능의 상징이 돼버린 기술위원회는 환골탈태를 선언했지만 신뢰를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기술위원회와 감독 소통 부재로 혼란
이 위원장은 떠나기에 앞서 대표팀의 전력을 올리기 위한 일곱 가지 방안을 역설했다. 이제 허 감독이 귀를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과연 이 신임 위원장은 허 감독과 진지하고 발전적인 소통의 길을 열 수 있을까? 소통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탈락이라는 천형을 피할 수 없다.
2005년 12월 출범한 이영무 체제는 32개월간 초라한 성적표만 받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이어, 지난해 20세 이하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과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아예 조별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47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아시안컵에서도 극심한 골 가뭄 끝에 3위에 그쳤다.
성적뿐 아니라 목사인 이 위원장의 종교적 퍼포먼스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006년 1월 미국 전지훈련 도중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기독교 신자 선수들만 교회에 데려가 “이들을 최종 엔트리로 발탁해달라”는 기도로 대표팀 내 종교 갈등을 야기했다. 또한 불교 신자인 선수의 부상을 낫게 하겠다며 기도를 강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떠넘김으로써 스스로 한국 축구의 나침반 기능을 잃고 말았다. 지난해 말 제라르 울리에, 이언 매커시 등 외국인 감독들과 접촉하다 실패하자 하루 만에 허정무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며 국내 감독들의 태생적 한계를 만드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허 감독을 선임할 당시 이 위원장은 “허 감독의 편에 서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공염불이 됐다.
갈등의 씨앗은 허 감독의 불필요한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허 감독은 5월30일 요르단전을 마치고 이운재 사면을 거론했다. 3명의 골키퍼를 뽑아놓은 마당에 징계 중인 선수의 사면을 거론한 것은 팀 분위기에 치명타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기술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운재의 사면을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허 감독은 “그런 일이 없다”며 발뺌했다. 자신의 발언마저도 언론의 과장이었다고 항변했다. 그의 이러한 책임회피는 기술위원회의 권위를 떨어뜨렸고 총사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허 감독은 갈 길이 바쁘다. 9월10일 북한 평양 원정 전까지 월드컵으로 가는 마스터플랜을 완성해야 한다. 박지성을 제외한 기량이 크게 떨어진 해외파 중용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절대적으로 모자란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 부상 등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도 허 감독 앞에 놓인 숙제. 감독 스스로 선수들과의 신뢰를 깨버리는 언행도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10개월 대장정 최상의 해법 찾아라
이 신임 위원장이 해야 할 일도 많다. 축구대표팀이 더 이상 실수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10개월간의 최종예선 대장정이 일관된 원칙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심추 구실을 해야 한다.
이 신임 위원장은 허 감독과 막역한 사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이 신임 위원장은 감독, 허 감독은 트레이너였다. 1993년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자리를 이 신임 위원장이 허 감독에게 물려줬고, 1998년 허 감독이 대표팀을 맡자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이 신임 위원장에게 되돌려줬다.
허 감독을 컨트롤할 적임자는 이 신임 위원장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조합을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신임 위원장은 취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농담 삼아 “내 협박이 먹힐지 모르겠지만(웃음), 기술위원장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며 “선수 탓하지 말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는 이들의 소통은 어떤 것일까. 중동의 벽을 넘는 것뿐 아니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내세울 우리만의 강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자만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을 수 있는 법이다.
이영무 기술위원장 등 기술위원회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의 부진을 책임지고 총사퇴했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최악의 조’에서 치를 월드컵 최종예선이 코앞인 시점에 대표팀을 둘러싼 혼란과 갈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회택 대한축구협회장이 소방수를 자처하며 신임 기술위원장을 맡았지만 ‘돌려막기 인사’라는 비판을 비켜갈 수는 없었다. 무능의 상징이 돼버린 기술위원회는 환골탈태를 선언했지만 신뢰를 얻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기술위원회와 감독 소통 부재로 혼란
이 위원장은 떠나기에 앞서 대표팀의 전력을 올리기 위한 일곱 가지 방안을 역설했다. 이제 허 감독이 귀를 열어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과연 이 신임 위원장은 허 감독과 진지하고 발전적인 소통의 길을 열 수 있을까? 소통하지 못한다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탈락이라는 천형을 피할 수 없다.
2005년 12월 출범한 이영무 체제는 32개월간 초라한 성적표만 받았다. 2006년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에 이어, 지난해 20세 이하 캐나다 세계청소년선수권과 한국에서 열린 17세 이하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는 아예 조별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47년 만의 우승을 노렸던 아시안컵에서도 극심한 골 가뭄 끝에 3위에 그쳤다.
성적뿐 아니라 목사인 이 위원장의 종교적 퍼포먼스도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2006년 1월 미국 전지훈련 도중 최종 엔트리가 확정되지 않은 시점에 기독교 신자 선수들만 교회에 데려가 “이들을 최종 엔트리로 발탁해달라”는 기도로 대표팀 내 종교 갈등을 야기했다. 또한 불교 신자인 선수의 부상을 낫게 하겠다며 기도를 강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독일월드컵 16강 진출 실패의 책임을 딕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떠넘김으로써 스스로 한국 축구의 나침반 기능을 잃고 말았다. 지난해 말 제라르 울리에, 이언 매커시 등 외국인 감독들과 접촉하다 실패하자 하루 만에 허정무 감독에게 A대표팀 지휘봉을 맡기며 국내 감독들의 태생적 한계를 만드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허 감독을 선임할 당시 이 위원장은 “허 감독의 편에 서서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개월 만에 공염불이 됐다.
갈등의 씨앗은 허 감독의 불필요한 인터뷰에서 비롯됐다. 허 감독은 5월30일 요르단전을 마치고 이운재 사면을 거론했다. 3명의 골키퍼를 뽑아놓은 마당에 징계 중인 선수의 사면을 거론한 것은 팀 분위기에 치명타를 안기기에 충분했다.
기술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이운재의 사면을 요청한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허 감독은 “그런 일이 없다”며 발뺌했다. 자신의 발언마저도 언론의 과장이었다고 항변했다. 그의 이러한 책임회피는 기술위원회의 권위를 떨어뜨렸고 총사퇴라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허 감독은 갈 길이 바쁘다. 9월10일 북한 평양 원정 전까지 월드컵으로 가는 마스터플랜을 완성해야 한다. 박지성을 제외한 기량이 크게 떨어진 해외파 중용 여부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고, 절대적으로 모자란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기존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다 부상 등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점도 허 감독 앞에 놓인 숙제. 감독 스스로 선수들과의 신뢰를 깨버리는 언행도 삼가야 함은 물론이다.
10개월 대장정 최상의 해법 찾아라
이 신임 위원장이 해야 할 일도 많다. 축구대표팀이 더 이상 실수하지 않도록 견제하고, 10개월간의 최종예선 대장정이 일관된 원칙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중심추 구실을 해야 한다.
이 신임 위원장은 허 감독과 막역한 사이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당시 이 신임 위원장은 감독, 허 감독은 트레이너였다. 1993년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 자리를 이 신임 위원장이 허 감독에게 물려줬고, 1998년 허 감독이 대표팀을 맡자 전남 드래곤즈 지휘봉을 이 신임 위원장에게 되돌려줬다.
허 감독을 컨트롤할 적임자는 이 신임 위원장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 조합을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신임 위원장은 취임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농담 삼아 “내 협박이 먹힐지 모르겠지만(웃음), 기술위원장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겠다”며 “선수 탓하지 말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바라는 이들의 소통은 어떤 것일까. 중동의 벽을 넘는 것뿐 아니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내세울 우리만의 강점을 찾는 것이 아닐까.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아는 자만이 세상에 최상의 것을 내놓을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