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에서 낙안읍성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상사호 호반길.
느낌 좋은 절집은 동구 밖 진입로부터 남다르다. 선암사도 마찬가지. 다소 번잡한 주차장과 상가지구만 통과해 숲길에 들어서기만 하면 물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길가에는 참나무, 단풍나무, 생강나무 등의 활엽수가 울창해서 빛 좋은 가을날에는 은근하면서도 화려한 단풍터널이 형성된다.
왕방울만한 눈알을 부라리며 길가에 서 있는 나무장승을 뒤로하고 몇 발자국만 걸으면 승선교(보물 제400호)의 우아한 자태가 시야에 들어온다. 조선 후기에 세워진 이 무지개다리는 마치 하늘로 날아오르는 신선처럼 우아하고 날렵하다. 승선교 아래에도 아름답고 튼튼한 무지개다리가 하나 더 있다.
선암사를 껴안은 조계산은 숲이 아주 좋다. 산세도 그리 험하지 않아 괜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때로는 고향의 동산처럼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어찌 보면 지리산처럼 우람하고 듬직하다. 조계산 서쪽 기슭에는 우리나라 삼보 사찰 중 하나인 송광사가 있다. 그리고 태고종 본산 선암사와 승보사찰 송광사 사이에는 산허리를 타고 가는 오솔길이 나 있다. 낙엽이 수북하게 깔린 가을의 오솔길로 이곳만큼 멋스러운 곳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총 길이도 약 6.7km에 불과해 느긋하게 서너 시간만 걸으면 반대편에 위치한 절에 다다를 수 있다. 도중에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라는 두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피하고 싶을 만큼 힘겨운 고갯길은 아니다. 그래도 힘들 것으로 생각되면 송광사 부속 암자인 천자암 쪽으로 빠지면 된다.
조계산을 찾은 김에 낙안읍성을 지나칠 수가 없다. 선암사에서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에는 상사호, 반대편의 송광사에서 낙안읍성 사이에는 주암호의 호반길을 따라간다. 고요한 수면에 내려앉은 가을산과 파란 하늘이 실경(實景)보다도 더 황홀하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낙안들녘에 자리한 낙안읍성은 언제 찾아가도 아늑하고 정겹다. 낙안읍성민속마을에는 지금도 6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이 되면 전라남도 22개 시·군의 내로라하는 맛집이 모두 참여하는 ‘남도음식문화큰잔치’가 개최되기도 한다. 올해에는 10월18일(수)부터 10월23일(월)까지 엿새 동안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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