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무대를 선보인 BTS. 사진공동취재단
컴백 콘서트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국립중앙박물관과 협업하는 등 이 앨범은 한국성과 밀접하게 엮이는 듯했다. 그러나 베일을 벗은 14개 트랙의 앨범이 한국을 드러내는 방식은 아마도 많은 이의 상상과는 조금 달랐을 법하다.
앨범은 처음부터 공격적인 기세로 어둡게 흐른다. “방탄처럼, 그게 말은 쉽지”(‘2.0’) 등 상당한 자신감도 쏟아진다. 하지만 마냥 신나 보이지는 않는다. 달콤한 멜로디와 악당 같은 래핑이 교차하는 ‘훌리건(Hooligan)’은 자못 냉소적이다. 외계인 혹은 외국인을 난폭하게 일컫는 말인 ‘에일리언스(Aliens)’는 세계 속 BTS로 살아오면서 멤버들이 받은 편견 어린 시선을 툭툭 집어던진다. “K는 어디 있어?” “눈만 또 허벌나게 큰 너희가” “얘들 진짜 인기 있어?” 같은 가사는 고난을 딛고 승리한 ‘국가대표’의 점잖은 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후반부는 훨씬 더 내면으로 파고든다.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는 내릴 수 없는 회전목마 위에서 “다들 괜찮은 척하며 웃고” 있다고 토로하고, 타이틀 곡 ‘스윔(SWIM)’은 세상 어디에도 머물 곳 없는 이의 고독감과 도피 욕망을 말한다. ‘노멀(Normal)’은 낫지 않는 상처 속에서 ‘방탄’인 것이 ‘정상’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앨범 허리에서 성덕대왕신종이 울린다(‘No. 29’). ‘에밀레종’이다. 영아를 인신공양해 이뤄진 위대한 업적. 이 트랙의 1분 38초는 인간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만 남은 시간들마저 미련스레 붙잡는다. 위대함을 위해 바쳐진 희생들을 기억하라는 듯이.
위대함을 위해 바쳐진 희생들
‘뿌리로 돌아가는’ 앨범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뿌리가 반드시 한국 전통문화는 아니다. 차라리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 앞에서 방황하던 이른바 ‘학교 3부작’ 시절의 BTS인 듯하다. 혹은 한국을 빛낸 아티스트이기에 앞서 그저 7명의 개인들인 것도 같다.그들은 한국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선보이려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스윔’이나 ‘플리즈(Please)’ ‘인투 더 선(Into The Sun)’에서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고 싶다고 얘기한다. 이건 성공의 부담감 같은 배부른 소리는 아마 아닐 것이다. 국가대표의 무게를 등에 짊어지고 개인으로서 자아를 에밀레종에 바치는 인간의 고백이다.
광화문광장 공연은 그래서 어쩌면 이 앨범을 완성하는 하나의 퍼즐 조각이었던 것도 같다. 공연장이 아닌 광화문광장에서 열려야만 할 특별한 이유를 연출과 내용으로 전하지는 못했다. 다만 ‘광화문 공연’이라는 위대함을 위해 감내해야 하는 게 마땅한 것으로 여겨졌다. BTS가 남겨놓고 싶은 종소리의 진실과는 무관하게 BTS가 세계에 아리랑을 알리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헤드라인이 넘쳐났다. ‘아리랑’ 앨범은 그렇게 참으로 한국적인 작품이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