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반려동물이 ‘이 음식’을 먹어도 될까, ‘이런 행동’을 좋아할까. 궁금증에 대한 검색 결과는 언제나 불확실하다. 황윤태 수의사가 진료실에서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반려동물에 관한 사소하지만 실용적인 팁들을 소개한다.

항암치료 중인 반려동물은 생각보다 큰 고통 없이 일상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한 통계에 따르면 반려견 25%와 반려묘 20%가 일생 중 암에 걸리고, 노령견 50%와 노령묘 30%가 암으로 사망한다. 호르몬 영향이나 감염으로 발생하는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대부분 원인이 명확지 않아 예방도 쉽지 않다. 간혹 자기 탓에 반려동물이 암에 걸렸다고 자책하는 보호자가 있다. 그러나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다. 암은 결코 누구의 잘못으로 생기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견딜 만한 반려동물 항암
사람 암을 한 가지 방법으로만 치료하는 경우는 드물다. 병원에 가면 수술과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을 조합해 암세포와 적극적으로 맞서 싸운다.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비롯해 방사선 치료, 동맥색전술, 고주파열치료, 표적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돼 있다. 다만 수술과 항암치료를 제외하고는 시행하는 병원이 적고 비용 부담도 큰 편이라 일반적으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우선 검토한다.보호자는 항암치료에 대해 유독 인식이 좋지 않다. “사람도 견디기 힘든데 이 작은 아이가 견딜 수 있을까요”라며 치료를 시작하기 전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가족 혹은 친구의 항암치료를 곁에서 지켜본 적이 있는 사람은 더욱 걱정하기 마련이다.
유의할 것은 사람과 반려동물 항암치료는 목표가 다르고, 과정 또한 다르다는 점이다. 사람은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는 ‘완치’를 목표로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완치 후 기대할 수 있는 여생이 수십 년으로 길기 때문이다. 반면 반려동물은 평균 수명이 사람에 비해 매우 짧다. 힘든 항암치료를 견딘 끝에 완벽히 낫는다고 해도 늘어날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
게다가 반려동물은 힘든 치료를 견뎌내야 하는 이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암을 이겨내면 보호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더 오래 보낼 수 있으니 당장의 고통을 견뎌내라”고 아무리 설명한들 동물병원과 수의사를 기피하기만 할 뿐, 미래를 위해 현재를 참는 일은 없다.
그래서 반려동물 항암치료는 완치보다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둔다. 목표가 낮으니 약물 농도를 낮게 조절하고 그만큼 부작용도 적다. 만약 치료 도중 반려동물 삶의 질이 떨어진다면 농도를 더욱 낮추거나 새로운 약물로 바꿔 불편함을 최소화한다.
미국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대상 항암치료를 경험한 보호자 80~90%가 항암치료를 선택한 것에 만족하고, 추후 같은 상황이 와도 다시 항암치료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암치료를 받는 반려동물 75%가 별다른 증상이 없다. 20%만이 가벼운 구토나 설사, 식욕 부진 증상을 보인다. 심각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는 5% 이내에 불과하다.
그래도 항암치료가 고민된다면 일단 한두 번만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이 항암치료를 힘들어하는지, 항암제에 대한 암세포 반응은 어떤지 직접 확인해보면 더욱 효율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치료와 함께 준비해야 할 이별
암 치료에서 방법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시점이다. 암 증상이 나타나기 전 미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완치까지 목표로 삼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암이 전신으로 전이되거나 주변 장기를 침범해 치료가 어렵다. 게다가 식욕과 기력이 떨어진 신체로는 암 치료를 잘 이겨낼 수 없다. 따라서 암을 빠르게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령 반려동물의 경우 보호자에게 연 1~2회 건강검진을 받게 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암은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치명적인 질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치료 과정조차 그런 것은 아니다. 분명 반려동물은 예상보다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전과 같이 꼬리 치고 밥도 먹을 것이다. 만약 너무 힘들어한다면 치료법을 바꾸면 된다. 수의학 분야 발전으로 치료 선택지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반려동물과 보호자는 암 치료를 통해 수명 연장뿐 아니라 다시는 누릴 수 없는 소중한 추억과 감정을 선물 받는다. 보호자가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무력감을 느끼고 슬픔에만 빠져 있다면 반려동물 또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추억을 남기는 동시에 다가올 이별을 차분히 준비해야 한다.
반려동물이 암 진단을 받았다면 그동안 내 곁을 채워준 소중한 존재가 힘들어할 때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더욱 힘을 냈으면 한다. 보호자로서 판단이 흐릿해지고 감정이 흔들려 불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수의사나 가족,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자. 부디 힘내기 바란다.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