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지호영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다른 점
3월 코스피가 수차례 충격을 받았다.“금융시장은 지정학과 관련해 특별한 통찰을 갖고 있지 않다. 현재 증시는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유가 등락에 의해 하루 단위로 등락이 엇갈리는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한동안은 이런 흐름이 이어질 거라고 본다. 다만 3월 첫 주를 제외하고는 미국시장에 비해 한국시장 변동성이 크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코스피 상승폭이 컸기 때문에 그만큼 충격을 받은 것이다.”
과거 전쟁 발발 후 금융시장은 처음에 영향을 받다가 점차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지난해 미국이 이란을 공격했을 때 주식시장이 큰 변동을 겪지 않은 것은 전쟁이 단기간에 끝났기 때문이다. 장기화하면 후행적으로 금융시장이 전쟁 여파를 반영하게 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는 2022년 S&P500이 하락 국면을 맞았다. 전쟁으로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인상이 이어졌고 이후 물가가 안정화돼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줄었다. 지금도 유가에서 비롯된 물가상승 압력이 향후 글로벌 증시를 결정할 거라고 본다.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하는지에 달렸다.”
어느 정도를 장기화라고 볼 수 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6주는 걸릴 거라고 했는데, 그 이상 가면 장기화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 공급망을 교란해 물가가 오르는 비용 상승(cost-push)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중앙은행이 곤혹스러워진다.”
왜 그런가.
“수요 견인(demand-pull) 인플레이션과 달리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잘 잡히지 않고, 시장에 주는 파괴력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쟁이 얼마나 장기화되느냐가 투자자에게 굉장히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나.
“러-우 전쟁과 달리 전쟁 전 인플레이션 압박이 적었어서 금리를 급격히 올리는 방식으로는 대응하지 않을 거 같다.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4%였으나, 러-우 전쟁이 발발할 당시에는 7%가 넘었다. 2022년 당시 S&P500은 고점 대비 20%, 코스피는 30% 넘게 밀렸는데, 이번엔 전쟁이 장기화하더라도 그 정도로 시황이 악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전망한다.”
빅테크보다 ‘삼전·닉스’가 안전한 이유
코스피를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전망은 어떤가.“인공지능(AI) 투자는 19세기 미국의 골드러시에 비유할 수 있다. 빅테크는 금을 캐러 서부로 달려간 사람들이다. 금을 캐면 부자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빅테크가 과거엔 자신이 번 돈으로 데이터센터에 투자했지만 최근 빚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메타, 올해는 구글과 아마존이 회사채 발행을 했다.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만하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골드러시 시대에 금을 캐러 가는 이들에게 청바지를 판 사람이다. AI 승자가 누가 되든 이들에게는 기회다. 뉴욕 증시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다. 물론 빅테크 투자가 둔화되면 영향을 받겠지만 아직은 투자 흐름이 단절된 신호가 없다. 금리인상 등 변수로 주가가 꺾이더라도 빅테크보다 늦게 반영될 것이다.”
엔비디아도 청바지를 만드는 회사 아닌가.
“엔비디아는 호재를 이미 선반영했다. 주식시장을 볼 때 현재 빅테크 관련 우려가 가장 크다면 그다음이 엔비디아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보다 더 나은 포지션에 있다.”
지금처럼 하루 변동성이 클 때 어떻게 투자하는 게 좋을까.
“시장을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우리가 개별 주식을 사는 건 지수보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난해를 생각해보라. 코스피가 1년에 75% 오르는 동안 개별 종목 주가가 코스피 상승률을 초과한 종목은 상장 종목의 10%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의 35%는 오히려 절대 주가가 떨어졌다. 패시브 투자는 아주 분석적일 필요도 없는 데다,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만 있으면 된다. 단기적인 변동성에 이리저리 휩쓸리면 성과를 내기 힘들다.”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은 어떻게 가질 수 있나.
“장기적으로 주가지수는 경제 성장과 함께한다. 실질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합한 명목 성장률에 배당이 더해져 주식의 기대 수익률을 형성한다. 다만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강세장과 약세장이 반복된다. 이러한 변동성에도 주가지수는 ‘승자의 기록’이다. 지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진한 기업을 제외하고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교체한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구성 종목이 지속적으로 변화해온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과거 우량 기업으로 평가받던 기업도 장기적으로 생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수는 이러한 기업을 제외하고 새로운 성장 기업을 편입한다. 코스피는 기업을 편입하는 구조는 아니지만 뒤처진 기업은 결국 상장폐지된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지수는 장기적으로 상승 압력을 받는다. 개별 종목 투자와 달리 지수 투자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유다.”
개별 주식으로 더 많은 수익을 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개별 주식을 피킹해 투자하는 액티브 투자자가 장기적으로 주가지수 수익률을 못 이긴다는 연구 결과가 너무나 많다. 대다수 사람이 잘 모르는 기업 주식을 사기 때문에 투자 성공에서 멀어진다. 시황이 좋으면 너도나도 주식을 산다. 이럴 때일수록 주식투자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본이 뭔가.
“누군가 나보다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주리라고 생각하는 건 투기다. 주식은 기업의 소유권 증서를 사는 일이다. 쉽게 말해 기업 운영자와 동업하는 것이다. 가령 자영업을 하는데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중동 전쟁이 난다고 장사를 멈추나. 그렇지 않다. 주식투자도 본질적으로 이와 같다. 시장 변동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잘 될 기업을 사서 그 기업의 성과를 나누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내가 잘 알아야하고, 알더라도 합당한 가격에 사야 한다.”
개별 기업 공부는 어떻게 하나.
“기본적으로 회계 관련 소양이 필요하다. 엄청난 고급 회계는 아니고, 기업 재무제표를 볼 수 있는 능력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밸류에이션 방법론을 알아야 한다. 이걸 복잡하게 생각한다면 개별 기업 투자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가치에 대한 평가가 없으면 올라갈 때 조금만 있다가 팔 수도 있고, 떨어질 때 견디지를 못한다.”
“투자는 부자처럼… 여유 자금으로 꾸준히”
코스피가 1년 사이 급격히 올랐고, 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심해 액티브한 투자를 하려는 이가 많다.“조바심이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이다. 이제 더는 노동만으로 돈을 모으기 힘드니까 절박함이 생기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투자 기회는 버스와 같아서 지나가면 또 온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벼락거지’라는 말이 나올 만큼 조바심이 팽배했지만, 당시는 한국 주식시장이 경험했던 강세장 9번 중 상승률로는 7위밖에 안 된다. 투자할 때는 평생 한다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나 자신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다 안다면 코스피가 2000대일 때는 투자를 못 하다가 왜 6000이 되니 들어오겠나. 주가가 3000 갈 때는 버블이라 생각했고, 3500 갈 때는 비싸서 못 사겠다고 하다가 4500부터는 주가 흐름에 동조하며 뒤늦게 진입한다. 그러니까 자신을 너무 믿지 마라. 전문가를 포함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투자할 때 갖춰야 하는 태도가 있나.
“투자 성과는 자금 성격에 좌우된다. 여유 자금으로 투자할 경우 가격 변동에도 버틸 수 있지만, 차입이나 단기 자금으로 투자하면 하락장에서 버티기 어렵다. 부자가 아니더라도 투자는 부자처럼 해야 하는 이유다. 강세장에서 얻은 수익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고 레버리지를 확대하면 약세장에서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적립식으로 투자할 때 하락 구간에서도 꾸준히 매수해야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시장은 단기적으로 등락을 반복하지만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는 특히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효과적이다.”
앞으로 어떤 경제 지표를 봐야 할까.
“향후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인플레이션과 금리다. 특히 물가를 선행적으로 반영하는 미국 장기국채 금리는 핵심 지표로 작용한다. 현재 시장은 지정학적 변수로 단기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인플레이션이 통제 가능한 범위에 머문다면 상승 추세 자체가 훼손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문영훈 기자
yhmoon93@donga.com
안녕하세요. 문영훈 기자입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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