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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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쓰기 AI에 맡기면 AI에 대체된다

사고력과 전문성 길러야 하는 학생·신입사원은 AI 사용 자제해야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6-03-31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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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월 “지침 없이 AI를 무작정 학습에 활용할 경우 보고서 품질은 높아져도 실제 학생이 얻는 학습적 이득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GETTYIMAGES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월 “지침 없이 AI를 무작정 학습에 활용할 경우 보고서 품질은 높아져도 실제 학생이 얻는 학습적 이득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GETTYIMAGES

    신기술이 산업과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전문적인 인공지능(AI) 도구를 업무에 자주 활용하고 있다. AI 에이전트에게 최신 해외 논문과 자료들을 대신 읽게 하고 요약, 데이터 분석, 그래프 생성까지 맡기곤 한다. AI에게 보고서 전체를 작성하라고 명령할 때도 있다. 덕분에 과거 직원 3명과 함께해도 2개월은 걸리던 업무를 직원 1명과 한 달 만에 해낼 수 있게 됐다. AI를 사용한 뒤 업무 투입 인력과 소요 시간만 줄어든 게 아니다. 결과물 품질 또한 향상됐다고 느낀다. 2023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진행한 연구에서도 챗GPT가 중간 난도 글쓰기 과업의 작업 시간을 약 40% 줄이고 품질을 약 18% 개선한 것이 확인됐다.

    OECD “지침 없는 AI 사용, 학습에 도움 안 돼”

    하지만 누구나 AI를 사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만이 AI를 통해 시간을 단축하고 작업물 질을 높일 수 있다. 즉 수많은 보고서를 직접 읽고, 회의록을 작성하며, 데이터를 모으고, 다양한 관점에서 메시지를 도출하는 과정을 충분히 거쳐본 사람만이 AI로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마치 소림사에서 채소를 썰고, 물을 길어오고, 청소를 하면서 잔근육을 키운 다음에야 무술을 연마하는 것과 같다.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AI가 대신 읽고 써준 사람은 일을 배울 기회가 없다. 자기 업무 분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AI에게 일을 넘기기만 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AI에게 일을 시키는 건 상사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특히 읽고 쓰는 분야에서 AI 사용을 삼가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월 발표한 교육 정책 보고서 ‘디지털 교육 전망(Digital Education Outlook)’에는 “지침 없이 AI를 무작정 학습에 활용할 경우 보고서 품질은 높아져도 실제 학생이 얻는 학습적 이득은 없다”는 내용이 있다. 학생이 보고서를 쓰는 목적은 훌륭한 결과물을 내놓으려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를 쓰는 과정에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기 위함이다. AI에 과하게 의존하면 그 목적을 전혀 달성할 수 없다.

    인간의 사고력은 읽고 쓰는 과정에서 자라난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책을 읽고도 서로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경험과 이해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들이 직접 책을 읽지 않고 AI가 요약해준 결과물만 습득한다면 이 세상에 해석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AI가 생성한 대동소이한 결과물만 남을 것이다.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고유한 문체와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있고, 논리 전개 방식도 다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차별성이 생긴다. 모든 학생이 AI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면 자신만의 개성이 발현될 리 없다. 학생이 AI 때문에 사고력을 기를 기회를 잃는다면 그는 AI를 대리인으로 쓰는 게 아니라 AI의 대리인이 되고 만다.

    보고서 목차와 초안 구성만큼은 직접 해야

    무언가를 배워야 하는 학생이나 신입사원은 AI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국어로 된 수십 장 넘는 자료를 반나절 만에 빠르게 읽고 중요한 메시지를 도출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AI에 의존하지 말고 직접 읽기를 권한다. 데이터 분석과 그래프 작성 등은 AI의 도움을 받되 목차와 초안 구성은 직접 하는 게 좋다. 

    경험이 쌓인 후 AI 사용 비중을 늘릴지라도 자신이 직접 한 것과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반드시 비교해야 한다.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 AI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AI를 균형감 있게 사용하는 지혜를 얻게 된다.

    30년 넘는 업무 경력을 가진 필자는 10장 이상의 자료를 읽고 해석할 때 AI를 적극 활용한다. 하지만 AI의 결과물을 받아보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하지는 않는다. AI에게 제공한 자료를 어떤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비판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내가 쓴 글과 AI가 쓴 글을 비교 분석하고 내가 작성한 문서를 AI로 하여금 비판하게 한다. AI의 비판을 반영해 글을 직접 고쳐 쓴다. 그 과정에서 생각 범위가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니 과거에는 반나절이면 쓰던 칼럼 작성에 이제는 하루가 꼬박 걸린다. 하지만 품질은 2배 이상 높아졌다. 직접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과정을 게을리하지 않을 때 AI 활용으로 내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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