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면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GETTYIMAGES

1년에 한 번씩 사상충 검사 권장
우선 반려동물 생애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표 참조). 성장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다.성장기에는 신체적·사회적으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 시기 검진 목적은 선천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면역 체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며,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데 있다. 입양 후 첫 병원 방문 시 청진을 통해 선천적 심장 기형 유무, 구개열 유무와 발가락 개수, 골격계 및 치아 발달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는 기생충 감염률이 높아서 분변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거나 예방적으로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이후 기초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 2~4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특히 유치가 제때 빠지지 않고 남아 있으면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기에 6~7개월이 지나도 아직 있다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청년기는 가장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시기다. 이때는 내 반려동물만의 기준점을 마련하고, 중성화 수술 이후 흔히 겪는 비만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꾸준히 체중 변화를 체크하면서 관절이나 근육량을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매달 빠짐없이 심장 사상충 예방접종을 해도 1년에 한 번은 사상충 검사를 권한다. 무엇보다 전혈구검사(CBC), 화학검사(간, 신장 수치 등), 요검사 등을 한 번씩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고 건강할 때 굳이 돈을 들여가며 검사해야 할까 망설일 수 있으나 이 시기 검사 값이 내 반려동물만의 기준점이 된다. 훗날 질병으로 건강이 악화했을 때 지금 값을 기준으로 질병 진행 속도와 심각도, 예후를 가늠할 수 있을뿐더러, 치료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노년기엔 통증과 인지 기능 평가도 병행
장년기엔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된다.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하다 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조금씩 질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이때부터 매년 정기검진이 필수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호르몬 질환(당뇨, 갑상선 질환, 부신 질환 등)과 수명을 줄이는 중대 질환(암, 심장병, 신장병 등)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이는 갑상선 농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식욕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증상 탓에 최근 들어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만약 털이 푸석해지고 식사량에 비해 말라가며 금세 지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심하자.노년기엔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뚜렷하게 저하되고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노화는 결코 질병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반려견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관리와 돌봄이 필요하다.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려면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꼼꼼하게 종합검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증과 인지 기능 평가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다수 보호자는 노령 반려동물의 활동성이 감소하거나 잠만 자는 것을 단순히 노화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는 관절염, 암 등에 의한 만성 통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평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적절한 진통제와 사료 처방, 보조제 적용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역시 조기에 관리할수록 예후가 좋아지는 만큼 증상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자.
치료 시기를 놓쳐 뒤늦게 질환을 발견했을 때가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대다수는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던 사례다. 정기검진은 ‘좀 더 일찍’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