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0

..

반려견에게 노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최인영의 멍냥대백과] 노는 방법 잘 배운 반려견은 혼자 있을 때도 두려움 적어

  • 최인영 러브펫동물병원장

    입력2023-08-03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견이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려면 장난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GettyImages]

    반려견이 혼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려면 장난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GettyImages]

    바쁜 현대사회에서 반려인은 외출이 잦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반려견이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려면 장난감을 적극 활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맛있는 간식이 들어 있는 피딩 토이(feeding toy)를 집 안 곳곳에 숨겨놓고 반려견이 숨바꼭질처럼 그것을 찾아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많은 반려견 보호자가 “우리 강아지는 장난감을 잘 갖고 놀지 않아요” “반려견이 장난감에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하곤 합니다. 이때 생각해봐야 할 점은 어린 시절 반려견에게 노는 방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보호자가 반려견과 자주 놀이시간을 가지면 반려견은 자연스레 장난감을 갖고 노는 방법을 터득하게 됩니다. 오늘은 보호자와 반려견이 함께할 만한 놀이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 점점 더 멀리~ 던지기 놀이

    던지기 놀이는 보호자가 장난감을 멀리 던지면 반려견이 다시 물어오는 것입니다. 이 놀이를 하기에 앞서 먼저 ‘앉아’ 연습을 해야 하는데요. 자리에 앉아 있다가 장난감이 던져지면 빠르게 달려가는 긴장감을 반려견이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렇게 하면 반려견의 집중력, 순발력 훈련까지 겸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는 반려견이 바라보는 방향으로 공을 굴리거나 인형을 던져주면 됩니다. 그러면 반려견이 뒤쫓아가 장난감을 물어올 것입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가까이에 던졌다가 익숙해지는 듯하면 점점 더 멀리 던져주면 됩니다. 이 과정에서 반려견은 다리와 입을 움직이는 등 몸의 에너지를 쓰게 돼 운동 효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주세요”라는 말로 갖고 돌아온 장난감을 내려놓게 하는 연습도 필요합니다. 간혹 장난감을 보호자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반려견이 있는데, 이 경우 놀이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장난감을 잘 내려놓는 훈련도 해야 합니다. 물고 온 장난감을 보호자에게 건넸을 때 간식 등으로 보상해주면 효과적으로 연습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장난감을 하나 더 가져가 반려견에 앞에 두면 물고 있던 장난감을 쉽게 내려놓는데, 그때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칭찬을 반복함으로써 행동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영차 영차! 잡아당기기 놀이

    잡아당기기 놀이는 이른바 ‘터그(tug) 놀이’로 불립니다. 입으로 무는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반려견이 장난감을 물고 있을 때 그것을 보호자가 잡아당겨 줄다리기하듯 놀이를 하는 거죠. 터그 놀이에 적합한 것으로는 두꺼운 실을 엮은 밧줄이나 실타래 모양의 장난감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밖에 보호자가 한쪽을 잡고 반려견이 반대쪽을 물 수 있는 충분한 길이의 장난감이면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터그 놀이를 할 때는 보호자의 힘 조절이 중요합니다. 반려견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장난감을 너무 세게 당기거나 흔들면 반려견의 이빨 또는 목이 다칠 수 있습니다. 또 터그 놀이는 반려견에게 사냥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 성취감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데, 보호자가 너무 세게 장난감을 당기면 반려견이 성취감 대신 좌절감을 맛볼 수 있습니다. 물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반려견일수록 보호자의 적당한 힘 조절이 요구됩니다.

    잡아당기기 놀이를 할 때도 “주세요”라는 말에 반려견이 장난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물고 당기고 흔드는 사냥 본능을 일깨우는 놀이인 만큼 흥분 상태인 반려견이 보호자 손을 무는 등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신나게 놀다가도 “주세요”라는 말에 바로 장난감을 놓을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 안 되는 놀이도 있어요!

    반려견은 보호자의 손이나 손가락 등 신체를 이용한 놀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GettyImages]

    반려견은 보호자의 손이나 손가락 등 신체를 이용한 놀이는 안 된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 [GettyImages]

    우선 보호자의 신체를 이용한 놀이는 안 됩니다. 반려견이 어릴 때는 이빨이 작고 날카롭지 않아서 보호자가 자신의 손이나 손가락을 자주 물게 하는데요. 이렇게 하다 보면 반려견이 성견이 된 후에도 물고자 하는 욕구를 해소하려고 보호자를 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장난감으로 무는 욕구를 해소해줘야 커서도 안전한 놀이가 가능합니다. 어린 반려견이 보호자 손을 물려고 하면 “아야!” 하고 큰 소리로 외친 뒤 하던 행동을 잠시 멈춤으로써 보호자를 물면 안 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해야 합니다.

    보호자가 반려견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지양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려견이 갖고 있는 장난감을 힘으로 뺏는 행동 등을 하면 반려견이 놀이에 재미를 느끼기는커녕, 장난감을 삼키거나 보호자를 공격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장난감을 들고 도망가는 행위도 좋지 않습니다. 사냥 본능을 가진 반려견은 보호자를 뒤쫓으면서 흥분할 수 있는데, 그럴 때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놀이 방법을 잘 배운 반려견은 혼자 있을 때도 장난감을 갖고 재밌는 시간을 보냅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함께 놀기 장난감’과 ‘혼자 놀기 장난감’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소개한 함께 놀기 장난감들은 반려견 혼자 있을 때는 즐길 수 없어 싫증을 느끼는데, 그러면 보호자와 함께할 때도 그 장난감에 흥미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5㎏ 전후의 반려견에게 필요한 장난감 개수는 약 30개입니다. 그중 5~7개를 혼자 놀기 장난감으로 번갈아 제공한다면 매일 다른 장난감을 기다리는 행복한 반려견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