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 민트, 구운 과일 등 음식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기호에 정답은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어른이라면 자신이 싫어하는 음식은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런 말이 있다. 자취 생활의 가장 큰 장점은 엄마가 집에 없는 것이고, 가장 큰 단점 또한 엄마가 집에 없는 것이라는. 자취를 하면 음식 선택의 자유를 얻게 된다. 배달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엄마와 함께 살았다면 ‘등짝 스매싱’을 당했을 일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다.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달고나 같은 불량식품(엄마 기준에서)을 먹고 혼이 났던 기억이 있을 테다. 그래서인지 Z세대에게는 먹고 싶은 것을 눈치 안 보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지 여부가 어른을 판별하는 기준으로 여겨진다.
# 더는 엄마를 조르지 않아도 돼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어더아사 홈페이지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c3/26/f4/64c326f41d6ad2738250.jpg)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어더아사 홈페이지 캡처]
대표적 예가 바로 음료에 타 먹는 코코아 파우더 제티다. 인터넷에 ‘제티 어른’을 검색하면 “1.5L짜리 우유에 제티를 여러 개 넣고 대용량 초코우유를 만드는 멋진 어른이 됐다”는 식의 후기가 나온다. 이와 비슷하게 “텐텐(성장기 츄잉 영양제) 한 박스를 구매하는 멋진 어른이 됐다” 등 먹을거리에 관한 후기가 많다.
가장 많은 사례는 아이스크림이다. 1년 전 추억의 아이스크림 링키바가 재출시돼 화제가 된 적 있다. 당시 소비자들이 링키바를 구매한 것은 어렸을 때 엄마가 사주지 않던 것을 이제는 마음껏 사 먹을 수 있다는 마음이 커서일 테다.
또 다른 유명 사례는 구슬 아이스크림이다. 최근 거리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컵에 구슬 아이스크림을 한가득 담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인기를 보여주듯 대용량 구슬 아이스크림 가게도 늘어나는 추세다. 구슬 아이스크림과 함께 자주 사용되는 밈도 있는데, “어른이 됐다는 건… 구슬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는 짤이다. 이처럼 Z세대에게 어른이란 많은 연봉을 받거나 화려한 모습을 뽐내는 사람이 아닌, 그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존재다.
# 탕후루보다 더 달콤한 건 자유야
![딸기 탕후루. [왕가탕후루 홈페이지 캡처]](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c3/27/6e/64c3276e074fd2738250.jpg)
딸기 탕후루. [왕가탕후루 홈페이지 캡처]
탕후루는 녹인 설탕을 과일에 입힌 디저트다. 한입 깨무는 순간 와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설탕과 과일의 달콤함이 한꺼번에 입안으로 몰려 들어온다. 탕후루를 만드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가장 먼저 과일을 젓가락에 꽂는다. 그러고는 컵에 설탕과 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끈한 설탕물을 만든다. 마지막으로 설탕물로 과일을 코팅해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히면 탕후루가 완성된다.
유튜브에 조회수가 100만 회를 넘어가는 탕후루 제작 영상이 많은데, Z세대가 주 시청자다. 이들이 어렸을 때는 음식을 만들려면 엄마의 허락을 받아야 했지만 성인인 지금은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탕후루 제작 영상이 인기를 끄는 데는 이러한 자유를 만끽하고자 하는 Z세대의 심리가 있다.
# “그렇게까지?” “내 마음이지!”
![농심 신제품 먹태깡. [농심 제공]](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4/c3/27/73/64c3277311edd2738250.jpg)
농심 신제품 먹태깡. [농심 제공]
최근 Z세대의 SNS에 먹태깡을 먹는 사진이 자주 업로드되고 있다. 먹태깡만큼 구하기 힘들다는 아사히 캔 생맥주도 함께 등장하곤 한다. 이제는 돈이 있어도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먹으려면 ‘오픈런’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 얼마 전까지는 이를 두고 “저렇게까지 먹어야 하나”라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젠 유행을 따르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이런 현상 역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구하는 데 자유롭게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게 된, Z세대의 해방감이 반영된 산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