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자는 독일의 한 호텔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개인적으로 연례행사가 돼버린 음악여행을 온 것인데, 올해는 여느 해와 달리 봄 학기 강좌 일정을 조금 일찍 마무리하고 6월 하순에 출발했다. 그 덕분에 유럽 각지 오케스트라와 오페라 극장의 시즌 클로징 공연들을 참관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여행계획을 세울 때만 해도 이번 여행이 이토록 값진 경험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첫 테이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의 홈그라운드인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끊었다. 빈 필은 2014-2015시즌의 대미를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3번으로 장식했다. 라트비아 출신인 얀손스는 현재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을 이끌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수장을 겸임했던 현존 최고 거장이다.
얀손스는 이 두 악단과 함께 지휘자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했고 그 여세를 몰아 지금은 원숙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와 결합이 더 좋은 악단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 필)과 빈 필이다. 얀손스가 수장을 맡은 두 악단은 때때로 그의 스타일에 순응한 나머지 과도하게 유순해진 듯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특유의 강렬한 개성이 그의 개성과 만나 적절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가 있었기에 얀손스와 빈 필의 공연을 한 번만 보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일찌감치 좌석권을 예매해둔 6월 23일 저녁 공연에 앞서 21일 오전 공연을 입석으로 봤다. 과거에도 빈 필의 오전 공연을 본 적이 있지만, 필자 같은 이방인에겐 아무래도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상단에 있는 채광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와 밝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단원들 처지에서도 오전 공연이 편할 리만은 없다. 전날 밤 늦게까지 오페라 공연을 소화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말러 같은 대곡을 연주하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다.
6월 21일 공연에서 그 예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 특히 첫 악장에서 비중이 큰 금관주자들이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얀손스도 지휘봉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 결과 1악장 연주시간만 거의 40분에 육박했다. 하지만 목관과 현악이 주도권을 넘겨받는 2악장부터 안정을 찾아갔고, 얀손스는 세부 조탁에 각별한 공을 들이면서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꿔냈다. 무엇보다 마지막 악장에서 현악 파트가 들려준, 유려하게 빛나는 질감의 향연은 작품 고유의 고결하고 숭고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며 풍부하고도 은은한 감명을 자아냈다.
6월 23일 공연은 내용이 사뭇 달랐다. 금관주자들은 첫 악장부터 안정된 연주를 들려줬고, 그에 힘입어 얀손스의 지휘봉도 조금은 더 거침없이 움직였다. 음악 흐름이 시원스러워지니 세부보다 전체 윤곽과 얼개가 부각됐고, 6개 악장에 걸친 적층과 심화 효과가 배가됐다. 후반 악장으로 넘어가면서 알토 베르나르다 핑크의 독창, 빈 소년합창단, 빈 징페라인 합창단이 차례로 가세하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단원들의 결의에 찬 강렬한 연주와 그것을 더욱 고무하는 듯한 얀손스의 지휘가 거대한 감동을 합작하며 한 시즌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
첫 테이프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빈 필)의 홈그라운드인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끊었다. 빈 필은 2014-2015시즌의 대미를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한 말러 교향곡 3번으로 장식했다. 라트비아 출신인 얀손스는 현재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을 이끌고 있으며, 얼마 전까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수장을 겸임했던 현존 최고 거장이다.
얀손스는 이 두 악단과 함께 지휘자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했고 그 여세를 몰아 지금은 원숙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개인적으로 그와 결합이 더 좋은 악단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바로 베를린 필하모닉(베를린 필)과 빈 필이다. 얀손스가 수장을 맡은 두 악단은 때때로 그의 스타일에 순응한 나머지 과도하게 유순해진 듯한 연주를 들려주기도 하지만, 특유의 강렬한 개성이 그의 개성과 만나 적절한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런 기대가 있었기에 얀손스와 빈 필의 공연을 한 번만 보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일찌감치 좌석권을 예매해둔 6월 23일 저녁 공연에 앞서 21일 오전 공연을 입석으로 봤다. 과거에도 빈 필의 오전 공연을 본 적이 있지만, 필자 같은 이방인에겐 아무래도 어색한 감이 없지 않다. 무지크페라인 황금홀 상단에 있는 채광창을 통해 햇빛이 들어와 밝은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단원들 처지에서도 오전 공연이 편할 리만은 없다. 전날 밤 늦게까지 오페라 공연을 소화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말러 같은 대곡을 연주하기엔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다.
6월 21일 공연에서 그 예를 목격할 수 있었는데 특히 첫 악장에서 비중이 큰 금관주자들이 자주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로 인해 얀손스도 지휘봉을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기색이 역력했고, 그 결과 1악장 연주시간만 거의 40분에 육박했다. 하지만 목관과 현악이 주도권을 넘겨받는 2악장부터 안정을 찾아갔고, 얀손스는 세부 조탁에 각별한 공을 들이면서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흐름을 가꿔냈다. 무엇보다 마지막 악장에서 현악 파트가 들려준, 유려하게 빛나는 질감의 향연은 작품 고유의 고결하고 숭고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부각하며 풍부하고도 은은한 감명을 자아냈다.
6월 23일 공연은 내용이 사뭇 달랐다. 금관주자들은 첫 악장부터 안정된 연주를 들려줬고, 그에 힘입어 얀손스의 지휘봉도 조금은 더 거침없이 움직였다. 음악 흐름이 시원스러워지니 세부보다 전체 윤곽과 얼개가 부각됐고, 6개 악장에 걸친 적층과 심화 효과가 배가됐다. 후반 악장으로 넘어가면서 알토 베르나르다 핑크의 독창, 빈 소년합창단, 빈 징페라인 합창단이 차례로 가세하자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마지막 악장에서는 단원들의 결의에 찬 강렬한 연주와 그것을 더욱 고무하는 듯한 얀손스의 지휘가 거대한 감동을 합작하며 한 시즌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