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면세점(보세판매장) 신규 운영 특허 심사 결과 발표가 7월 10일로 확정됐다. 2개의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롯데호텔, 신세계, 현대백화점, 한화갤러리아, SK네트웍스, 이랜드 등 굴지의 유통 재벌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중소·중견기업 몫으로 배정된 1개의 면세점 사업권을 두고도 14개 기업이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부르는 시내면세점 사업권에 기업들이 사운을 걸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중국인 관광객 덕에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올해는 국내 면세점시장 규모가 1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련 업계의 전망도 있다.
기업만 배불리는 정부
그러나 시내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다. 국가 재정수입이 돼야 할 천문학적인 돈이 특혜를 받은 사업자들의 황금알로 둔갑한 것이다. 국가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고 증세 논쟁이 한창인 현 시점에도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전국 면세점의 총매출액은 약 8조3000억 원 규모로, 이는 전년 대비 약 21.6%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5조4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32.2% 증가했다. 이에 반해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은 2조5000억 원 규모로, 약 5.9% 증가에 그쳤다. 그런데 출국장면세점 사업권의 경우 연임대료 최고액을 써내는 경매를 통해 낙찰자가 정해지는 것과 달리, 시내면세점의 경우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사업자를 선정하며 특허수수료는 매출 대비 0.05%(중소기업은 0.01%)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에 따른 정부의 재정수입은 30억 원에도 못 미친다. 이는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사업권 경매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향후 5년간 롯데디에프글로벌, 호텔신라, 신세계 등 3개 재벌기업으로부터 약 1조 원 이상을 임대료 명목으로 받기로 한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명목상 임대료는 사업권 수수료와 건물 임대료를 포함한 가격이다. 그러나 2014년 전체 매출액 2조5000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액수를 매년 임대료 명목으로 내기로 한 출국장면세점 경매 결과와 매출 대비 0.05%에 불과한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2012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거둬들인 면세점 임대료 7300억 원만 보더라도 2014년 출국장면세점 매출액 대비 29%가량을 거둬들인 셈이 된다. 이런 차이는 실제 건물 임대료와 출국장면세점의 예상 매출액 증가를 아무리 고려한다 해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내면세점으로부터 사업권 특허수수료를 어느 정도 받아야 할까. 면세점 사업의 독보적 1위 사업자인 롯데그룹의 경우 시내면세점은 롯데호텔이, 출국장면세점은 롯데디에프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롯데호텔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평균 8%인 데 반해, 롯데디에프글로벌의 출국장면세점 영업이익률은 평균 -2.8%였다. 한편, 워커힐호텔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2010년부터 3년간 연 9%였다. 따라서 기업들이 매출액의 8~9%를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수수료로 지불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만약 정부가 경매를 통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자를 정했더라면, 국가 재정수입이 지난해에만 4800억 원 정도 증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내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은 실제로 8~9%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2012년 롯데호텔의 시내면세점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의 38% 정도였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8%로 떨어졌다. 즉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장부상 과다하게 처리돼 실제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의 가치를 정확히 드러내는 경매를 통해서만 시내면세점 사업권의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는 국민의 재산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특허수수료를 매출액 대비가 아닌 매장 면적 대비로 부과했고, 특허 기간도 10년이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조229억 원 매출로 시내면세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가에 낸 연간 특허수수료는 90만 원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면세점 사업권을 사실상 무상으로 나눠줬다는 의미다.
물론 2014년 개정된 특허수수료 역시 사실상 무상 사업권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재정으로 귀속돼야 했던 황금알이 그간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됐고, 이제 이 황금알을 나눠 먹겠다며 유수의 재벌기업들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특히 롯데호텔과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을 제외하면 특별히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민 혈세로 재벌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주요 고객은 부유층이나 외국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호텔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기업이고 롯데호텔 주식의 99%를 일본계 투자회사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내면세점 사업권의 사실상 무상 사용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국부가 롯데그룹 총수 일가와 일본으로 유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심사를 중단하고, 국회는 조속히 관계 법령을 개정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자 선정 방식에 경매를 도입해야 한다.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수수료는 국민의 재산이며, 사업권 특허수수료는 국고로 귀속돼야 한다. 국가 재정으로 특정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잘못된 관행을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어떻게 대다수 국민에게 증세와 각종 사회 혜택 삭감이란 고통을 감수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아하다.
기업만 배불리는 정부
그러나 시내면세점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정부 정책 때문이다. 국가 재정수입이 돼야 할 천문학적인 돈이 특혜를 받은 사업자들의 황금알로 둔갑한 것이다. 국가 재정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고 증세 논쟁이 한창인 현 시점에도 이런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2014년 전국 면세점의 총매출액은 약 8조3000억 원 규모로, 이는 전년 대비 약 21.6%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시내면세점 매출액은 5조4000억 원 규모로, 전년 대비 약 32.2% 증가했다. 이에 반해 출국장면세점 매출액은 2조5000억 원 규모로, 약 5.9% 증가에 그쳤다. 그런데 출국장면세점 사업권의 경우 연임대료 최고액을 써내는 경매를 통해 낙찰자가 정해지는 것과 달리, 시내면세점의 경우 관세청 특허심사위원회에서 사업자를 선정하며 특허수수료는 매출 대비 0.05%(중소기업은 0.01%)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에 따른 정부의 재정수입은 30억 원에도 못 미친다. 이는 올해 2월 인천국제공항 출국장면세점 사업권 경매를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향후 5년간 롯데디에프글로벌, 호텔신라, 신세계 등 3개 재벌기업으로부터 약 1조 원 이상을 임대료 명목으로 받기로 한 것과는 대비된다.
물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명목상 임대료는 사업권 수수료와 건물 임대료를 포함한 가격이다. 그러나 2014년 전체 매출액 2조5000억 원의 40%에 해당하는 액수를 매년 임대료 명목으로 내기로 한 출국장면세점 경매 결과와 매출 대비 0.05%에 불과한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너무나 비교가 된다. 2012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거둬들인 면세점 임대료 7300억 원만 보더라도 2014년 출국장면세점 매출액 대비 29%가량을 거둬들인 셈이 된다. 이런 차이는 실제 건물 임대료와 출국장면세점의 예상 매출액 증가를 아무리 고려한다 해도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정부는 시내면세점으로부터 사업권 특허수수료를 어느 정도 받아야 할까. 면세점 사업의 독보적 1위 사업자인 롯데그룹의 경우 시내면세점은 롯데호텔이, 출국장면세점은 롯데디에프글로벌이 운영하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롯데호텔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평균 8%인 데 반해, 롯데디에프글로벌의 출국장면세점 영업이익률은 평균 -2.8%였다. 한편, 워커힐호텔 시내면세점 영업이익률은 2010년부터 3년간 연 9%였다. 따라서 기업들이 매출액의 8~9%를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수수료로 지불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만약 정부가 경매를 통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자를 정했더라면, 국가 재정수입이 지난해에만 4800억 원 정도 증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내면세점들의 영업이익률은 실제로 8~9%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2012년 롯데호텔의 시내면세점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의 38% 정도였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률은 8%로 떨어졌다. 즉 인건비와 임대료 등이 장부상 과다하게 처리돼 실제보다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가장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사업자의 가치를 정확히 드러내는 경매를 통해서만 시내면세점 사업권의 정확한 가치를 알 수 있다.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는 국민의 재산
지난해 시내면세점 특허수수료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변경되기 전까지는 특허수수료를 매출액 대비가 아닌 매장 면적 대비로 부과했고, 특허 기간도 10년이었다. 관세청 자료를 보면 롯데면세점은 2012년 1조229억 원 매출로 시내면세점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국가에 낸 연간 특허수수료는 90만 원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면세점 사업권을 사실상 무상으로 나눠줬다는 의미다.
물론 2014년 개정된 특허수수료 역시 사실상 무상 사업권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가 재정으로 귀속돼야 했던 황금알이 그간 롯데그룹과 삼성그룹의 배를 채우는 데 사용됐고, 이제 이 황금알을 나눠 먹겠다며 유수의 재벌기업들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특히 롯데호텔과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을 제외하면 특별히 이윤을 남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민 혈세로 재벌기업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또 보조금을 받는 기업의 주요 고객은 부유층이나 외국인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호텔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구실을 하는 기업이고 롯데호텔 주식의 99%를 일본계 투자회사와 일본 롯데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내면세점 사업권의 사실상 무상 사용이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국부가 롯데그룹 총수 일가와 일본으로 유출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신규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심사를 중단하고, 국회는 조속히 관계 법령을 개정해 시내면세점 사업권자 선정 방식에 경매를 도입해야 한다. 시내면세점 사업권 특허수수료는 국민의 재산이며, 사업권 특허수수료는 국고로 귀속돼야 한다. 국가 재정으로 특정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는 잘못된 관행을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비정상적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어떻게 대다수 국민에게 증세와 각종 사회 혜택 삭감이란 고통을 감수하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