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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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지식재산권이야!

특허와 저작권 만성적자…브랜드 떠도 원천기술은 외국산

  •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 junius73@hri.co.kr

    입력2015-07-06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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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보야, 문제는 지식재산권이야!
    최근 개봉한 ‘쥬라기 월드’가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개봉한 국내 영화들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22년간 쌓아온 ‘쥬라기 시리즈’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다른 눈으로 보면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해외 문화콘텐츠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콘텐츠에 비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좀 더 넓게 얘기하면 우리나라 지식재산권(지재권)의 전반적인 역량이 여전히 주요 선진국보다 뒤떨어져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재권은 일반 재산권처럼 사용, 수익, 처분 권한을 가질뿐더러 자산적 가치도 막대하다. 국가 산업 발전이나 경쟁력을 결정짓는 산업자본으로서 그 중요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원천기술 부족 에 시달리는 한국은 지재권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편이고, 이 때문에 만성적인 지재권 무역적자 국가로 고착화한 상태다. 더욱이 그동안 이와 관련한 무역통계도 미흡해 광범위한 관찰조차 여의치 않았다. 쉽게 말해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파악할 길조차 마땅치 않았다는 뜻이다.

    그간 한국은행과 미래창조과학부에서 발표하던 관련 통계의 한계를 보완해, 최근 한국은행은 지재권 국제거래 현황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통계를 새로 개발한 바 있다. 특허권과 저작권 등 모든 지재권에 대해 사용료, 판매액, 구매액 등 다양한 거래 형태를 포함한 새로운 유형이다. 이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가늠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한국이 R&D센터 유치 못 하는 이유

    바보야, 문제는 지식재산권이야!
    꼼꼼히 뜯어보면 결론은 일단 예상과 같다. 지재권 무역에서 적자폭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만성적인 무역적자 국가 신세에서 벗어날 기미는 찾기 쉽지 않다. 최근 5년에 해당하는 2010~2014년 우리나라 지재권 수출액은 42억 달러(약 4조7000억 원)에서 87억 달러로 연평균 20.3%씩 빠르게 증가했다(그래프1 참조). 수출이 증가함에 따라 전체 지재권 무역수지 역시 2010년 103억 달러(약 11조5000억 원) 적자에서 2014년 62억 달러 적자로 그 폭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여겨볼 부분은 지재권 가운데서도 특히 산업재산권 분야의 적자 규모다. 지난 5년 새 이 분야 적자는 54억8000만 달러에서 48억7000만 달러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규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산업재산권을 구성하는 특허나 실용신안권, 상표, 프랜차이즈권 등의 적자가 심각해, 전체 적자 상황이 이렇다 할 개선을 보이지 못하는 바탕 원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이 보유한 양질의 특허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거꾸로 외국계 브랜드의 국내 시장 진입은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에 모두 등록돼 있어 질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이른바 ‘삼극특허(Triadic Patent Families)’의 경우, 2012년 기준으로 그 절대 규모가 각각 일본의 18%, 미국의 21%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이 외국계 브랜드에게 건넨 상표권 관련 지급액은 2014년 14억8000만 달러에 달하는 반면, 우리 브랜드의 해외 수출액은 6억2000만 달러에 그친다. 토종 브랜드가 외국계 브랜드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다.

    특히 신경 쓰이는 대목은 한국에 진출한 외국 투자기업의 경우다. 이들이 진출한 총 35개 산업 분야 가운데 인쇄와 기록매체 제조업에서 43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34개 분야는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개별 산업 기준으로 보면 출판·영상·방송·통신(7억6500만 달러 적자) 분야와 도소매업(6억7000만 달러 적자) 분야의 적자 규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투자기업들이 한국에서 지식재산 개발 활동을 수행하기보다 단순한 시장 진출 자체에만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다.

    다른 통계를 보자. 한국의 전체 연구개발(R·D) 비용 가운데 외국재원(Financed by abroad)의 비중은 2013년 기준 0.3%에 불과하다. 미국, 독일, 일본에 비해 한국은 외국기업의 R·D센터를 유치하는 실적이 심각할 정도로 부진하다는 방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에 지급하는 지재권 사용료 역시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적자가 발생하는 주요 분야를 살펴보기로 하자. 휴대전화와 정보기술(IT) 같은 전기·전자제품 제조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상표권 분야에서도 2014년 기준 1억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원천 핵심기술은 얘기가 다르다. 이 분야에서 발생한 특허권과 실용신안권 무역적자가 32억6000만 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IT 제품 제조업의 지재권 무역수지 적자는 2014년 기준으로 전체 산업의 74.6%에 달하는 46억 달러를 기록했다. 브랜드는 그 나름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원천기술은 여전히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숨통을 틔워주는 분야는 자동차 제조업과 출판·영상·방송·통신 서비스업 등이다. 수년 전만 해도 만성적자를 기록했던 이들 분야는 2011년부터 흑자로 돌아서 한국의 지재권 무역적자 감소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있다(그래프2 참조). 한국 기업 자동차의 해외 생산량이 증가하고 한류콘텐츠 수출이 다양화하면서 이와 관련한 특허권, 상표권, 콘텐츠저작권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1990년대에는 TV 드라마를 필두로 해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류콘텐츠가 최근에는 게임, 예능, 음악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전체 수출이 늘어났다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게임개발 저작권, 캐릭터 상표권, 예능포맷 저작권 등 다양한 지재권 수입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산업후발국에서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결국 전반적으로 보면 한국의 지재권 적자구조는 그간 산업 후발국으로서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운용해왔던 탓이 크다. 빠른 수출 증가를 위해 기초기술보다 응용기술에 중점적으로 투자해온 것이 구조적 한계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문제 원인이 그러하다면 답 역시 명확하다. 지재권을 꾸준히 개발, 확보함으로써 소프트파워를 키우는 노력을 경주하는 것만이 적자국면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특히 그 과정에서 IT, 전기, 전자 등 전통적 우위산업의 기반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들 분야에서 파생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 선진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첫 번째 경로다. 이와 함께 한류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한류콘텐츠 수출 확대 방안도 필요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정부 주도로 민간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원천특허 또는 표준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거나, 기술 공급자와 수요자를 효과적으로 매칭해줄 기술중개시장이 시스템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시장구조를 확립하는 작업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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