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노출의 계절. 거리마다 민소매와 미니스커트, 탱크톱이 넘실댄다. 이맘때면 여성들은 털과의 전쟁으로 곤욕을 치른다. 겨드랑이 털은 기본이고 팔과 다리의 잔털, 심지어 손가락과 발가락의 잔털까지 매끈하게 없애는 데 사활을 걸기도 한다. 특히 겨드랑이 털은 여성에게 제1의 경계 대상이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박모 씨는 온몸에 잔털이 많아 여름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드랑이 털도 일반 여성에 비해 풍성하고 굵은 편이라 민소매는 꿈도 꾸지 않는다. 반소매를 입어도 소매 안쪽으로 보여 제모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학생 때 제모를 하지 않은 채 헐렁한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학과 동기 남학생과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손잡이를 잡다 겨드랑이 털을 들켜 놀림을 당한 이후 더 집착하게 됐다.
박씨는 여성전용 면도기, 왁싱 테이프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왔는데 맨살에 바로 사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겨 겨드랑이 안쪽으로 흉터가 남았다. 불편함을 느끼던 그는 2년 전 피부과의원을 찾아 다섯 차례에 걸쳐 레이저 제모를 받았지만 그해 여름 사라졌던 털들은 1년 뒤 고스란히 제자리에서 자라났다.
박씨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누가 볼까 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남자들은 당당하게 기르고, 오히려 겨드랑이 털이 적으면 우스워하는 경향도 있는데 왜 여자는 여름이면 겨드랑이 털 때문에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SNS서 콘테스트 열리기도
이러한 논쟁의 일환으로 5월 중국에서는 여성운동가 샤오 메이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주 동안 ‘여성 겨드랑이 털 콘테스트’를 열었다. 메이리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촬영한 사진 40장을 선별해 올린 뒤 ‘좋아요’ 숫자가 높은 이에게 상품을 주기로 했다. 이 콘테스트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120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메이리는 왜 이런 콘테스트를 생각했을까.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남성의 경우 자기 몸에 무엇을 하든(털을 기르든 말든) 여성보다 더 자유롭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모든 여성에게 겨드랑이 털을 기르자는 취지로 콘테스트를 연 것은 아니다. 단지 겨드랑이 제모를 하고 싶지 않은 여성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를 역겹고, 비위생적이며, 여성스럽지 않은 행위라 생각지 않았으면 할 뿐”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여성의 겨드랑이 털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기르기도, 제거하기도 했다. 2007년 중국 영화 ‘색, 계’ 개봉 당시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탕웨이의 베드신에서 탕웨이가 겨드랑이 털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이 꽤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은 “수위 높은 19금 베드신보다 탕웨이 겨드랑이 털이 더 충격적인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에 대한 영화사 측의 속 시원한 답변은 없었지만 영화를 연출한 리안 감독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겨드랑이 털은 성적 매력의 상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 배경인 1930년대 상하이에서는 여성 대부분이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았다.
2012년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러브픽션’에서도 여주인공 공효진은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하정우 앞에서 겨드랑이 털을 당당히 노출한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여자들은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다”며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외 유럽에서도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오늘날의 여성 겨드랑이 털 혐오 문화는 1915년 미국 질레트사가 여성전용 면도기를 최초로 생산하면서 시작됐다는 추측도 있다. 당시 질레트사는 신문광고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그림과 함께 ‘겨드랑이는 얼굴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겨드랑이가 아름답다는 식으로 광고했다.
이후 업체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여성의 겨드랑이 털이 수치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면도기 회사인 윌킨스스워드는 여성전용 면도기 매출이 2년 사이 2배 신장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러한 여성의 겨드랑이 털 제모 현상은 미국 내 이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겨드랑이 털을 밀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유명 여성 팝스타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이 겨드랑이 털을 기른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이러스는 평소에도 가슴을 브래지어에서 해방시킨 유두 노출 해방운동을 벌이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였는데, 4월에는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것에서 나아가 핑크색으로 염색한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겨드랑이 털이 혐오의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성생활과 겨드랑이 털의 상관관계
사실 우리 몸의 털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자라는 경우가 없다. 코털과 귓속 털은 필터 구실을 하면서 분비물들이 뭉쳤다 밖으로 나오게끔 하고, 몸의 잔털들은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겨드랑이 털은 건강상 이점이 거의 없다. 지인클리닉의원의 박해상 원장은 “겨드랑이 털은 특별한 기능이 없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여성 대부분이 제모를 하는데, 밀어도 무방한 부위”라고 말했다.
반면 겨드랑이 털이 겨드랑이에서 나는 페로몬 향을 담아두는 구실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 털들은 그 부위의 땀샘인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지니고 있다 그 냄새로 이성을 유혹하는 데 기능한다. ‘성생활의 즐거움(Joy of Sex)’의 저자 앨릭스 컴퍼트는 활동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절대 겨드랑이 털을 깎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전문의는 “털이 없어도 페로몬 향은 난다. 땀을 배출하는 모공과 털이 자라는 모공은 별도로 생성돼 있다. 땀을 배출하면서 페로몬이 나오는데 겨드랑이 털이 있으면 털에 성분이 맺히고, 제모를 할 경우 피부에 흘러 남았다가 증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페로몬 향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으나 향이 나는 것은 털의 유무와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겨드랑이 털은 길러도 되고 밀어도 되는 개인 취향의 문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이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어 여성은 제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주변을 취재한 결과 여성 대부분이 “성별을 떠나 모두가 유독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껄끄럽게 본다. 만약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아무도 비웃지 않고, 개인 취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당연히 기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남성의 경우 대부분 “겨드랑이 털이 깔끔하게 정리돼야 미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취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고 공통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일부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귀엽게 보거나 좋아하는 남성도 더러 있다. 그런 의견을 술자리에서 솔직하게 밝히면 변태로 찍힌다”며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30대 중반의 직장인 박모 씨는 온몸에 잔털이 많아 여름이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드랑이 털도 일반 여성에 비해 풍성하고 굵은 편이라 민소매는 꿈도 꾸지 않는다. 반소매를 입어도 소매 안쪽으로 보여 제모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대학생 때 제모를 하지 않은 채 헐렁한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학과 동기 남학생과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손잡이를 잡다 겨드랑이 털을 들켜 놀림을 당한 이후 더 집착하게 됐다.
박씨는 여성전용 면도기, 왁싱 테이프 등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왔는데 맨살에 바로 사용하는 등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탓에 피부가 벌겋게 일어나는 부작용이 생겨 겨드랑이 안쪽으로 흉터가 남았다. 불편함을 느끼던 그는 2년 전 피부과의원을 찾아 다섯 차례에 걸쳐 레이저 제모를 받았지만 그해 여름 사라졌던 털들은 1년 뒤 고스란히 제자리에서 자라났다.
박씨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으면 누가 볼까 봐 신경이 이만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남자들은 당당하게 기르고, 오히려 겨드랑이 털이 적으면 우스워하는 경향도 있는데 왜 여자는 여름이면 겨드랑이 털 때문에 고생하는지 모르겠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중국 SNS서 콘테스트 열리기도
이러한 논쟁의 일환으로 5월 중국에서는 여성운동가 샤오 메이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3주 동안 ‘여성 겨드랑이 털 콘테스트’를 열었다. 메이리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촬영한 사진 40장을 선별해 올린 뒤 ‘좋아요’ 숫자가 높은 이에게 상품을 주기로 했다. 이 콘테스트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을 끌며 1200만 명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메이리는 왜 이런 콘테스트를 생각했을까. 그는 미국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남성의 경우 자기 몸에 무엇을 하든(털을 기르든 말든) 여성보다 더 자유롭다”고 지적하면서 “그렇다고 모든 여성에게 겨드랑이 털을 기르자는 취지로 콘테스트를 연 것은 아니다. 단지 겨드랑이 제모를 하고 싶지 않은 여성이 있다면 주변 사람들은 이를 역겹고, 비위생적이며, 여성스럽지 않은 행위라 생각지 않았으면 할 뿐”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사실 여성의 겨드랑이 털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기르기도, 제거하기도 했다. 2007년 중국 영화 ‘색, 계’ 개봉 당시 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탕웨이의 베드신에서 탕웨이가 겨드랑이 털을 그대로 노출한 장면이 꽤 화제가 됐다. 일부 누리꾼은 “수위 높은 19금 베드신보다 탕웨이 겨드랑이 털이 더 충격적인 영화”라고 평하기도 했다. 탕웨이의 겨드랑이 털에 대한 영화사 측의 속 시원한 답변은 없었지만 영화를 연출한 리안 감독은 당시 한 인터뷰에서 “여성의 겨드랑이 털은 성적 매력의 상징”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 배경인 1930년대 상하이에서는 여성 대부분이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았다.
2012년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러브픽션’에서도 여주인공 공효진은 남자친구로 등장하는 하정우 앞에서 겨드랑이 털을 당당히 노출한다. 그러면서 “알래스카 여자들은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다”며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외 유럽에서도 겨드랑이 털을 밀지 않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오늘날의 여성 겨드랑이 털 혐오 문화는 1915년 미국 질레트사가 여성전용 면도기를 최초로 생산하면서 시작됐다는 추측도 있다. 당시 질레트사는 신문광고에 민소매 드레스를 입은 여성의 그림과 함께 ‘겨드랑이는 얼굴처럼 부드러워야 한다’는 문구를 넣어 매끄럽고 부드러운 겨드랑이가 아름답다는 식으로 광고했다.
이후 업체들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여성의 겨드랑이 털이 수치스럽다는 인식을 심어주려 했다. 이에 따라 또 다른 면도기 회사인 윌킨스스워드는 여성전용 면도기 매출이 2년 사이 2배 신장하는 효과를 누렸다. 이러한 여성의 겨드랑이 털 제모 현상은 미국 내 이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아 할리우드 여배우들은 겨드랑이 털을 밀고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는 유명 여성 팝스타 마돈나, 마일리 사이러스 등이 겨드랑이 털을 기른 사진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인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사이러스는 평소에도 가슴을 브래지어에서 해방시킨 유두 노출 해방운동을 벌이는 등 독특한 행보를 보였는데, 4월에는 겨드랑이 털을 기르는 것에서 나아가 핑크색으로 염색한 사진을 SNS에 공개하며 겨드랑이 털이 혐오의 대상이라는 편견을 깨뜨렸다.
성생활과 겨드랑이 털의 상관관계
사실 우리 몸의 털은 어느 것 하나 그냥 자라는 경우가 없다. 코털과 귓속 털은 필터 구실을 하면서 분비물들이 뭉쳤다 밖으로 나오게끔 하고, 몸의 잔털들은 체온을 유지하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겨드랑이 털은 건강상 이점이 거의 없다. 지인클리닉의원의 박해상 원장은 “겨드랑이 털은 특별한 기능이 없다.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인식 때문에 여성 대부분이 제모를 하는데, 밀어도 무방한 부위”라고 말했다.
반면 겨드랑이 털이 겨드랑이에서 나는 페로몬 향을 담아두는 구실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은 자신의 칼럼에서 ‘이 털들은 그 부위의 땀샘인 아포크린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을 지니고 있다 그 냄새로 이성을 유혹하는 데 기능한다. ‘성생활의 즐거움(Joy of Sex)’의 저자 앨릭스 컴퍼트는 활동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은 절대 겨드랑이 털을 깎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전문의는 “털이 없어도 페로몬 향은 난다. 땀을 배출하는 모공과 털이 자라는 모공은 별도로 생성돼 있다. 땀을 배출하면서 페로몬이 나오는데 겨드랑이 털이 있으면 털에 성분이 맺히고, 제모를 할 경우 피부에 흘러 남았다가 증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페로몬 향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단정할 수 없으나 향이 나는 것은 털의 유무와 관계없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겨드랑이 털은 길러도 되고 밀어도 되는 개인 취향의 문제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이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어 여성은 제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주변을 취재한 결과 여성 대부분이 “성별을 떠나 모두가 유독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껄끄럽게 본다. 만약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아무도 비웃지 않고, 개인 취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당연히 기를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남성의 경우 대부분 “겨드랑이 털이 깔끔하게 정리돼야 미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취향이라고 보기에는 아직까지 무리가 있다”고 공통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일부는 “여성의 겨드랑이 털을 귀엽게 보거나 좋아하는 남성도 더러 있다. 그런 의견을 술자리에서 솔직하게 밝히면 변태로 찍힌다”며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