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서 ‘돌싱녀’를 연기하는 배우 유진(왼쪽)과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주인공 이지아.
이혼이 더는 남 이야기가 아닌 시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이혼율이 상위권에 속하는 한국 땅에서 돌싱, 이혼, 재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배우도 이혼녀, 이혼남을 연기하는 데 거부감이 없어 보인다.
다양한 상황 연출에 시청자 공감
배우 이민정은 이병헌과 결혼 후 드라마 복귀작으로 MBC ‘앙큼한 돌싱녀’를 택해 이혼녀 배역을 맡았다.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은 그 자체로 다양한 상황을 빚어낼 수밖에 없는 소재고, 현실과도 상당히 밀착된 터라 시청자로부터 공감을 끌어내기에 좋다. 또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주제라는 점에서 시청자가 드라마를 곱씹어볼 여지를 마련해준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도 대부분 겉으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며 이혼 부부 이야기를 통통 튀게 그리지만 실제로는 결혼, 나아가 남녀의 진정한 화합에 대해 묻고 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결혼과 이혼, 재혼이라는 소재가 결국 사랑 이야기고, 따라서 이들 드라마의 결론이 지극히 공상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니까 판타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건 이해하지만 ‘앙큼한 돌싱녀’나 ‘응급남녀’ ‘세 번 결혼하는 여자’ 등 이혼을 소재로 한 드라마 대다수가 이혼 부부의 재결합으로 결론을 맺는 건 아쉽다. 현실에서 이혼 후 재결합하는 부부는 그리 많지 않은데, 마치 헤어진 부부가 다시 만나는 게 정답인 양 그리는 건 어색할 수밖에 없다. 과연 ‘실제 돌싱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처럼 아쉬운 지점은 있지만 돌싱이 주역으로 부상한 데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많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이혼이나 재혼은 꺼내놓고 이야기하기 불편한 소재였고, 돌싱에 대한 시각에도 불편함이나 동정이 있던 터라 이들을 드라마 속에서 그리는 데 명확한 한계가 있었다. 오늘날 드라마에서 돌싱이 주연을 맡는 건 이혼과 돌싱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들이 우리 사회 주류로 편입됐다는 걸 의미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예능 프로그램서도 리얼리티
이혼이나 사별한 이들이 ‘가상 재혼’ 콘셉트로 등장하는 JTBC 예능 프로그램 ‘님과 함께’에 출연 중인 배우 임현식(왼쪽)과 박원숙.
최근 돌싱은 예능 프로그램에도 진출했다. JTBC ‘님과 함께’에는 사별했거나 이혼한 연예인인 임현식, 박원숙, 이영하, 박찬숙이 출연한다. 이들은 ‘가상 재혼’이라는 콘셉트 속에서 각자 새로운 반려자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린다. ‘가상 결혼’을 다룬 MBC 장수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우결)와 포맷이 비슷하지만, 좀 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님과 함께’ 연출을 맡은 성치경 PD는 “‘우결’이 결혼 경험이 전혀 없는 이들의 가상 결혼을 그렸다면 ‘님과 함께’는 결혼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며 “이 부분에서 리얼리티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님과 함께’의 경우 제작진이 최소한의 상황 설정에만 개입하고, 나머지는 모두 출연진에 맡긴다고 한다. 성 PD는 “황혼 이혼과 황혼 재혼이 공론화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불편함이 담겨 있다. 하지만 100세 시대에 재혼이 더는 숨겨야 하는 어두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밝은 측면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한 프로그램”이라며 “지금껏 토크 프로그램 등에서는 이혼과 재혼을 많이 이야기했지만, 더 현실적인 방식으로 이를 다뤄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물론 날로 높아지는 이혼율을 긍정적인 사회현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혼했다는 이유만으로 낙인을 찍지 않는 것은 사회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긍정적이다. 오늘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이 주목하는 돌싱. 대중매체에서 이들을 다루는 방식이 어떤 식으로 진화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