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왼쪽)과 객원지휘자 미셸 플라송.
그런 의미에서 최근 서울시립교향악단(서울시향)의 객원지휘자 라인업은 이 악단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향해 꾸준히 전진해왔음을 방증하는 한 지표라 하겠다. 예컨대 2012년에는 옛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거장 겐나디 로즈데스트벤스키와 미국을 대표하는 거장 가운데 한 명인 레너드 슬래트킨이 다녀갔고, 지난해에는 핀란드 출신으로 현재 서부 독일 방송교향악단을 맡고 있는 중견 유카페카 사라스테도 다녀갔다. 또 크리스티안 예르비, 야쿠프 흐루샤 등 유럽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신진 지휘자들도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이름난 지휘자를 초빙해 공연을 맡기는 것은 여러모로 생산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다. 일단 악단 지명도를 높이는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단원 처지에선 다양한 스타일의 지휘자들을 경험함으로써 특정 연주방식이나 레퍼토리에 안주하지 않고 깨어 있는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객원지휘자의 개성과 역량이 공연 성격과 완성도를 좌우한다.
이번 주 서울시향 공연을 책임질 객원지휘자는 미셸 플라송이다. 2012년에도 서울시향을 지휘해 호평받았던 이 프랑스의 노장은 1968년부터 2003년까지 35년 동안 툴루즈 카피톨 오케스트라를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녹음한 수많은 음반은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프랑스 클래식 음악 레퍼토리를 폭넓게 아울러 그에게 ‘프랑스 음악의 살아 있는 목소리’라는 영예를 선사하기도 했다.
다만 플라송은 1994년부터 2001년까지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맡았던 전력도 있기 때문에 그를 ‘프랑스 음악 스페셜리스트’로 국한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파리음악원 졸업 후 브장송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역사상 프랑스 지휘계의 최고 거장 중 한 사람인 샤를 뮌슈의 지도를 받기도 했기에 역시 프랑스 음악에서 가장 빛나는 지휘자라 하겠다.
이번 공연 레퍼토리도 프랑스 음악이다. 과연 서울시향의 바통을 거머쥔 그가 베를리오즈의 명작 ‘환상 교향곡’과 오네게르의 ‘여름의 목가’를 어떻게 들려줄까. 그가 남긴 음반들로 짐작건대, 남프랑스의 화사한 풍광을 연상하게 하는, 유려하고 선명하면서도 색감 풍부한 수채화 같은 연주를 들려주지 않을까 싶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 c단조’를 협연할 피아니스트 휘세인 세르메트에게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국인 터키에서 ‘국가예술가’로 불리는 세르메트 역시 2012년 서울시향 공연에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해 큰 호평을 받았다. 그가 라벨의 곡과 내용이나 성격이 판이한 모차르트의 단조 협주곡을 어떤 식으로 소화할지 무척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