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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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대구 맑은 탕’… 아 시원해!

진해와 거제의 진객, 대구

  • 박정배 푸드 칼럼니스트 whitesudal@naver.com

    입력2013-11-25 09: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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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대구 맑은 탕’… 아 시원해!

    대구 맑은 탕(위)과 대구회.

    경남 진해만을 가운데 두고 뭍 진해와 섬 거제는 마주보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진해만에는 겨울 진객 대구가 몰려온다. 대구는 겨울 내내 진해만을 들락거리며 그 커다란 몸을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진해 사람들은 진해만에서 잡히는 대구를 ‘가덕대구’라 부른다. 거제 사람들은 ‘거제대구’로 칭한다. 나는 ‘진해만 대구’라 부르고 싶다.

    경남 창원시로 통합되면서 진해는 진해구가 됐다. 진해구 용원항에는 겨울이면 대구를 먹거나 사려는 사람으로 넘쳐난다. 가장 비싸게 팔리는 살아 있는 수컷 대구와 그 반 정도 가격에 거래되는 암컷, 그리고 그보다 더 싼 죽은 대구가 작은 항구에 지천으로 널렸다.

    오랫동안 대구는 암컷이 비쌌다. 10년 전쯤 치어 방류로 대구가 다시 늘어나면서 대구를 먹는 문화도 바뀌었다. 수컷 ‘정소’인 ‘이리’가 최고 식재료가 된 것이다. 겨울이면 이리가 가득한 수컷을 맑게 끓여서 먹는 탕이 대구를 먹는 최고 조리법이 됐다. 부드럽고 고소한 이리와 맑은 대구 살로 우려낸 대구 맑은 탕은 대도시에서 먹는 탁하고 딱딱한 대구탕과는 이름만 같지 완전히 다른 음식이다. 암컷 대구에는 알인 ‘곤이’가 있다.

    최근 들어 용원항 횟집에선 대구회를 판다. 상인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대구는 회로 먹기엔 살이 너무 무른 생선이다. 맑은 탕으로 먹어야 제맛이 난다. 용원항 주변에 있는 횟집도 좋지만 시장 안에서 먹는 게 저렴하다. 대구를 사면 회를 떠주고 탕도 끓여준다. 대구는 몸집이 큰 생선이다. 보통 3kg 이상, 60cm는 넘어야 풍미가 제대로 난다.

    사라져가던 대구가 다시 돌아온 것은 치어 방류 덕분이다. 진해와 마주보는 거제 외포항이 방류사업의 진원지다. 1970년대 초반까지 거제에서만 연간 60만 마리가 잡혔지만, 70년대 중반 이후 대구는 남획과 해수온도 상승으로 급속히 사라졌다. 81년부터 2011년 사이 치어 251억9400마리를 방류했다. 요즘은 연간 30만 마리의 대구가 잡힌다. 1월에는 대구를 잡지 못하는 금어기다.



    요즘 외포항은 주말이면 아침부터 경상도 일대 도시에서 온 관광버스가 넘쳐난다. 갓 잡힌 대구와 말려지는 대구에 사람까지 얽혀 난장을 이룬다. 1m 정도 큰 대구도 가끔 보인다. 외포항에도 식당이 몇 개 있지만 외포항 입구에 있는 식당에 사람이 가장 많다. 대구 맑은 탕을 잘 끓이는 집이다. 외포항 방파제 부근에서는 대구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대구는 5~7일 정도 말려 먹는다. 반건조해 먹는 건대구탕은 오래전부터 먹어온 음식이다. 술집에서 파는 안주 대구포는 대구를 말린 것이다. 말린 대구를 칼로 잘라 먹으면 술안주로 좋다.

    대구는 1424년 ‘조선왕조실록’에 기록이 나올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민족이 먹어온 생선이다. 오래된 조리서에서도 대구 요리법이 빠진 법이 없다. 대구를 부르는 일본어 ‘다라’, 중국어 ‘다더우위’는 모두 우리말 대구에서 파생한 말이다.

    대구와 명태처럼 살이 하얗고 맑은 생선은 한민족의 고유 식재료였다. 알이 꽉 찬 대구를 소금에 절여 말리면 ‘약대구’, 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말리면 ‘에미’, 배를 갈라 소금을 치지 않고 그대로 말리면 ‘열작’, 내장을 빼내고 원형 그대로 말리면 ‘통대구’라 부른다. 아가미만 따로 모아 소금과 고추로 담근 ‘아가미젓’은 물론, 알로 담근 ‘곤이젓’까지 대구는 모든 부위를 먹는 일물전식(一物全食)의 전형이다.

    겨울 ‘대구 맑은 탕’… 아 시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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