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리를 내며
나뭇잎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높다고, 아니 생각보다
너무 낮다고,
나뭇잎을 밟고 갈 발은
해가 지고 첫 별과 함께 왔다.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 발소리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았다. 지금
여든한 살에 落下, 나는 떨어진다.
어디로 멀리 가고 있다. 아니
아주 가까운 어딘 듯
가슴이 두근두근 잠도 오지 않는다.
나를 끌어당기는 누군가의 引力,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은
가고 있는 은은한 내 발소리가 들린다.
10년 전이던가. 이 시를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연로한 김춘수 선생님의 마음이 잠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잘못 봤다…. 지금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 2004년 11월 29일 선생님이 작고하신 날이다. 다시 이 시를 읽으니 뭔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아, 손가락이 닿지 않는 마음의 어떤 자리가 간질간질하다. ─ 원재훈 시인
나뭇잎이 떨어졌다.
생각보다 너무 높다고, 아니 생각보다
너무 낮다고,
나뭇잎을 밟고 갈 발은
해가 지고 첫 별과 함께 왔다.
눈에는 보이지 않고
그 발소리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았다. 지금
여든한 살에 落下, 나는 떨어진다.
어디로 멀리 가고 있다. 아니
아주 가까운 어딘 듯
가슴이 두근두근 잠도 오지 않는다.
나를 끌어당기는 누군가의 引力,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가늘고 긴 네 손가락 같은
가고 있는 은은한 내 발소리가 들린다.
10년 전이던가. 이 시를 슬프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연로한 김춘수 선생님의 마음이 잠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 내가 잘못 봤다…. 지금 창밖으로 나뭇잎이 떨어지고 있다. 2004년 11월 29일 선생님이 작고하신 날이다. 다시 이 시를 읽으니 뭔가 ‘보일 듯 보일 듯 보이지 않는다’. 아, 손가락이 닿지 않는 마음의 어떤 자리가 간질간질하다.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