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어린이 전쟁’을 일으킨 ‘일밤-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아버지와 어린 자녀라는 기본 구성만 놓고 볼 때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아빠 어디 가’로부터 출발했다는 의혹을 버리기 어렵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고 돌발적인 행동이 프로그램의 매력이지만, 한편으론 그것이 한계가 되기도 한다는 점 역시 비슷하다. 그러나 두 프로그램은 유사한 배경 안에서 사뭇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근 ‘아빠 어디 가’는 아빠들만의 시간을 종종 방송한다. 엄마와 떨어져 밤을 보내는 것조차 힘들어 하던 아이들이 그사이 점차 놀이에 참여하고, 친구를 초대하며, 심지어 보호자 없이 식사를 준비하면서 독립심과 능동성을 키워온 덕분이다. 그동안 아이를 돌보는 것에 시간 대부분을 할애하던 아빠들은 이제 어른들만의 대화와 놀이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사실 ‘아빠 어디 가’는 아이들의 성장을 도우려고 여행이라는 특수한 환경을 마련하고, 엄마와의 분리를 통해 아이와 아빠가 협력하도록 설정한 실험이다. 아빠들이 씻기고 먹이는 등 육아 일부를 담당하지만 그들이 책임지는 건 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며, 그마저도 아빠들은 함께 여행 온 동료들의 도움을 상당 부분 받는다. 아이와 더 친밀해지고 아이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각 아빠의 캐릭터나 구실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어른들의 훈훈한 성장 여정을 보여준다.
아빠의 고향집을 찾은 추성훈 딸이 벽에 서서 키가 얼마나 자랐는지 눈금을 그어 보는 모습은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지향하는 바를 요약하는 장면이다. 눈에 띄게 변하는 아이들의 외모처럼, 방송은 시청자가 눈치챌 수 있을 만큼 달라지는 아빠들의 마음을 차곡차곡 기록한다. 엄마 없이 보내는 첫 48시간이 끝난 뒤 아빠들은 엄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고 편지를 쓰는 등 자신이 새롭게 깨달은 것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 모인다면 아이들의 성장만큼 훈훈한 어른들의 성장 여정을 그려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