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애니메이션 영화 ‘사이비’(감독 연상호)는 개신교로 포장한 한 사기집단의 행각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병폐를 날카롭게 꼬집은 작품이다. 댐 건설로 수몰이 예정된 한 외딴 마을이 배경이다. 여기엔 천막을 치고 예배를 드리는 신설 교회가 있고 젊은 목사 성철우(목소리 오정세 분)가 부임해 온다. 교회는 이미 스스로를 장로라고 칭하는 최경석(목소리 권해효 분)에 의해 부흥일로에 있다. 청산유수로 사람들을 꾀는 최경석은 댐건설로 인한 마을 수몰이 예수 믿는 자들에 대한 사탄의 시험이라며 기도원을 크게 지어 믿음을 증거하고 천국행을 예약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는 기도원을 맡기겠다며 성 목사를 꼬드겨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이주 보상비를 헌금으로 내게 하라고 종용한다. 삶의 터전을 곧 잃게 돼 불안에 빠진 마을 사람들은 교회에서 울고 불고 기도하면서 성 목사와 최 장로를 굳게 신봉한다.
이 와중에 집을 떠나 살던 천하의 폭군 김민철(목소리 양익준 분)이 아내와 딸에게 돌아온다. 여전히 가족에게 무자비한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그는 이주 보상비와 딸의 대학등록금을 도박으로 탕진한다. 그런데 술집에서 우연히 시비가 붙은 상대가 최 장로이고, 그가 수배 중인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김민철은 경찰과 마을 사람들에게 최 장로가 사기꾼이니 속지 말라고 떠들며 다니지만 술주정뱅이에 난봉꾼인 그의 말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아내가 교회에 빠져들고 딸은 대학등록금을 주겠다는 최 장로 꼬임에 넘어가 가출하자 분노가 극에 달한 김민철은 최 장로에게 앙갚음하려 나서고, 최 장로는 김민철로 인해 자신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알려질 위험에 처하자 하수인들을 시켜 그를 없애려 한다.

‘사이비’는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자(최경석)와 부정한 힘에 기생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자(성철우), 불행을 환상으로 대체하려는 우매한 대중(마을 사람들)을 통해 자본과 종교, 폭력, 권력이 이루는 먹이사슬과 착취 구조를 그린 우리 사회의 음화(陰畵)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