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복수극은 그것이 코미디든, 스릴러든, 멜로든 대개 그 영화가 발 딛고 선 사회의 모순을 첨예하게 드러내게 마련이다. 여성 주인공은 성적, 육체적, 경제적 약자에 속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5월 14일 개막한 제67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된 ‘도희야’는 한 걸음 진화한 여성복수극이라 꼽아도 무방하다. 단편영화로 꾸준히 주목받다 이번에 장편 데뷔작을 낸 정주리 감독, 세대는 다르지만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개성과 이미지로 정평난 주연 배두나, 김새론 등 여성 감독과 여배우가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도희야’는 외딴섬에서 의붓아버지 용하(송새벽 분)와 할머니의 학대, 마을 아이들의 괴롭힘을 당하며 살던 중학생 도희(김새론 분)와 사생활 문제로 서울에서 좌천돼 파출소장으로 부임한 엘리트 경찰 영남(배두나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남은 마을 사람들의 침묵과 방관 속에서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된 소녀의 삶에 개입하기 시작하고, 도희는 난생처음으로 자신의 울타리가 돼주는 파출소장에게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의지한다. 섬마을에 사는 거의 유일한 젊은 남자로 동네일을 도맡아 하는 용하는 영남의 비밀을 알게 되고, 이를 미끼로 영남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그러자 도희는 영남을 위해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경제와 노동 때문에 가부장적인 폭력과 방관자들의 침묵이 일상화된 섬마을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며, 영남과 도희는 서로 다른 이유로 그 희생자다. 영남은 성적 편견의 희생자고, 도희는 육체적 학대의 피해자다. 한마디로 ‘도희야’는 조용하지만 위험하고 매혹적인, 여성의 연대와 반란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