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작인 리안 감독의 ‘색, 계’는 일본제국주의 야욕이 홍콩과 상하이까지 뻗친 1930년대 말과 40년대를 배경으로 침대 위 남녀 육신에 시대와 정치를 포개놓고, 두 몸이 엉키고 맞부딪치면서 이뤄내는 교성과 파열음을 역사와 개인이 빚어내는 비극적 선율로 그려냈다. 이 영화에서 남녀 간 정사는 서로를 지배하고 장악하려는 권력 의지와 관계의 반영이었고, 침대 위에 똬리를 틀고 빨간 혀를 내두르는 것은 단지 벌거벗은 남녀의 욕망만이 아니라 위험하고 엄혹한 역사였다.
한국 영화 ‘인간중독’은 제작사에서 표방한대로 ‘색, 계’를 떠올리게 한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한국 장교 사회가 배경이다. 전장 영웅으로 조국에 귀환한 엘리트 장교와 부하 아내 사이의 금지된 사랑을 담았다.
그러나 역사와 시대는 끝내 남녀의 침대 위로 파고들지 못했고 에로티시즘은 두 배우의 매력적인 몸 안에 가두어졌다. 남녀 주인공은 육체와 영혼을 온전히 탐닉지 못하고 에로영화와 하이틴 로맨스 경계만을 오갔다. ‘인간중독’은 ‘색, 계’만큼이나 야심만만한 작품이었지만, 미술로 재현한 시대 풍경 말고는 스크린 안의 어떤 것도 야심을 따르지 못했다.
라디오만 틀면 전쟁 뉴스가 한창이던 1969년 여름, 김진평 대령(송승헌 분)은 베트남에 파병돼 탁월한 전과를 올리고 영웅이 돼 귀국한다. 그의 아내 이숙진(조여정 분)은 군 장성의 딸로 오로지 남편을 출세시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김진평은 교육대장으로 임관하고 그 밑으로 수완 좋고 야망에 가득 찬 경우진 대위(온주완 분)가 들어온다. 군관사에서 경우진과 이웃해 살게 된 김진평은 우연히 부하 아내인 종가흔(임지연 분)과 마주친다. 이것이 두 남녀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파월 부상 장병이 종가흔을 인질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마침 현장에 있던 김진평이 이를 진압해 종가흔을 구한다.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진 김진평과 종가흔은 위험한 욕망과 사랑에 이끌려 금지된 만남을 갖게 된다.
영화는 엄격한 위계와 먹이사슬로 얽힌 당시 군 사회를 통해 시대를 보여주려고 한다. 군관사의 아름다운 숲과 정원, 그리고 당당한 체격의 군인과 재키 스타일의 여성이 있는 풍경 속에서 파병 후유증과 향락의 술자리, 출세 야욕이 맞부딪친다. 그곳에서 열정 없이 살던 두 남녀, 아내의 야심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던 남자와 남편의 액세서리일 뿐이던 여자가 위험한 욕망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진평과 종가흔을 둘러싼 인물들이 간간히 보여주는 농담이나 우스개 말고는 모든 요소가 불협화음을 낸다.
파병 후유증은 진단서상으로만 있을 뿐 김진평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전쟁 폐허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은 화교라는 설정은 종가흔의 말과 표정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치명적이고 중독적이어야 할 두 사람의 정사는 때로 기계적이고 종종 상투적이며, 가끔 외설적이다. 송승헌과 임지연은 좋은 호흡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 진지한 시도가 매력적인 외모와 스타일을 넘진 못했다. 조여정과 온주완, 전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데,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 입증했듯 김대우 감독의 장기는 오히려 풍자와 해학, 유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영화 ‘인간중독’은 제작사에서 표방한대로 ‘색, 계’를 떠올리게 한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말 한국 장교 사회가 배경이다. 전장 영웅으로 조국에 귀환한 엘리트 장교와 부하 아내 사이의 금지된 사랑을 담았다.
그러나 역사와 시대는 끝내 남녀의 침대 위로 파고들지 못했고 에로티시즘은 두 배우의 매력적인 몸 안에 가두어졌다. 남녀 주인공은 육체와 영혼을 온전히 탐닉지 못하고 에로영화와 하이틴 로맨스 경계만을 오갔다. ‘인간중독’은 ‘색, 계’만큼이나 야심만만한 작품이었지만, 미술로 재현한 시대 풍경 말고는 스크린 안의 어떤 것도 야심을 따르지 못했다.
라디오만 틀면 전쟁 뉴스가 한창이던 1969년 여름, 김진평 대령(송승헌 분)은 베트남에 파병돼 탁월한 전과를 올리고 영웅이 돼 귀국한다. 그의 아내 이숙진(조여정 분)은 군 장성의 딸로 오로지 남편을 출세시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인물이다. 김진평은 교육대장으로 임관하고 그 밑으로 수완 좋고 야망에 가득 찬 경우진 대위(온주완 분)가 들어온다. 군관사에서 경우진과 이웃해 살게 된 김진평은 우연히 부하 아내인 종가흔(임지연 분)과 마주친다. 이것이 두 남녀의 운명을 바꿔놓는다. 파월 부상 장병이 종가흔을 인질로 난동을 부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마침 현장에 있던 김진평이 이를 진압해 종가흔을 구한다. 이 일을 계기로 가까워진 김진평과 종가흔은 위험한 욕망과 사랑에 이끌려 금지된 만남을 갖게 된다.
영화는 엄격한 위계와 먹이사슬로 얽힌 당시 군 사회를 통해 시대를 보여주려고 한다. 군관사의 아름다운 숲과 정원, 그리고 당당한 체격의 군인과 재키 스타일의 여성이 있는 풍경 속에서 파병 후유증과 향락의 술자리, 출세 야욕이 맞부딪친다. 그곳에서 열정 없이 살던 두 남녀, 아내의 야심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던 남자와 남편의 액세서리일 뿐이던 여자가 위험한 욕망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김진평과 종가흔을 둘러싼 인물들이 간간히 보여주는 농담이나 우스개 말고는 모든 요소가 불협화음을 낸다.
파병 후유증은 진단서상으로만 있을 뿐 김진평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전쟁 폐허 속에서 처절하게 살아남은 화교라는 설정은 종가흔의 말과 표정 어디에서도 느껴지지 않는다. 치명적이고 중독적이어야 할 두 사람의 정사는 때로 기계적이고 종종 상투적이며, 가끔 외설적이다. 송승헌과 임지연은 좋은 호흡과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그 진지한 시도가 매력적인 외모와 스타일을 넘진 못했다. 조여정과 온주완, 전혜진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돋보이는데, ‘음란서생’과 ‘방자전’에서 입증했듯 김대우 감독의 장기는 오히려 풍자와 해학, 유머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