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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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디 총리, 개혁을 부탁해”

인도 국민들 16대 총선서 개혁 열망 표출…새로운 시대 새 발전 큰 기대

  • 정인채 델리 통신원 inchaijung@me.com

    입력2014-05-26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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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었다. 인도 국민의 개혁에 대한 갈망은 거셌다. 나렌드라 모디(64)를 내세운 제1 야당 인도국민당과 국민민주연합은 선출직 전체 하원의석 543석 중 압도적 다수인 337석을 차지했다. 반면 인도 정가를 이끌어온 네루 간디 가문은 이번 총선에서 완패했다.

    지난 한 달 인도는 총선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인도 하원을 ‘로크사바’라 부르는데, 인도 총선은 로크사바 의원을 선출하는 직접선거를 뜻한다. 임기는 5년으로 의원 총 552명으로 구성되며, 이 중 각 주를 대표하는 530명과 인도 연합 영토를 대표한 20명이 총선을 통해 선출되고 나머지 2명은 영국계 인도인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 중 최소 543석이 선출직이며 나머지 7석은 선출직이 될 수도 있고, 임명 등을 통해 할당될 수도 있다. 의석수는 각 주 혹은 연합 영토별로 인구수에 비례해 배분한다.

    총선도 치르기 전 총리 후보 지명

    인도는 대통령을 둔 의원내각제이지만 대통령의 임무는 상징적이다.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을 확보한 당이 정권 장악과 더불어 실질적 국가원수인 총리를 배출하게 된다. 5월 31일을 끝으로 15대 로크사바는 해산되고,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새 의회가 구성된다.

    이번 총선에서는 총 543석을 두고 인도국민당으로 대표되는 국민민주연합과 통일진보연합(UPA) 두 진영이 대결했다. 지난 10년간 정권을 유지해온 국민회의당의 수성이냐, 인도국민당의 정권 탈환이냐를 두고 12억 인도인을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전체 유권자 수가 8억 명에 달하는 인도는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로 불린다. 8억 명의 표심을 반영한 이번 총선은 다양한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먼저 엄청난 선거 규모를 들 수 있다. 4월 7일 아삼 주에서 시작된 투표는 한 달 넘게 진행됐는데, 지역구별 총 9단계에 걸쳐 5월 16일 개표까지 6주가 걸렸다.

    인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선거비만 역대 최다인 약 6억 달러, 정당의 선거운동비는 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총선의 3배로 2012년 미국 대통령선거에 이어 세계 선거 역사상 두 번째 규모다. 8251명이 입후보한 데다, 모디를 중심으로 정권 교체를 노린 국민민주연합 진영이 전국적 규모의 선거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인도 국민은 현 정권의 각종 이권 관련 비리와 뿌리 깊은 공직자 부패, 사회적 부조리, 빈부 격차, 기록적인 물가 인상과 경기 침체로 이어진 경제 정책에 불만이 많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이 1500달러인 저소득 국가로, 최저 급여는 월 100달러 수준이다. 인구 90%의 평균 일일 소비는 1~2달러(도시인구 90% 일일 인당 소비 142.7루피 이하, 지방인구 90% 일일 인당 소비 68.5루피) 수준에 불과하다. 이처럼 빈곤이 팽배한 상황에서 기름값과 식탁 물가의 지속적 상승으로 대대적 집회 및 파업이 이어졌다.

    지난해 11월 필자가 타밀나두 주 첸나이를 방문했을 때 모디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 일찌감치 선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이번 선거는 자연히 높은 투표율로 이어졌다. 5억50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 66.38%를 기록했다. 이는 1984년 기록을 뛰어넘는, 민주주의 선거 역사상 전무한 수치다.

    모디는 구자라트 주 총리를 역임하며 친(親)기업적이고 공격적인 경제 정책을 통해 개혁과 경제 발전을 일궜다. 이 덕분에 그는 일찌감치 차기 유력 주자로 떠올랐고, 변화와 개혁 아이콘으로서 정권 교체 선봉장에 섰다. 야당이 총선도 치르기 전 총리 후보를 지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편 여당인 국민회의당은 ‘네루-간디’ 집안의 적자 라훌 간디를 유세 전면에 내세웠다. 인도 정치 명문으로서 자와할랄 네루, 그의 딸 인디라 간디, 그녀의 아들 라지브 간디 등 3명의 총리를 배출한 가문의 정통성을 부각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인도국민당이 현 정권의 실정과 부패를 타깃으로 삼았다면, 국민회의당은 모디의 자질을 심판대에 올렸다. 차(茶) 상인 집안으로 낮은 계급의 출신 성분, 이혼 경력, 2002년 구자라트에서 발생해 1000여 명이 사망한 ‘힌두·무슬림 유혈사태’ 등을 언급하며 국가 지도자로서의 정통성과 자질을 의심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펼쳤다. 특히 구자라트 사태 당시 모디가 힌두에 편향된 방관적 태도를 보인 것을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인도 유권자가 보기에는 40대 초반에 불과한 라훌 간디 또한 검증받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번 선거로 전체 543개 의석 가운데 국민민주연합이 330석 이상을 확보함으로써 변화와 개혁에 대한 인도 국민의 열망이 표출됐다. 특히 인도국민당은 단독으로 283석을 확보하며 과반(272석)을 넘겼는데, 이는 단순한 정권 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도국민당은 15대 총선의 116석에 비해 2배를 훌쩍 넘겨 인도 총선 역사상 30년 만에 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기록도 세웠다.

    단독 과반 의석이 강력한 힘

    한편 국민회의당은 59석(15대 총선 20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인도의 가장 오랜 정당인 국민회의당은 이제까지 세 자릿수 미만의 의석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여기에 10석 이상을 확보한 주가 없고, 7개 주에서는 단 하나의 의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인디라 간디가 하얀색 사리를 입고 단상에 올라 힌두의 정통성과 ‘네루-간디’ 집안의 혈통을 역설하며 집권했던 만큼 인도 정치에서는 카스트로 대변되는 인물의 출신 성분과 정통성이 강조돼왔다. 국민회의당은 비록 정권 교체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유지해왔고, 언제나 정가 중심에 자리하며 새로운 ‘네루-간디’가를 중심으로 다음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인도 제1당의 철옹성이 무너진 것이다.

    인도 총선은 양대 정당이 아닌 각 당을 중심으로 한 연합 간 대결로 벌어진다. 국민회의당과 인도국민당이라는 양대 정당이 이 연합의 중심축을 이루지만, 로크사바의 의석수 확보를 중심으로 한 인도 의회 민주주의의 특성상 단독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캐스팅보트는 지역 정당 내지 군소 정당이 갖게 된다. 이는 집권 정당의 정책 추진에서 한계점으로 작용했다. 인도국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것은 모디의 개혁에 강력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인도국민당은 ‘새로운 시대의 시작(The Start of New Era)’이라고 선언했고, 모디는 자신의 트위터에 ‘인도의 승리다. 좋은 날이 오고 있다(India has won. Good days are coming)’라고 썼다.

    이번 선거로 인도 국민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지만 일각에선 “모디가 국민에게 달과 별을 가져다주겠다고 했고, 국민은 꿈을 샀다”며 낙관주의를 경계한다. 일단 사회에 만연한 비리와 부패를 없애려는 개혁 의지에 지지를 보내지만, 그동안 모디의 경제 정책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부패를 척결하고 경제 성장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 지켜볼 일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인도에서 개혁으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다. 모디의 반무슬림 행보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힌두 근본주의, 인도 내 1억5000만 명에 이르는 무슬림과의 갈등 증폭 가능성, 파키스탄과의 긴장관계 악화 등 외교문제도 골칫거리다. 인도가 세계 경제의 스타플레이어가 되고, 역동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개혁이 필수적이다.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녹여내는 다양성의 나라 인도가 불순물을 거르고 순금만을 녹여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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