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최고경영자(CEO) 앞날이 ‘시계 제로(0)’였던 포스코와 KT는 우여곡절 끝에 결국 새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민영화된 공기업인 이들 두 기업 수장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냉대,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검찰 수사 등의 압박이 이어지자 11월 초 열흘 시차를 두고 정준양 포스코 회장과 이석채 KT 회장이 잇달아 사임을 표명했다. 이제 관심은 누가 후임자가 될 것인가로 쏠리고 있다.
#포스코 차기 CEO 후보군
포스코의 경우 자천타천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내외부 인사를 통틀어 12명 선이다. 스스로 자기 의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후보 추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물망에 오르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후보군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내부인사로는 박기홍 포스코 기획재무부문 대표이사(사장),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 대표이사(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최종태 포스코경영연구소 부회장이 후보군에 올랐다.
내부인사는 본사와 계열사 인사로 나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본사에서 계열사로 나간 이들은 기본적으로 회장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로 분류된다고 한다. 따라서 계열사 인사가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권력의 힘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박기홍 사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조정위원을 시작으로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고 미래전략실장, 전략기획총괄장(부사장)을 거쳐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재로선 선임 사장이지만 외부(산업연구원) 출신이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준식 사장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거쳐 1981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했다. 탄소강사업부문 광양제철소 소장(전무)을 거쳐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6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졸업했다.
이동희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경동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 재무투자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동화 부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남고,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1976년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상무),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부회장에 올랐다.
김진일 사장은 용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최종태 부회장은 강원 정선 출신으로 동대문상고, 중앙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전략기획총괄 사장을 거쳤다.
OB(Out of Bound)이긴 하지만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도 유력한 내부인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윤 전 회장은 2009년 포스코 회장 후보 선출 당시 정준양 회장에게 밀렸다.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윤 회장을 지지했으나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정 회장을 밀었고 윤 전 회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윤 전 회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인천고,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최근 정계에 복귀한 여권 중진이 동문이라 윤 전 회장이 특별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원도 고루 받는다는 소문도 돈다.
윤 전 회장이 선임될 경우 포스코 내부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2009년 정준양 회장과 경쟁 때 정 회장 편에 섰던 이들에 대한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본인의 명예회복에 만족한다면 모르지만 왕당파(정 회장 지지파)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포스코 상무 출신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구 부회장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부산고 동문으로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포스코 출신으로 포스코 일에 관심은 있지만 회장을 노리고 열심히 뛴다는 것은 와전된 말”이라고 전했다.
외부인사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출신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회장에 선임될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을 뜻하므로 낙하산 시비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이사회를 열어 최종 선임하게 돼 있다. 현직 CEO가 사임할 경우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승계 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표명해야 한다. 2014년 주총은 3월 14일이다. 그런데 12월 20일 정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이르면 이 자리에서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날 개연성도 있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이다. 사내이사는 현재 정 회장, 박기홍 사장, 김준식 사장, 장인환 부사장, 김원규 부사장이며, 이 전 총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는 한준호 삼천리 회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 등이다.
#KT CEO 후보군
KT는 이미 CEO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자천타천 10여 명이 후보군에 올랐다. 크게 관료 출신과 삼성전자 출신, 그리고 KT 내부인사로 좁혀진다. 거론되는 후보 중에는 본인 의지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본인 뜻과 관계없이 후보로 거론되다 보니 KT 회장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경우도 나왔다.
관료 출신으로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김창곤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거론된다. 형태근 전 상임위원은 대구 출신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구고 동문이다. 이 둘은 행정고시 22회에 나란히 합격한 동기로 절친한 사이임이 익히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 실세와의 관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수 전 차관과 김창곤 전 차관은 전문성 부문에서 인정을 받으며, 원만한 조직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차관 출신이라 중량감이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방석호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도 관료 출신 후보군이다. 꾸준히 KT 회장 후보로 거론돼온 윤창번 대통령 미래전략수석도 언급된다.
KT CEO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온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과 정치는 분명 다른 영역”이라며 KT 회장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출신 인사도 많이 거론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관료로서의 중량감과 삼성전자 출신으로서의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것이 강점이다. 참여정부 출신이라 낙하산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애니콜 신화’를 만든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의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KT 출신으로 현재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MSC)을 맡고 있는 홍원표 사장도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 출신은 지금의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이 되는 데 일조한 능력은 인정받지만, 통신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제조 기반의 삼성전자와 서비스 기반의 KT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분열된 조직을 통합하고 조직 구성원을 아우르려면 KT 내부인사를 CEO로 선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조직원의 신망도 두터운 인사들이 CEO 후보로 거론된다.
표현명 CEO 직무대행(T·C 부문 사장), 이상훈 전 사장, 최두환 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표현명 직무대행은 CEO추천위원으로 참여가 유력했으나 김일영 사장이 대신 추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CEO 후보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추천위원으로 참여하면 CEO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이에 대해 KT는 직무대행 업무에 충실하려고 업무를 분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현명 직무대행이 이 전 회장의 잔여임기를 소화하고, 이후 새 CEO를 선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표 직무대행은 KT 사정을 잘 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것이 부담이다.
이상훈 전 사장은 기술과 사업에 모두 뛰어나며,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는 공채 1기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두 사람 모두 내부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CEO추천위원회를 통해 압축된다. KT는 11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이현락 사외이사(세종대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장과 사외이사 7명이 포함됐으며, 정관에 따라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사내이사 1인 몫으로는 김일영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이 선임됐다. 추천 방식은 25일 열리는 CEO추천위원회에서 논의한다.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왜?
이사회는 CEO 후보에 대한 심사 기준도 새롭게 마련했다. KT 정관에 있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과 학위 △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실적, 경영기간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의 심사 기준 항목에 ‘개혁과 혁신 추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추가했다. KT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내부인사보다 외부인사를 선임할 공산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CEO추천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후보자 공모 과정을 거칠지, 추천 방식으로 할지 등도 결정해야 한다.
이석채 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사의표명 배경에 과연 청와대가 개입됐을까. 11월 3일 이 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그 배경을 두고 검찰 수사 등 내외부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회장의 경우도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등 외부 압력이 거론됐다. 11월 15일 정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해 이사회에 후임 회장을 뽑아달라고 했다.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8월 말 청와대가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사임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정 회장에게도 그런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조원동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사임 압력 당사자로 지목됐지만 본인은 부인했고, 잠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이 이어졌다. 정 회장이나 이 전 회장은 모두 사임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CEO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정 회장은 10월 세계철강협회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포스코와 KT 모두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수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제 두 CEO가 모두 사의표명을 한 만큼 새 수장이 공정하게 선출돼야겠지만 현재로선 박근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자리를 차지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는데, 이것이 정상화로 가는 길인지 이해가 안 된다. 두 기업의 차기 회장 인선은 철저하게 내부 시스템에 맡겨야 4년 뒤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포스코 차기 CEO 후보군
포스코의 경우 자천타천 물망에 오르는 사람은 내외부 인사를 통틀어 12명 선이다. 스스로 자기 의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후보 추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전부터 물망에 오르면서 오히려 역차별을 받아 후보군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내부인사로는 박기홍 포스코 기획재무부문 대표이사(사장), 김준식 성장투자사업부문 대표이사(사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김진일 포스코켐텍 사장, 최종태 포스코경영연구소 부회장이 후보군에 올랐다.
내부인사는 본사와 계열사 인사로 나뉜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본사에서 계열사로 나간 이들은 기본적으로 회장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로 분류된다고 한다. 따라서 계열사 인사가 회장 자리에 오를 경우 권력의 힘을 등에 업은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견해도 제기된다.
박기홍 사장은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조정위원을 시작으로 포스코와 인연을 맺었고 미래전략실장, 전략기획총괄장(부사장)을 거쳐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현재로선 선임 사장이지만 외부(산업연구원) 출신이란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김준식 사장은 광주 출신으로 광주일고,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거쳐 1981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했다. 탄소강사업부문 광양제철소 소장(전무)을 거쳐 3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06년 한국과학기술원 테크노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졸업했다.
이동희 부회장은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눈길을 끌었다. 경북 봉화 출신으로 경동고,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포스코 기획재무부문장(부사장), 재무투자부문장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0년부터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정동화 부회장은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남고,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거쳐 1976년 포항제철에 입사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부소장(상무), 포스코건설 플랜트사업본부 본부장(부사장),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지난해 3월 부회장에 올랐다.
김진일 사장은 용산고, 서울대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초 차기 회장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최종태 부회장은 강원 정선 출신으로 동대문상고, 중앙대 문헌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포스코 전략기획총괄 사장을 거쳤다.
OB(Out of Bound)이긴 하지만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도 유력한 내부인사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윤 전 회장은 2009년 포스코 회장 후보 선출 당시 정준양 회장에게 밀렸다. 당시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 윤 회장을 지지했으나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정 회장을 밀었고 윤 전 회장에게 사퇴 압력을 가했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윤 전 회장은 충남 서산 출신으로 인천고,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최근 정계에 복귀한 여권 중진이 동문이라 윤 전 회장이 특별 지원을 받는다는 얘기도 있고, 청와대 관계자들의 지원도 고루 받는다는 소문도 돈다.
윤 전 회장이 선임될 경우 포스코 내부가 소용돌이에 휘말릴 공산이 크다. 2009년 정준양 회장과 경쟁 때 정 회장 편에 섰던 이들에 대한 정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본인의 명예회복에 만족한다면 모르지만 왕당파(정 회장 지지파)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포스코 상무 출신인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도 후보군에 들어 있다. 구 부회장은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부산고 동문으로 박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포스코 출신으로 포스코 일에 관심은 있지만 회장을 노리고 열심히 뛴다는 것은 와전된 말”이라고 전했다.
외부인사로는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출신인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보건복지부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김원길 국민희망서울포럼 상임고문, 진념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회장에 선임될 경우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을 뜻하므로 낙하산 시비 등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CEO는 CEO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이사회가 CEO 후보가 되는 사내이사 후보 1인을 추천하고,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이사회를 열어 최종 선임하게 돼 있다. 현직 CEO가 사임할 경우 임기만료 3개월 전까지 승계 의사를 이사회 의장에게 표명해야 한다. 2014년 주총은 3월 14일이다. 그런데 12월 20일 정기 이사회가 예정돼 있어 이르면 이 자리에서 차기 회장 윤곽이 드러날 개연성도 있다.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이영선 전 한림대 총장이다. 사내이사는 현재 정 회장, 박기홍 사장, 김준식 사장, 장인환 부사장, 김원규 부사장이며, 이 전 총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는 한준호 삼천리 회장, 이창희 서울대 교수, 제임스 비모스키 두산 부회장, 신재철 전 LG CNS 사장, 이명우 한양대 특임교수 등이다.
#KT CEO 후보군
KT는 이미 CEO추천위원회가 구성됐고, 자천타천 10여 명이 후보군에 올랐다. 크게 관료 출신과 삼성전자 출신, 그리고 KT 내부인사로 좁혀진다. 거론되는 후보 중에는 본인 의지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지와 무관하게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사람도 있다. 실제로 본인 뜻과 관계없이 후보로 거론되다 보니 KT 회장을 맡을 의사가 없음을 밝히는 경우도 나왔다.
관료 출신으로는 형태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김창곤 전 정보통신부 차관이 거론된다. 형태근 전 상임위원은 대구 출신에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구고 동문이다. 이 둘은 행정고시 22회에 나란히 합격한 동기로 절친한 사이임이 익히 알려졌다. 하지만 정치권 실세와의 관계가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수 전 차관과 김창곤 전 차관은 전문성 부문에서 인정을 받으며, 원만한 조직통합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차관 출신이라 중량감이 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산업자원부 장관 출신인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 방석호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도 관료 출신 후보군이다. 꾸준히 KT 회장 후보로 거론돼온 윤창번 대통령 미래전략수석도 언급된다.
KT CEO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온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과 정치는 분명 다른 영역”이라며 KT 회장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삼성전자 출신 인사도 많이 거론된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관료로서의 중량감과 삼성전자 출신으로서의 경영능력까지 겸비한 것이 강점이다. 참여정부 출신이라 낙하산 논란도 피할 수 있다. ‘애니콜 신화’를 만든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의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도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KT 출신으로 현재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장(MSC)을 맡고 있는 홍원표 사장도 후보로 꼽힌다.
삼성전자 출신은 지금의 삼성전자가 세계적 기업이 되는 데 일조한 능력은 인정받지만, 통신 전문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제조 기반의 삼성전자와 서비스 기반의 KT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분열된 조직을 통합하고 조직 구성원을 아우르려면 KT 내부인사를 CEO로 선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내부 사정에 누구보다 밝고, 조직원의 신망도 두터운 인사들이 CEO 후보로 거론된다.
표현명 CEO 직무대행(T·C 부문 사장), 이상훈 전 사장, 최두환 전 사장이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표현명 직무대행은 CEO추천위원으로 참여가 유력했으나 김일영 사장이 대신 추천위원으로 참여하면서 CEO 후보로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추천위원으로 참여하면 CEO 후보 자격이 박탈된다. 이에 대해 KT는 직무대행 업무에 충실하려고 업무를 분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현명 직무대행이 이 전 회장의 잔여임기를 소화하고, 이후 새 CEO를 선임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표 직무대행은 KT 사정을 잘 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이 전 회장의 측근으로 평가되는 것이 부담이다.
이상훈 전 사장은 기술과 사업에 모두 뛰어나며, 김영환 전 KT네트웍스 대표는 공채 1기라는 상징성을 갖는다. 두 사람 모두 내부 신망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은 CEO추천위원회를 통해 압축된다. KT는 11월 18일 이사회를 열고 이현락 사외이사(세종대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위원장과 사외이사 7명이 포함됐으며, 정관에 따라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사내이사 1인 몫으로는 김일영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이 선임됐다. 추천 방식은 25일 열리는 CEO추천위원회에서 논의한다.
갑작스러운 사의 표명 왜?
이사회는 CEO 후보에 대한 심사 기준도 새롭게 마련했다. KT 정관에 있는 △경영·경제에 관한 지식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경력과 학위 △경영경험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과거 경영실적, 경영기간 △기타 최고경영자로서 자질과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의 심사 기준 항목에 ‘개혁과 혁신 추진력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 등’을 추가했다. KT를 개혁할 수 있는 인물을 발탁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내부인사보다 외부인사를 선임할 공산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CEO추천위원회는 위원장을 제외한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후보를 추천하고,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를 결정한다. 후보자 공모 과정을 거칠지, 추천 방식으로 할지 등도 결정해야 한다.
이석채 전 KT 회장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사의표명 배경에 과연 청와대가 개입됐을까. 11월 3일 이 전 회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그 배경을 두고 검찰 수사 등 내외부 압박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회장의 경우도 포스코에 대한 세무조사 등 외부 압력이 거론됐다. 11월 15일 정 회장은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해 이사회에 후임 회장을 뽑아달라고 했다. 외압이나 외풍은 없었다”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8월 말 청와대가 이석채 전 KT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사임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정 회장에게도 그런 메시지가 전달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당시 조원동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이 사임 압력 당사자로 지목됐지만 본인은 부인했고, 잠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등으로 압박이 이어졌다. 정 회장이나 이 전 회장은 모두 사임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CEO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정 회장은 10월 세계철강협회 회장직을 수락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포스코와 KT 모두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 수난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제 두 CEO가 모두 사의표명을 한 만큼 새 수장이 공정하게 선출돼야겠지만 현재로선 박근혜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가 자리를 차지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재계 인사는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했는데, 이것이 정상화로 가는 길인지 이해가 안 된다. 두 기업의 차기 회장 인선은 철저하게 내부 시스템에 맡겨야 4년 뒤 이런 불행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