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문턱에서 한껏 움츠린 채 걸어 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검고 무거운 무채색 코트 속에는 어떤 몸이 숨어 있을까. 상상해보지만 어쩐지 텅 빈 이미지만 떠오른다. 지난여름 강렬한 태양 아래 한껏 깊고 기름진 굴곡을 뽐내던 그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늘 잠을 덜 잔 것처럼 찌뿌듯한 겨울, 급한 대로 ‘육체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공연이 있다. 이색공연 ‘푸에르자 부르타’이다.
정해진 무대도, 좌석도 없다. 맥주를 마시며 대기하던 관객들은 공연 스태프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공연을 즐긴다. 그들은 앞, 뒤, 옆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움직이는 몸을 보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남녀 출연진 10명은 70분간 말없이 몸을 움직인다. 정장차림의 남자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리며 끊임없이 던져지는 장애물을 피하고, 밧줄에 매달린 두 여자는 관객 사이에서 춤을 춘다. 하이라이트는 천장에서 물놀이하는 여인 4명. 수영복과 다름없는 차림의 여인들이 물을 가득 채운 투명 천장에서 몸을 비틀고 뜀뛰는 것을 보노라면 정신이 아련해지고 몽롱한 기분에 푹 빠지게 된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뜻한다. 인간 본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목적인 힘 말이다. 10명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다 보면 관객 역시 자연스레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소리를 지르게 된다.
사실 객석에 가만히 앉아 보는 현대적 의미의 공연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네 마당놀이처럼 어느 순간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함께 몸짓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연이었다. 최근 록뿐 아니라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성행하는 점을 보면 관객 역시 열린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옆 사람 눈치 보는 것도 잠시,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를 맞다 보면 관객들도 마치 발가벗은 아담과 하와처럼 뛰놀게 된다.
몸짓은 70분간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낸다. 러닝머신처럼 무대를 끊임없이 걷는 것은 쳇바퀴 도는 일상을 상징하고, 신비로운 보랏빛과 노랑 빛으로 쉼 없이 물드는 천장에 와이어를 단 두 여인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자유로운 영혼을 찾아 떠나는 전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 희고 단조로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다시 일터로 가는 장면도 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운명적으로 견뎌야 하는 일상의 고통 속에서 힘차게 터져 나오는 환희의 몸짓을 보고 있으면,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고정된 일과가 아니라 가끔의 일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옷이 흠뻑 젖기 때문에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매서운 바람을 피해 코트 깃을 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주차장까지 뛰어가야 한다. 어쩌면 오랜만에 몸을 쓴 탓에 없던 근육통까지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뛰놀면서 내 몸 구석구석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탈이다.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FB빅탑시어터.
정해진 무대도, 좌석도 없다. 맥주를 마시며 대기하던 관객들은 공연 스태프 안내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공연을 즐긴다. 그들은 앞, 뒤, 옆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움직이는 몸을 보게 된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남녀 출연진 10명은 70분간 말없이 몸을 움직인다. 정장차림의 남자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달리며 끊임없이 던져지는 장애물을 피하고, 밧줄에 매달린 두 여자는 관객 사이에서 춤을 춘다. 하이라이트는 천장에서 물놀이하는 여인 4명. 수영복과 다름없는 차림의 여인들이 물을 가득 채운 투명 천장에서 몸을 비틀고 뜀뛰는 것을 보노라면 정신이 아련해지고 몽롱한 기분에 푹 빠지게 된다.
‘푸에르자 부르타’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뜻한다. 인간 본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맹목적인 힘 말이다. 10명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엄청난 에너지를 느끼다 보면 관객 역시 자연스레 리듬에 몸을 맡긴 채 소리를 지르게 된다.
사실 객석에 가만히 앉아 보는 현대적 의미의 공연은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네 마당놀이처럼 어느 순간 객석과 무대가 하나가 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함께 몸짓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공연이었다. 최근 록뿐 아니라 재즈, 모던록 등 다양한 야외 뮤직 페스티벌이 성행하는 점을 보면 관객 역시 열린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공연을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옆 사람 눈치 보는 것도 잠시, 무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대포를 맞다 보면 관객들도 마치 발가벗은 아담과 하와처럼 뛰놀게 된다.
몸짓은 70분간 직장인의 애환을 담아낸다. 러닝머신처럼 무대를 끊임없이 걷는 것은 쳇바퀴 도는 일상을 상징하고, 신비로운 보랏빛과 노랑 빛으로 쉼 없이 물드는 천장에 와이어를 단 두 여인이 훨훨 날아다니는 모습은 마치 자유로운 영혼을 찾아 떠나는 전사를 표현하는 것 같다. 희고 단조로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뒤 다시 일터로 가는 장면도 있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라면 운명적으로 견뎌야 하는 일상의 고통 속에서 힘차게 터져 나오는 환희의 몸짓을 보고 있으면, 삶을 지속하게 하는 것은 고정된 일과가 아니라 가끔의 일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옷이 흠뻑 젖기 때문에 공연장을 나서는 순간부터 매서운 바람을 피해 코트 깃을 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주차장까지 뛰어가야 한다. 어쩌면 오랜만에 몸을 쓴 탓에 없던 근육통까지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뛰놀면서 내 몸 구석구석이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참으로 즐거운 일탈이다. 12월 31일까지,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내 FB빅탑시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