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카콜라와 벌크와인으로 유명한 미국에서도 좋은 와인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와인이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고 나아가 삶을 윤택하게 한다는 믿음으로 그는 52세에 나파 밸리에 자신의 양조장을 세웠다.
아드리아해를 바라보는 이탈리아 마르케 지방이 고향인 이민자의 아들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와인 산업의 나침반 구실을 했다. 스스로 정하고 그대로 지키면 곧 규범이 됐다. 포도 품종 이름을 라벨에 표시한 것이 오늘날 신세계 와인의 규칙이 된 것이나 소비뇽 블랑을 퓌메 블랑이라 바꿔 표시했어도 오늘날 두 이름이 같다고 여기는 것이 그 예다.
또한 그는 미국 땅에서도 고급 와인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만방에 입증하려고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쉴드와 합작했다. 그 결과 몬다비와 무통이 함께 만든 ‘오푸스 원’은 미국 고급 와인의 효시가 됐다. 오푸스 원의 뜻은 작품번호 1번. 작품 같은 고품질 와인의 시대를 알린 것이다.
로버트 몬다비의 피노 누아는 아무래도 미국 토양의 맛이 풍긴다. 은은하고 담백하고 깔끔하고 새콤한 부르고뉴 피노 누아와는 좀 다르다. 풍성한 일조량과 덜 거친 토양 때문에 진하고 강렬한 피노 누아로 변모한다.
캘리포니아의 태양이 빚은 피노 누아는 검붉은 과일 맛이 톡 쏘며, 체리 맛도 풍긴다. 섬세하거나 묘한 맛은 아니지만 체리의 플레이버가 느껴져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다. 레드 와인이 조금씩 부담스러워지는 이런 계절엔 이렇게 한번 먹어보자. 닭백숙에서 발라낸 살이나 오리 로스구이 한 점에 곁들이는 것이다. 그러면 부드러운 육질을 그대로 느끼면서 피노 누아의 경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수입 신동와인. 가격 4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