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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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팎서 꼴불견 싸움 … 국민은 무관심

민주당, 6·10에 국민 냉담 자성론 대두 … 한나라당, 쇄신 파문 내용 점점 확산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09-06-17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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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팎서 꼴불견 싸움 … 국민은 무관심

    6월9, 10일 서울광장을 점거한 민주당 의원들. 마이크를 잡은 이는 송영길 의원(좌). 6월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포럼 창립 1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박근혜 전 대표, 김무성 의원(오른쪽부터). 함께 앉아 있지만 생각은 많이 다른 듯(우).

    민주당은 거리로 나섰고,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홀로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를 열고 있다. 여야가 ‘따로 정치’에 나선 것.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따른 조문정국의 여파 때문에 6월 임시국회가 법정 개회일(1일)을 훌쩍 넘겨서도 좀처럼 문을 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여야 따로 정치의 극명한 사례는 6·10항쟁 22주년인 6월10일에 나타났다.

    이날 민주당은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 문화제를 겸한 6·10항쟁 22주년 범국민대회에 참가했다. 같은 날 한나라당은 국회에서 단독 상임위(외교통상통일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열었다. 민주당은 전날부터 서울광장 ‘사수’를 위해 악천후 속에서 밤샘 집회를 한 터였다. 민주당 의원 20여 명이 6월9일부터 서울광장을 지켰고, 10일 새벽에는 다른 의원들이 속속 합류했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소속 의원들도 가세했다. 조문정국에 이어 6·10항쟁의 불씨를 살려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기세가 역력했다.

    ‘따로 정치’ 극단 달리는 여야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민심을 외면하지 말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또 “민심을 외면하는 정권의 말로는 늘 불행했다”고도 강조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더 이상의 국민적 호응은 없었다. 민주당 처지에선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5년 만에 한나라당보다 우위에 선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겠지만 여론은 냉담했다. 그러자 당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일고 있다. “당의 정책적 노력이 아닌, 노 전 대통령의 서거로 지지율을 회복한 데 안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당내에서 높아지는 형국.

    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노무현의 정신 계승’을 강조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해왔지만, 애도 열기가 서서히 식으면서 고질병인 내부 분열 양상이 다시 나타난다. 노무현 정부 정책의 재추진 여부나 6월 임시국회 전략 등을 놓고 소(小)계파별로 이견을 보이는 것이 대표적 사례. 주류 측은 “노 전 대통령 추모 물결을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며 ‘강경론’을 펴고 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 계열이 주축인 옛 민주계는 ‘자성’을 촉구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장상 최고위원은 “국민 정서에 편승하는 것으로 보이면 국민이 준 점수를 다시 수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영진 의원의 경우 “노 전 대통령님을 보면서 심지어 가해자 편에 서지 않았나 깊이 반성해야 이명박 정부의 반성도 요구할 수 있다. 민주당 소속 모든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국민 앞에 진솔한 사죄를 위한 자정결의대회를 꼭 해야 한다”며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따로 정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

    하지만 이런 속앓이는 한나라당이 더 심하다. 한나라당은 6월10일 ‘선(先)상임위, 후(後)본회의 개회’ 전략에 따라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와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를 단독으로 열었다. 외통위에는 한나라당 의원들만 참석해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북한 핵문제 및 대북제재 방안, 한·미 외교장관 회담 결과 등을 보고받았다. 쟁점 법안인 비정규직법을 다뤄야 할 환노위 역시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이 10분 정도 간단한 대화만 나눈 뒤 산회했다.

    한나라당은 외형적으론 ‘6·10범국민대회’를 기점으로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일단락됐다고 판단, 국회 개회에 총력을 쏟는 중이다.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는 6월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어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일부 야당이 벌린 정치굿판은 국민적 호응을 얻지 못한 채 끝났다. 국민은 여야가 국회를 빨리 열어 민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과 법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나라당은 여론을 의식해 단독 상임위를 열어 정책에 집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속으론 민주당보다 더 부글부글 끓고 있다.

    박희태 대표의 복심은 뭐냐

    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원희룡 위원장을 축으로 하는 쇄신특위의 갈등 정도는 언제든 봉합될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친(親)이명박계와 친(親)박근혜계의 대립은 당내에서 ‘따로 정치’의 극치를 보여준다. 한나라당 쇄신운동의 종착점도 역시 박근혜 전 대표. ‘화합형 조기 전당대회론’은 박 전 대표의 대표 추대가 핵심이다. 하지만 친박계는 이를 ‘박근혜 고사(枯死) 작전’이라며 거세게 반발한다. 박 전 대표의 핵심 측근 의원은 “‘대표 카드’를 받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는데도 국정운영에 협력하지 않고 발목만 잡는다는 식으로 비판을 해댈 테고, 반대로 카드를 받으면 그 자리에 올려놓고 무작정 흔들기에 나서겠다는 의도 아니냐”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주류 내부에서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 선언 이후 그 빈자리를 채울 채비를 하는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조기 전당대회가 열릴 경우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에 더해 ‘박희태 결단설’까지 나돈다. 박 대표가 오는 10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통한 원내 진입을 위해 대표직을 과감히 버림으로써 대중적 인지도를 높여갈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권 인사는 “박 대표가 10월 재·보선을 통해 원내로 들어와 국회의장을 노릴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상태”라며 “10월 재·보선이라는 정치 일정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박 대표가 조기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고 지명직 당직 인선을 하지 않은 것 같다. 8월에 전당대회가 실시되면 당직자들이 모두 바뀌기 때문에 당직 개편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듯하다”고 말했다. 여야 간은 물론, 여당과 야당 내부에서도 ‘따로 정치’가 판을 치는 형국이다. 그 지루하고 식상한 게임의 피해자는 역시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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