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 중심으로 신성장동력 산업과 융합
IT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산업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도 글로벌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HP, 인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이 포함된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2008년 성적표를 보면, 매출은 5.2% 상승했으나 순이익은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가치는 2002년 이래 최대인 평균 32%의 폭락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단기적, 소극적 조치로 직원 해고와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제품 개발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인수합병(M·A)을 통한 구도 재편 △IT 산업 내 새로운 영역 도전 △녹색산업, 바이오 같은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의 진출 등 장기적 미래 전략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고객 니즈에 맞는 신제품 개발
197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를 제조, 판매하면서 시작된 애플은 IBM에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i-Pod) 출시,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i-Phone) 출시 등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창업 33년에 이른 애플이 격동하는 IT업계에서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의 창조와 혁신적 제품의 개발 덕이다. 마치 클리넥스가 화장지, 제록스가 복사기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애플의 아이포드는 이제 뮤직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별 재미 없는 한 해를 보낸 HP, 인텔 등 PC업계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른 미니 노트북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인텔이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CPU ‘아톰’을 개발해 노트북 배터리의 수명 문제를 개선한 것이 원동력이 된 미니 노트북은 10인치 이하의 스크린, 낮은 연산력으로 가벼워진 무게, 저렴한 가격이 장점. 이 영향으로 2008년 3/4분기에 처음으로 노트북의 분기 단위 판매가 데스크톱 PC를 앞질렀으며, 인텔은 이를 ‘넷북’으로 칭하면서 서구 가정에서 두세 번째 컴퓨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미국 최대의 온라인 소매점 아마존은 저렴한 가격, 넓은 선택 폭, 빠른 배송 등의 경쟁력이 최근 불황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자체 분석한다. 이번 불경기에는 온라인 소매점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는 판매자보다 상황이 유리하다고 알려지면서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10대 온라인 소매점에는 온라인 매장이 중심인 아마존은 물론,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기업 베스트바이와 함께 델, 애플 같은 제조기업도 포함돼 있다. 최근 온라인 마케팅 노력의 특징은 웹사이트에서의 판촉, 할인, 무료 배송 등으로 고객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전통적인 광고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유튜브 같은 UCC 사이트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실사용자 수가 2007년 말 6000만명에서 2008년 말 1억4000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미국 내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2008년 미국의 500대 온라인 소매점 중 79%가 페이스북, 57%가 유튜브를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다.
M·A 통한 업계 구도재편과 경쟁력 강화
대표적인 사례는 4월 깜짝 발표된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다.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세계 4위의 컴퓨터 서버 업체인 선을 인수하면서 연매출 530억 달러의 초대형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IT 전 분야 서비스가 가능한 경쟁력을 갖춰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타도를 위해 구글의 핵심사업인 검색엔진에 도전장을 내고자 야후 인수를 시도했으나 야후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한 바 있는데, 아직 M·A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기업 HP가 지난해 판매 부진에도 10% 상승한 실적을 거양한 원동력도 EDS(Electronic Data Systems)사 인수 덕분으로 분석된다.
IT 산업 내 새로운 영역에 도전
IT 산업의 양대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라이벌 싸움이 볼만하다. 구글이 지난해 9월 MS 익스플로러가 지배하는 웹브라우저 시장에 크롬으로 도전장을 던지자, MS는 최근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검색엔진 ‘빙(Bing)’을 선보이며 맞받아쳤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구글이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삼성, 모토로라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모바일계의 MS로 떠오르자 마이크로소프트도 코드명 ‘핑크’ 스마트폰을 미 최대 이동통신기업 중 하나인 버라이즌을 통해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온라인 도서판매 기업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무선으로 신문을 다운로드하고 200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으며, PC 없이도 아마존 e-북을 구입할 수 있는 e-북 리더기 ‘킨들(Kindle)’을 첫 번째 하드웨어 제품으로 2007년 출시하고, 올 5월 DX 버전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DB, 스토리지 등 정보기술을 원스톱 제공하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추진하며 ‘디지털 유틸리티’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녹색산업,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 진출
IT가 녹색산업,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산업과 융합되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진다. 반도체 제조회사들은 태양에너지 산업에 거대한 잠재력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벤처기업 중심이던 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2008년 6월 인텔에서 분사한 스펙트라 와트(Spectra Watt)는 3년여에 걸쳐 태양광 전지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밝혔으며, 내셔널 세미컨덕터는 음지나 오염된 상황에서도 패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칩셋 제품 ‘솔라 매직’을 개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도 반도체와 평면 디스플레이 위주의 사업에서 태양광전지 장비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구글은 향후 수년에 걸친 수억 달러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RE<C(Renewable Energy Cheaper than Coal·석탄보다 저렴한 재생에너지)’라는 R·D 부서를 창설했다.
3만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HP는 약물 투여 시 통증이 없고, 복수의 약물을 하나의 패치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킨패치 개발에 잉크젯 프린터 기술을 접목했다. HP는 보유기술이 바이오산업에 널리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구본경 KOTRA 실리콘밸리 KBC 차장 bonkyung@kotra.or.kr
[핀란드]아이디어 재활용, 민-관 파트너십 모델 강화
지난 5월, 핀란드의 대표적 IT 기업인 노키아와 핀란드기술혁신재단(TEKES), 테크노폴리스 3개 단체는 야심찬 파트너십 모델인 ‘노키아 테크노폴리스 혁신 제작소(Nokia Technopolis Innovation Mill)’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노키아에서 개발한 무수한 R·D 결과물 중 상용화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핀란드의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자는 것. 한마디로 ‘R·D 재활용 프로젝트’라는 개념이다.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는 IT 공룡기업으로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에 4개, 미국에 3개, 인도에 1개, 중국에 1개, 그리고 케냐에 1개 등 총 10개의 노키아 리서치센터(NRC)를 보유하고 있다. NRC에서 매년 쏟아지는 모바일 관련 혁신 기술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하지만 노키아가 시장에 내놓는 기술은 그중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수천 건의 잠재력 있는 혁신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사장되는 귀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침체된 중소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800만 유로의 자금을 투입해 3년 동안 실행될 계획이다.
사장되는 혁신 아이디어를 살리자
노키아의 기업관계책임 담당 부사장인 에스코 아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경제발전을 가속화하려면 새로운 수준의 개방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지적재산권에 대해 진지한 평가를 하고, 다른 기업들이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개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환경과 에너지 관련 솔루션, 위치추적 서비스, 근거리 통신, 모바일 보안, 헬스케어 응용기술, 미래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100여 건의 아이디어를 골라 중소기업에 개방할 전망이다. 선택된 기술과 자금을 지원받을 기업의 선정 작업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3개 단체 대표로 이뤄진 기술선정위원회에서 실시한다.
노키아는 1990년대부터 IT 산업에 집중해 오늘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노키아의 성공이 이어질수록 고민 또한 늘어났다. 노키아의 매출이 전체 핀란드 경제의 약 10%, 수출의 20%를 상회할 만큼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버린 것이다. 반면 몇몇 기업을 제외한 IT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른바 노키아 클러스터 내의 협력업체들은 노키아 의존도가 커져 만성적인 허약체질과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키아의 대외적인 성공과 함께 국내에서 짙어가는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국가혁신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시스템의 핵심은 산학·민관 협동의 R·D 투자 진흥이며, 대표적인 집행기관인 핀란드과학기술재단은 IT뿐만이 아닌 모든 과학기술 개발에 관여한다.
2006년 과학기술정책위원회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좀더 전문적인 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5개 분야에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전략센터(SHOK, Strategic Centers of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를 세운다. ICT(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 분야의 전략센터는 티빗(TIVIT)이라는 회사이며 2008년 2월 설립됐다. 향후 핀란드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전략적 연구 강령’을 선정하고, 이 과제의 해결을 위한 R·D를 수행한다. 3개년 계획으로 1차 선정된 과제는 4가지. ‘미래의 인터넷’ ‘유연한 서비스’ ‘기기 개발과 상호운영 가능한 에코시스템’ ‘협력적인 교통 ICT’가 그것이다. 연구과제를 집행하기 위해 총 4000만 유로의 예산을 확보했다. R·D에 대한 집중 투자로 IT 기술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핀란드의 전략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한파를 핀란드라고 해서 비껴갈 수는 없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핀란드는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 내의 협력과 민관협력, 산학협력이라는 기존의 혁신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핀란드의 협력 모델은 삼성, LG 등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IT산업에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것이다.
조재은 KOTRA 헬싱키 KBC 과장 jecho@kotra.or.kr
[인도] 턱없이 부족한 IT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가속화
인도의 IT산업 역시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인도 상공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9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출 비중의 79.2%를 차지하는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고객이 미국(67.1%)과 유럽(25.1%)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IT산업이 지금의 불황을 뚫고 한 단계 비상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인도에서 지난 5월 총선을 통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신정부가 적극적인 IT산업 육성정책 추진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그간 지지부진하던 IT 인프라 등 제반 요소가 확충되면서 수출의존형 IT산업이 내수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수출국 다변화도 예상된다.
인도의 IT(좀더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웨어 산업)가 짧은 기간에 급속히 성장한 배경에는 영어 사용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주고객인 미국과 정반대 지역에 위치해 시차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인도 정부가 Software Technology Park(STP)를 설립하는 등 IT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및 규제완화 정책을 펼친 점도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이끈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IT 인프라 불모지,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
IT 강국이라 불리는 인도의 치명적 약점은 IT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IT 인프라 부족이 IT산업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100명당 컴퓨터 보급대수가 한국은 54대, 중국은 4.1대인 데 비해 인도는 1.2대에 불과하며, 100명 중 인터넷 이용자 또한 한국 65.7명, 중국 7.2명이지만 인도는 3.2명에 머문다.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특화된 인력도 부족하다. 인도소프트웨어협회(NASSCOM)의 2008년 말 발표에 따르면, 2010년까지 인도 IT산업에서 전문인력 약 50만 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박사급 인력만 연 1만여 명이 필요하지만, 인도에서 매년 배출되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박사급 인력은 400여 명에 불과해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IT산업 육성을 산업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먼저 IT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등 IT산업 우대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 등 전국 39개 도시에 IT Park와 STP 등을 건설했다. 1998년에는 장기적 정책을 입안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총리 직속으로 ‘IT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국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인도 정부는 기존의 IT교육기관을 더욱 늘리고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젊고 풍부한 인적자원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관 합동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워진 5개년 계획의 중심에 인력 개발을 두고 있는 바, 11차 계획(2007~2011년)에서 과학기술 기반조성사업에 이전 기간의 5배에 가까운 26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리고 2008년 인도 정부와 민간기업의 매칭펀드에는 기술인력 양성 목적으로 3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또한 취약한 IT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통신네트워크를 크게 확대하는 한편, 수입자유화 조치로 인터넷 이용자 및 컴퓨터와 유무선 전화기 보급대수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2년 사이에 PC 보급대수와 인터넷 이용자 수가 2배로 증가했으며, 무선전화 보급대수는 1998년 120만 대에서 2005년에는 7600만 대로 증가해 연평균 81%나 늘었다.
경기침체에도 당분간 인도 IT 서비스시장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수시장 역시 2009년까지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이 예측된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인도 정부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IT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한 IT 집중육성 정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느냐에 달렸다.
차성욱 KOTRA 뉴델리 KBC 과장 wookycha@kotra.or.kr
IT로 대표되는 첨단기술 산업의 메카 미국 실리콘밸리도 글로벌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HP, 인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이 포함된 실리콘밸리 150대 기업의 2008년 성적표를 보면, 매출은 5.2% 상승했으나 순이익은 2007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시장가치는 2002년 이래 최대인 평균 32%의 폭락을 기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단기적, 소극적 조치로 직원 해고와 비용 절감 등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 밖에도 △신제품 개발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인수합병(M·A)을 통한 구도 재편 △IT 산업 내 새로운 영역 도전 △녹색산업, 바이오 같은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으로의 진출 등 장기적 미래 전략으로 대응해나가고 있다.
고객 니즈에 맞는 신제품 개발
1976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컴퓨터를 제조, 판매하면서 시작된 애플은 IBM에 밀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 2001년 MP3 플레이어 아이포드(i-Pod) 출시, 2007년 스마트폰 아이폰(i-Phone) 출시 등 고객이 원하는 기능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창업 33년에 이른 애플이 격동하는 IT업계에서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의 창조와 혁신적 제품의 개발 덕이다. 마치 클리넥스가 화장지, 제록스가 복사기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애플의 아이포드는 이제 뮤직 플레이어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별 재미 없는 한 해를 보낸 HP, 인텔 등 PC업계는 놀라운 판매실적을 기록하며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른 미니 노트북이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인텔이 전기를 적게 소모하는 CPU ‘아톰’을 개발해 노트북 배터리의 수명 문제를 개선한 것이 원동력이 된 미니 노트북은 10인치 이하의 스크린, 낮은 연산력으로 가벼워진 무게, 저렴한 가격이 장점. 이 영향으로 2008년 3/4분기에 처음으로 노트북의 분기 단위 판매가 데스크톱 PC를 앞질렀으며, 인텔은 이를 ‘넷북’으로 칭하면서 서구 가정에서 두세 번째 컴퓨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
미국 최대의 온라인 소매점 아마존은 저렴한 가격, 넓은 선택 폭, 빠른 배송 등의 경쟁력이 최근 불황에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자체 분석한다. 이번 불경기에는 온라인 소매점이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하는 판매자보다 상황이 유리하다고 알려지면서 온라인 마케팅이 활성화되고 있다.
2008년 미국의 10대 온라인 소매점에는 온라인 매장이 중심인 아마존은 물론, 미국 최대의 전자제품 유통기업 베스트바이와 함께 델, 애플 같은 제조기업도 포함돼 있다. 최근 온라인 마케팅 노력의 특징은 웹사이트에서의 판촉, 할인, 무료 배송 등으로 고객 구매를 유도하는 한편, 전통적인 광고에서 벗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킹 사이트, 유튜브 같은 UCC 사이트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실사용자 수가 2007년 말 6000만명에서 2008년 말 1억4000만명으로 급증하는 등 미국 내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의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2008년 미국의 500대 온라인 소매점 중 79%가 페이스북, 57%가 유튜브를 광고에 활용하는 이유다.
M·A 통한 업계 구도재편과 경쟁력 강화
대표적인 사례는 4월 깜짝 발표된 오라클의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인수다. 세계 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 오라클이 세계 4위의 컴퓨터 서버 업체인 선을 인수하면서 연매출 530억 달러의 초대형 기업으로 변신한 것은 물론,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IT 전 분야 서비스가 가능한 경쟁력을 갖춰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구글 타도를 위해 구글의 핵심사업인 검색엔진에 도전장을 내고자 야후 인수를 시도했으나 야후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한 바 있는데, 아직 M·A의 불씨가 살아 있다고 보는 이가 많다. 세계 최대 컴퓨터 제조기업 HP가 지난해 판매 부진에도 10% 상승한 실적을 거양한 원동력도 EDS(Electronic Data Systems)사 인수 덕분으로 분석된다.
IT 산업 내 새로운 영역에 도전
IT 산업의 양대 거인인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의 라이벌 싸움이 볼만하다. 구글이 지난해 9월 MS 익스플로러가 지배하는 웹브라우저 시장에 크롬으로 도전장을 던지자, MS는 최근 구글에 대항하기 위한 검색엔진 ‘빙(Bing)’을 선보이며 맞받아쳤다.
휴대전화 시장에서는 구글이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모바일 운영 소프트웨어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고 삼성, 모토로라 등 휴대전화 제조사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면서 모바일계의 MS로 떠오르자 마이크로소프트도 코드명 ‘핑크’ 스마트폰을 미 최대 이동통신기업 중 하나인 버라이즌을 통해 내놓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온라인 도서판매 기업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무선으로 신문을 다운로드하고 200권의 책을 저장할 수 있으며, PC 없이도 아마존 e-북을 구입할 수 있는 e-북 리더기 ‘킨들(Kindle)’을 첫 번째 하드웨어 제품으로 2007년 출시하고, 올 5월 DX 버전을 선보였다. 아마존은 DB, 스토리지 등 정보기술을 원스톱 제공하는 ‘아마존 웹서비스’를 추진하며 ‘디지털 유틸리티’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녹색산업, 바이오 등 미래 신성장동력 산업 진출
IT가 녹색산업,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산업과 융합되는 현상이 최근 두드러진다. 반도체 제조회사들은 태양에너지 산업에 거대한 잠재력이 있음을 인식하면서 벤처기업 중심이던 이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2008년 6월 인텔에서 분사한 스펙트라 와트(Spectra Watt)는 3년여에 걸쳐 태양광 전지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밝혔으며, 내셔널 세미컨덕터는 음지나 오염된 상황에서도 패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칩셋 제품 ‘솔라 매직’을 개발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장비 제조기업 어플라이드 머티리얼도 반도체와 평면 디스플레이 위주의 사업에서 태양광전지 장비 시장으로의 진출을 선언했다. 구글은 향후 수년에 걸친 수억 달러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RE<C(Renewable Energy Cheaper than Coal·석탄보다 저렴한 재생에너지)’라는 R·D 부서를 창설했다.
3만여 개의 특허를 보유한 HP는 약물 투여 시 통증이 없고, 복수의 약물을 하나의 패치에 사용할 수 있는 스킨패치 개발에 잉크젯 프린터 기술을 접목했다. HP는 보유기술이 바이오산업에 널리 사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구본경 KOTRA 실리콘밸리 KBC 차장 bonkyung@kotra.or.kr
[핀란드]아이디어 재활용, 민-관 파트너십 모델 강화
지난 5월, 핀란드의 대표적 IT 기업인 노키아와 핀란드기술혁신재단(TEKES), 테크노폴리스 3개 단체는 야심찬 파트너십 모델인 ‘노키아 테크노폴리스 혁신 제작소(Nokia Technopolis Innovation Mill)’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노키아에서 개발한 무수한 R·D 결과물 중 상용화하지 못한 아이디어를 핀란드의 중소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 지원하자는 것. 한마디로 ‘R·D 재활용 프로젝트’라는 개념이다.
노키아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약 40%를 점유하는 IT 공룡기업으로 핀란드를 포함한 유럽에 4개, 미국에 3개, 인도에 1개, 중국에 1개, 그리고 케냐에 1개 등 총 10개의 노키아 리서치센터(NRC)를 보유하고 있다. NRC에서 매년 쏟아지는 모바일 관련 혁신 기술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하지만 노키아가 시장에 내놓는 기술은 그중 극소수에 지나지 않아 수천 건의 잠재력 있는 혁신 아이디어가 사장되는 실정이다.
이렇게 사장되는 귀중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침체된 중소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취지다. 800만 유로의 자금을 투입해 3년 동안 실행될 계획이다.
사장되는 혁신 아이디어를 살리자
노키아의 기업관계책임 담당 부사장인 에스코 아호는 이 프로젝트에 대해 “경제발전을 가속화하려면 새로운 수준의 개방성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기침체를 벗어나려면 지적재산권에 대해 진지한 평가를 하고, 다른 기업들이 더욱 잘 활용할 수 있는 혁신 아이디어가 있다면 이를 개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키아는 환경과 에너지 관련 솔루션, 위치추적 서비스, 근거리 통신, 모바일 보안, 헬스케어 응용기술, 미래 인터넷 등의 분야에서 100여 건의 아이디어를 골라 중소기업에 개방할 전망이다. 선택된 기술과 자금을 지원받을 기업의 선정 작업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3개 단체 대표로 이뤄진 기술선정위원회에서 실시한다.
노키아는 1990년대부터 IT 산업에 집중해 오늘의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그러나 노키아의 성공이 이어질수록 고민 또한 늘어났다. 노키아의 매출이 전체 핀란드 경제의 약 10%, 수출의 20%를 상회할 만큼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버린 것이다. 반면 몇몇 기업을 제외한 IT 기업들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이른바 노키아 클러스터 내의 협력업체들은 노키아 의존도가 커져 만성적인 허약체질과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노키아의 대외적인 성공과 함께 국내에서 짙어가는 먹구름을 걷어내기 위해 핀란드 정부는 ‘국가혁신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시스템의 핵심은 산학·민관 협동의 R·D 투자 진흥이며, 대표적인 집행기관인 핀란드과학기술재단은 IT뿐만이 아닌 모든 과학기술 개발에 관여한다.
2006년 과학기술정책위원회는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좀더 전문적인 기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하고 5개 분야에 ‘과학·기술·혁신을 위한 전략센터(SHOK, Strategic Centers of science, technology and innovation)’를 세운다. ICT(정보커뮤니케이션 기술) 분야의 전략센터는 티빗(TIVIT)이라는 회사이며 2008년 2월 설립됐다. 향후 핀란드 IT산업의 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전략적 연구 강령’을 선정하고, 이 과제의 해결을 위한 R·D를 수행한다. 3개년 계획으로 1차 선정된 과제는 4가지. ‘미래의 인터넷’ ‘유연한 서비스’ ‘기기 개발과 상호운영 가능한 에코시스템’ ‘협력적인 교통 ICT’가 그것이다. 연구과제를 집행하기 위해 총 4000만 유로의 예산을 확보했다. R·D에 대한 집중 투자로 IT 기술의 변화에 대응한다는 핀란드의 전략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한파를 핀란드라고 해서 비껴갈 수는 없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핀란드는 선두기업을 중심으로 한 업계 내의 협력과 민관협력, 산학협력이라는 기존의 혁신전략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핀란드의 협력 모델은 삼성, LG 등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IT산업에도 참고할 만한 모델이 될 것이다.
조재은 KOTRA 헬싱키 KBC 과장 jecho@kotra.or.kr
[인도] 턱없이 부족한 IT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가속화
인도의 IT산업 역시 세계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인도 상공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3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수출이 9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수출 비중의 79.2%를 차지하는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고객이 미국(67.1%)과 유럽(25.1%)이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IT산업이 지금의 불황을 뚫고 한 단계 비상하리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아온 인도에서 지난 5월 총선을 통해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신정부가 적극적인 IT산업 육성정책 추진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그간 지지부진하던 IT 인프라 등 제반 요소가 확충되면서 수출의존형 IT산업이 내수시장으로 진출하는 한편, 수출국 다변화도 예상된다.
인도의 IT(좀더 정확히 말하면 소프트웨어 산업)가 짧은 기간에 급속히 성장한 배경에는 영어 사용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저임금인 소프트웨어 기술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주고객인 미국과 정반대 지역에 위치해 시차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1980년대 말 이후 인도 정부가 Software Technology Park(STP)를 설립하는 등 IT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 및 규제완화 정책을 펼친 점도 인도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이끈 원동력으로 평가된다.
IT 인프라 불모지, 전문인력 턱없이 부족
IT 강국이라 불리는 인도의 치명적 약점은 IT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IT 인프라 부족이 IT산업 발전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100명당 컴퓨터 보급대수가 한국은 54대, 중국은 4.1대인 데 비해 인도는 1.2대에 불과하며, 100명 중 인터넷 이용자 또한 한국 65.7명, 중국 7.2명이지만 인도는 3.2명에 머문다. 전문지식과 실무능력을 갖춘 특화된 인력도 부족하다. 인도소프트웨어협회(NASSCOM)의 2008년 말 발표에 따르면, 2010년까지 인도 IT산업에서 전문인력 약 50만 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한다. 박사급 인력만 연 1만여 명이 필요하지만, 인도에서 매년 배출되는 엔지니어링 분야의 박사급 인력은 400여 명에 불과해 고급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IT산업 육성을 산업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먼저 IT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세제혜택 등 IT산업 우대정책을 실시하는 한편, 방갈로르와 하이데라바드 등 전국 39개 도시에 IT Park와 STP 등을 건설했다. 1998년에는 장기적 정책을 입안하고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총리 직속으로 ‘IT 및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국가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인도 정부는 기존의 IT교육기관을 더욱 늘리고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젊고 풍부한 인적자원 활용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관 합동 연구결과를 토대로 세워진 5개년 계획의 중심에 인력 개발을 두고 있는 바, 11차 계획(2007~2011년)에서 과학기술 기반조성사업에 이전 기간의 5배에 가까운 26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그리고 2008년 인도 정부와 민간기업의 매칭펀드에는 기술인력 양성 목적으로 3조8000억원을 책정했다. 또한 취약한 IT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통신네트워크를 크게 확대하는 한편, 수입자유화 조치로 인터넷 이용자 및 컴퓨터와 유무선 전화기 보급대수를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 결과 2년 사이에 PC 보급대수와 인터넷 이용자 수가 2배로 증가했으며, 무선전화 보급대수는 1998년 120만 대에서 2005년에는 7600만 대로 증가해 연평균 81%나 늘었다.
경기침체에도 당분간 인도 IT 서비스시장은 두 자릿수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내수시장 역시 2009년까지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이 예측된다. 이러한 성장추세는 인도 정부가 최근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IT인력 수급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고, 인프라 구축을 통한 IT 집중육성 정책을 얼마나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느냐에 달렸다.
차성욱 KOTRA 뉴델리 KBC 과장 wookycha@kotr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