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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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마초 아닐 바에야 사자처럼 살라

알파걸 시대, 몰락하는 ‘수컷’들의 생존법 … ‘강한女 예쁜男’이 대세

  • 이상화 방송작가·‘여자에게 다 줘라’ 저자 semy823@hanmail.net

    입력2009-06-17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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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여성 시대다. 가부장 시대는 가고 가모장(家母長)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여성이 주도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이런 현실에 발 벗고 나서서 항변하거나 반발하는 남자도 없다. 거기에다 남자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생물학적·태생적 요인까지 겹쳐 서양의 학자들은 남성을 ‘몰락하는 수컷’이라 표현한다.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미혼 남녀의 약 80%가 전통적인 성역할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절반 이상이 수년 안에 여성이 한국사회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른바 ‘강한女 예쁜男’ 현상이 이런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왜 이렇게 여자들은 점점 강해지고 남자들은 ‘찌질이’가 돼가는 것일까?

    모든 분야에서 ‘치맛바람’ 슈퍼우먼

    사실 여성의 득세는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난 현상이다. 1970년대 들어와 경제수준이 크게 향상되면서 수동적이던 여성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새로운 경제 시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남성들을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았고, 남자들은 가정을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집 안에 있던 아줌마들이 나선 것이다. 그녀들은 교육현장에 뛰어들어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자녀들의 학업은 물론 꿈과 미래까지 관리, 통제했다. 특히 남자아이는 엄마라는 여성에게 완전히 지배당하기 시작했다.



    또한 모든 가치가 돈으로 집중되자, 아줌마들은 남편을 제치고 돈 모으기에도 나섰다. 저마다 ‘복부인’이 되어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었고, 계속되는 부동산 폭등으로 큰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렇게 아줌마들이 가정의 경제권과 자녀교육을 도맡으면서 핵가족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오랫동안 억압의 상징이던 시어머니에게서 벗어났을 뿐 아니라, 고부갈등에서 승리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났다. 이제 저출산 시대를 열면서 삶의 질이 중시되기 시작했다.

    자녀가 하나 또는 둘이다 보니 아들딸 구별이 있을 수 없었다. 딸 가진 부모는 경제력을 바탕으로 아낌없이 투자했다. 어릴 때부터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뒤지지 않도록 딸을 당당한 공주로 키웠다.‘여자다움’을 강조하기보다 남자를 능가하도록 키웠다.

    영양상태가 좋아지면서 여자아이들은 체격이 커지고 성적으로 조숙해졌다. 아울러 엄마의 극성을 보고 자라며 성적이나 리더십에서 남자아이들을 압도했다. 이른바 ‘알파걸(Alpha Girl)’의 탄생 배경이 여기에 있다. 당연히 부작용도 있었다. 당당함이 지나쳐 버릇없고 오만해 보인다는 점,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크다는 점이다.

    그녀들은 원하는 대로 고등교육을 받고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그리고 남자를 앞서는 능력으로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소득자가 됐다. 이처럼 고등교육을 받고 안정된 직업과 고소득을 올리는 미혼여성이 ‘알파걸’이다. 원래는 뛰어난 여자아이를 가리키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잘난 미혼여성을 일컫는 말로 폭넓게 쓰인다.

    이들은 많은 여성의 선망을 받으며, 이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소비문화의 흐름을 주도하고, 각종 문화예술과 고급 취미를 선도하는 ‘이너서클(Inner Circle)’을 이룬다.

    어려서부터 체질화한 ‘공주 습성’을 지니면서도 이성관계는 자신들이 주도한다. 하지만 수준에 맞고 마음에 드는 남자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남성들의 처지에서도 이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 2년 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알파걸과는 절대 결혼하지 말라’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을 미혼이라고 하지 않는다. 결혼을 안 하는 비혼(非婚) 여성이라고 한다. 결혼에서 오는 구속을 버리고 자유롭게 살아가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남자도 자신들이 선택하고 마땅치 않으면 언제든지 버린다. 자신들이 경제력이 있으니 반드시 능력 있는 남자를 찾지 않는다. 그녀들은 다루기 쉽고 편하고 말 잘 듣는 남자를 선택한다. 그런 남자는 대부분 연하다. 그녀들은 거침없이 ‘애완男’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크게 늘고 있다. 또한 그녀들은 이왕이면 꽃미남을 선택한다. 그래서 ‘강한女 예쁜男’이 판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알파걸들이 남녀의 성역할을 바꿔놓고 있다. 요즘처럼 취직하기 어렵고 돈 벌기 힘든 세상에, 젊은 남성들이 경제력 있는 알파걸에게 간택되면 로또당첨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그녀들에게 잘 보이려고 성형하고 화장하고 군대에 가서도 행여 피부 상할까 봐 화장을 계속하며 ‘어여쁜 군인’이 돼가는 실정이다. 이제 ‘남자다움’을 지닌 마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중장년의 가정도 이미 아줌마가 장악하고 있다. 남편끼리는 그런 아내를 두려워하며 우리 집 ‘돼랑이’라고 말한다. 몸은 돼지처럼 불어나고 얼굴은 호랑이 같다는 말이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내에게 말 잘못했다가 쫓겨난 남편들이 우연히 한자리에 모였단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기에 쫓겨났는지 서로 물었더니 20대는 “물 좀 갖다줘”, 30대는 “밥 줘”, 40대는 “월급 어디다 썼어?”, 50대는 “퇴직금 어디다 썼어?”라고 말했다는 것. 여자에게 꼼짝 못하는 남자의 현실을 풍자한 유머다.

    아들은 결혼하면 남만도 못하다. 여자에게 꽉 잡혀 처가 점수 따기에만 바쁘다. 그래서 아들이 아니라 ‘며느리의 남편’일 뿐이다. 요즘 딸을 둘이나 가졌다면 국가유공자나 다름없고, 아들이 둘이라면 불우이웃이다.

    세태를 반영한다는 TV 드라마들도 온통 강한 여자, 독한 여자, 악한 여자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남자들은 푼수나 ‘찌질이’로 그려진다. 남자들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여자 탓이다. 엄마의 빈틈없는 통제에 남자로서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잃었으며, 여학생들에게 짓눌렸다.

    TV 드라마도 남자는 ‘찌질이’로 묘사

    남자의 미래는 거의 절망적이다. 심지어 남성은 언젠가 멸종할 것이라고 말하는 학자도 있다. 그렇다면 ‘여성의 남성화’ ‘남성의 여성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 남녀가 행복하게 공존하는 방법은 없을까?

    없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남자들이 이 악물고 남자다움과 야성을 되찾아야 한다. 여성에게 유전적으로 각인된 이상적인 남성상은 강인하고 각진 얼굴의 사냥꾼 모습이다. 여자들이 본성에 따라, 사냥꾼 같은 진짜 남자를 선택하면 남자들은 곧 그 방향으로 변이를 일으킨다. 의식적으로라도 마초가 돼라.

    그렇게 못한다면 차라리 여자에게 다 줘라. 몽땅 주고 수사자가 돼라. 수사자는 영역을 지키고 짝짓기만 한다. 남자인 당신도 군대 가서 국토방위 하고 짝짓기만 잘하면 된다. 그리고 지난날 남자에게 순종하던 여성들처럼, 여자에게 절대 복종하면서 때를 기다려라. 요즘 기상이변이 심한 것처럼 사회변화도 심하다. 언제 또다시 남자의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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