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붐은 비행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순간 생기는 현상인데 이 같은 소닉붐을 줄이기 위해 미국 SAI사는 2010년대 출시를 목표로 15인승 사업용 비행기 ‘QSST’를 개발 중이다. 수직 꼬리 날개를 V자 형으로 만들고 기수도 넓게 만든 뒤, 주 날개와 수평 꼬리 날개의 넓이와 위치도 바꿈으로써 콩코드의 100분의 1로 소닉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1943년 5월 독일 공군의 아돌프 갈란트 장군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고속 전투기’에 시선을 빼앗겼다. 최고 시속 870km로, 당시 유럽 하늘을 지배한 미군 전투기 P-51(시속 700km)을 압도하던 ‘메사슈미트 262(Me262)’의 등장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나타나 연합군 조종사들의 오금을 저리게 한 이 전투기의 탄생 비결은 뭘까. 바로 제트 엔진이다. 프로펠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를 내는 제트 엔진이 민수용으로 활용돼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를 이어주지 않았다면 지구촌의 정치, 경제, 사회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계는 새로운 제트기를 만들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 가지 목표는 극초음속 비행기다. 마하 3(초음속) 정도가 한계인 현재의 터보제트 엔진 대신 비행기를 마하 6(극초음속) 이상 가속할 수 있는 ‘스크램제트’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 엔진을 단 제트기는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한두 시간 만에 날아갈 수 있다.
제트기 개발의 또 다른 축은 ‘소닉붐(sonic boom)’ 감소다. 극초음속기처럼 엄청난 속도를 욕심내기보다 마하 1.5 안팎에서 조용한 비행을 실현하는 것이 목표다. 세계 항공기 제조사들은 소닉붐을 크게 줄인 비행기를 수년 안에 실용화한다는 계획이다.
Me262부터 현재까지 쓰이는 제트 엔진 대부분은 ‘터보제트 엔진’을 기본으로 한다. 터보제트 엔진은 압축한 공기를 연료와 섞어 연소시킨 뒤 만든 가스로 터빈을 돌린다. 그리고 남은 에너지로 비행기를 추진한다.
a1940년대 최고 시속 870km를 낸 초고속 전투기 ‘메사슈미트 262’(위). NASA의 스크램제트 엔진을 단 극초음속 비행기 ‘X-43’(아래).
문제는 터보제트 엔진의 필수 부품인 압축기와 터빈이 마하 3 이상의 비행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비행기가 이 정도 속도에 이르면 공기를 압축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압 상태가 되지만, 터보제트 엔진은 그런 초고속 상황을 고려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압축기와 압축기에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한 터빈이 오히려 비행기의 가속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된다는 얘기다.
이 문제를 해소하고자 나온 대안이 램제트 엔진이다. 램제트 엔진은 초음속 상태로 날아드는 공기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빠르게 유입되는 공기 덕택에 압축기가 필요 없다. 당연히 압축기를 돌리기 위한 터빈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떼어낸 램제트 엔진은 터보제트 엔진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낸다.
램제트 엔진에는 연소 작용을 제대로 일으키기 위해 엔진 내부로 들어오는 공기 속도를 초음속에서 아음속(음속보다 약간 느린 속도)으로 낮춰야 하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램제트 엔진으로는 속도를 마하 6 이상 높이기 어렵다.
최근 과학기술자들이 스크램제트 엔진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램제트 엔진과 유사한 구조를 띠지만 몸체로 흘러드는 공기의 흐름을 초음속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다르다. 이 때문에 이론적으로 마하 15 속도도 낼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에 대한 연구 붐이 일고 있다.
하지만 스크램제트 엔진을 실용화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엔진 내부를 초음속으로 흐르는 공기 중에서 연소 작용을 유지하는 일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태풍 가운데에서 성냥을 켜는 것과 같다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정인석 교수는 “엔진으로 들어오는 공기에 직각 방향으로 연료를 분사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며 “개발 국가가 모두 안정된 연소를 일으키기 위한 연구 상황을 비밀에 부칠 만큼 스크램제트 엔진 실용화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004년 스크램제트 엔진을 단 실험용 극초음속 비행기 ‘X-43’을 마하 9까지 가속하는 데 성공했다. 스크램제트 엔진의 실용화는 20~30년 뒤로 예측되지만 물류의 속도를 높이고 군사력을 지금보다 빨리 전개할 수 있는 열쇠라는 데는 과학기술계가 의견을 같이한다.
초음속기 연구 개발의 또 다른 흐름은 앞서 설명한 대로 소닉붐을 줄이는 것이다. 마하 2로 날던 콩코드가 2003년 퇴역한 이유 중 하나도 바로 감당할 수 없는 소닉붐이었다. 소닉붐은 비행기가 음속(초속 340m)을 돌파하는 순간 생기는 현상이다. 풍선 안에 있던 제트기가 풍선(소리 벽)을 찢고 나오면서 생기는 ‘뻥’ 소리라고 생각하면 된다. 천둥과 비슷한 굉음을 내 지상에 있는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건물의 유리창을 파손하기도 한다.
소닉붐 줄인 상용 초음속기 ‘성큼’
항공기 제조사들은 이 같은 문제를 비행기의 형태를 바꾸는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미국 SAI사가 2010년대 초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15인승 내외의 사업용 비행기 ‘QSST’가 대표적이다. 마하 1.8로 운항할 예정인데 SAI사는 소닉붐을 만드는 공기의 압력을 흐트러뜨리기 위해 수직 꼬리 날개를 V자 형으로 만들고 기수도 넓게 제작했다. 주 날개와 수평 꼬리 날개의 넓이와 위치도 바꿨다. SAI사 측은 소닉붐이 콩코드의 100분의 1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소형 초음속기뿐 아니라 수백명이 탑승하는 중대형 초음속기를 만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일본이다. 미국의 NASA 격인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2005년 10월 호주에서 차세대 초음속 여객기 비행 실험에 성공했다. 전장 11.5m, 주 날개 폭 4.7m인 이 실험용 비행기는 실제 초음속 여객기를 만들기 위한 데이터를 일본 기술진에 제공했다. 일본은 콩코드의 3배인 300명의 승객을 태우고 마하 2로 비행할 수 있는 여객기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2003년 콩코드의 퇴역 비행은 영국과 프랑스는 물론 세계의 이슈가 됐다. 지구촌을 하나로 엮을 새로운 끈인 ‘네오콩코드’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