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더라도 쿠바 거리 곳곳의 담벼락에 체 게바라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정부에 의한 공식적 평가와는 다른 차원의, 민중의 종교적인 숭배 수준이라고 할 만하다.
체 게바라 열기는 한국에서도 뜨겁다. 이미 사망 30주년이던 1997년 체 게바라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전기 시장이 부진한 한국에서는 유례가 드물게 그의 평전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여기에 음반 포스터, 그의 얼굴이 새겨진 티셔츠와 배지까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한국에서 체 게바라는 혁명가라기보다는 대중적 스타 이미지에 가깝다. 한국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구 젊은이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체 게바라 이미지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수입된 것이다. 별이 그려진 베레모를 쓰고 구레나룻을 기른 얼굴에 우수 어린 표정을 한 체 게바라는 사실 어느 스타 못지않은 흡인력이 있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괜찮은 성적도 체 게바라라는 이 영화의 ‘진짜 주연배우’의 이름값 덕분이었을 것이다.
혁명을 꿈꾸는 세 젊은이의 얘기를 그린 독일 영화 ‘에주케이터’에는 이처럼 체 게바라가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세 주인공은 부잣집에 무단침입해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는 것을 일종의 게릴라 활동이라고 여긴다. 이 영화 앞부분에 등장하는 체 게바라와 관련된 장면은 주인공이 체 게바라가 그려진 티셔츠를 바라보며 한탄하는 모습이다. 혁명의 상징이자 정신적 지도자였던 체 게바라가 그들이 그토록 경멸하는 자본주의적 상품 논리의 상징이 돼버린 것이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체 게바라에 대한 영화 두 편을 찍는다고 한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로는 가장 정면에서 체 게바라의 삶을 다룬 작품이 될 듯한데, 이 영화에서 체는 성인과 대중스타 가운데 어느 쪽에 가까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