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민주국가에서 보기 드문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취재지원시스템을 ‘선진화’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데, 당사자인 기자들은 그게 싫다며 시위라도 벌일 태세이니 말입니다.
그렇게 될 리는 없겠지만, 정부 구상대로 기자들이 소위 ‘통합브리핑룸’에 사이좋게 모여앉아 정부가 불러주는 기사를 받아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먼저 언론매체의 차별성이 없어지겠지요. 해마다 치열한 경쟁률을 통과해야 하는 기자 직업에 대한 매력도 뚝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앵무새처럼 정부 발표를 옮겨 적는 일에서 보람을 느낄 젊은이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언론사는 경영난에 봉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똑같은 신문이나 잡지를 돈 내면서 읽을 독자가 얼마나 될까요?
기자들은 이런 일들이 두려워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반발하는 게 아닙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 직업의 ‘재미’가 사라질 것이라는 게 가장 큰 반대 이유입니다. 드러난 현상의 이면(裏面)에 대한 호기심, 남보다 더 나은 지면을 만들겠다는 경쟁심, 내가 쓴 글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좋아질 수 있다는 공명심, 이런 것들이 없었다면 저는 기자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끝내 그 잘난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관철한다면? 이 일 때려치우고 이민 가는 것이라도 생각해봐야 하겠지요.
크게 보면 이 정부의 언론정책은 민주제도의 기본 원리인 다원주의(pluralism)를 말살하는 것입니다. 세상이 항상 자기 뜻대로만 돌아가기를 바라는 것은 오만입니다. 자신과 다른 의견, 주장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성숙한 민주주의는 꽃을 피웁니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인가](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7/10/17/200710170500002_1.jpg)
정부로 간 전직 기자분들, 제 말이 불쾌하신가요? 그렇다면 반론하십시오. 우리는 여러분의 주장을 들어줄 준비가 돼 있습니다. 기자라고 다 같은 기자는 아니니까요.
편집장 송문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