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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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것이 왔다”… 트럼프 25% 관세폭탄 맞은 한국 철강업계

3월 12일부터 기존 면세쿼터 폐지… 포스코·현대제철, 미국 공장 건설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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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2-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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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 (현지 시간)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 (현지 시간)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뉴시스]

    “2018년 부과된 철강 관세에도 관세를 면제받거나 대체 협정(쿼터제 등) 적용을 받는 특정 국가로부터 철강 수입이 상당히 증가했다. 미국 철강산업의 성과는 저하됐고, 그 결과 철강 생산설비 활용률은 목표치인 80% 이하로 지속 하락했다.”

    “어떤 예외나 면제 없이 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 시간) 서명한 철강 관세 행정명령 내용의 일부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인 이 행정명령이 발동되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이중고에 빠졌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범람,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업황이 휘청거리던 차에 대미(對美) 수출길까지 가로막히는 악재를 맞닥뜨린 것이다. 미국은 한국 철강 전체 수출량의 약 9.8%(3위)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한 수출 무대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 기업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은 그간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입국에 적용돼온 무관세 조항을 삭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기이던 2018년 국가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도입했다. 다만 당시는 면제 및 예외 조항이 있었고, 한국도 협상을 통해 대미 철강 수출량을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383만t)의 70% 수준(263만t)으로 묶는 쿼터제로 관세를 피해 갔다(표 참조). 그러다 더 강력하게 돌아온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어떤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철강 수입 제품에 25% 관세를 매긴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우리의 위대한 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도록 해야 할 때”라며 “외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 철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표 직후 위기감이 고조된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여러 말이 나왔다. 어떤 나라에, 어떤 기준으로 관세가 매겨질지 곧바로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쿼터제 유지·축소·폐지 조합이 다양하게 거론됐다. 그러다 백악관의 추가 설명이 나오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철강에 부과되던 관세 면제 또는 쿼터 적용이 사실상 폐지되고 원래 관세로 회귀하는 조치가 3월 12일 시행된다”고 공식화했다. 25% 관세를 물되 일정 물량 이상 수출을 금하는 상한선이 사라진 것이다. 25% 관세를 내고 쿼터 이상 수출을 못 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당장 미국 내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철강업계 부담이 커지게 됐다.

    트럼프표 수입 철강 관세는 국내 철강산업의 부진 속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다. 지난해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4%, 60.6% 급감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중국산 후판, 열연 등 저가 철강재가 유입되는 가운데 국내 건설 경기까지 악화하며 철강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대미 철강 수출 경쟁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각각 35%(보편 관세 10%+25%), 일본 등에 50%(기존 25%+25%) 관세가 매겨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빗나갔다. 이 경우 한국산 철강이 비교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일괄 25% 관세로 정리되면서 향후 이들 국가와 가격·품질을 두고 더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전망이다. 호주처럼 막판 협상으로 ‘면제’를 따낼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호주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한국보다 현저히 적다. 또 호주는 미국이 무역흑자를 기록 중인 몇 안 되는 나라로, 미국의 대호주 수출액은 수입의 2배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한국을 상대로 매년 수백억 달러 무역적자(상대국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 2024년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사상 최고치인 557억 달러(약 80조6870억 원)를 기록했다.

    美 현지 공장? 투자 여력 있나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10조 원가량을 투자해 미국에 첫 제철소를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루이지애나주가 유력 후보지다. 이것이 현실화되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자동차 기업에도 긍정적이다. 이번 행정명령은 가공을 거치지 않은 철강재뿐 아니라 완제품에도 적용될 방침이어서 한국산 철강이 사용된 자동차 등 산업으로도 악재가 옮겨갈 것이라 예상됐는데, 현대제철이 루이지애나주에 제철소를 짓고 조지아주의 현대차·기아 생산 공장에 자동차용 강판을 공급하면 관련 관세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경우 현지 합작법인 설립, 제철소 인수 등 여러 선택지를 열어두고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모두 실적 부진에 따른 투자 여력 부족 문제를 안고 있어 구상이 현실화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철강 관세 부과로 안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국내 철강업계가 더 큰 난관에 봉착하게 됐다고 보고 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명예교수는 “쿼터제 폐지로 최악은 피해 갔지만, 그나마 미국 수출로 숨통이 트였던 국내 철강 기업들이 앞으로는 생산 단가를 더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며 “포스코나 현대제철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대미 철강 수출량에서 비중이 가장 큰 강관 제조 중소·중견 업체들은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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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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