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세계 투어 공연 포스터. [동아DB]](https://dimg.donga.com/ugc/CDB/WEEKLY/Article/67/ae/cc/c4/67aeccc4084cd2738276.jpg)
지드래곤 세계 투어 공연 포스터. [동아DB]
그런데 그의 투어 포스터를 두고 다소 잡음이 일고 있다. 입자가 거친 흑백사진과 붉은 글씨의 조합, 니체의 ‘초인’ 개념을 담은 제목 ‘위베르멘슈(U‥bermensch)’, 이를 적은 프락투어(Fraktur) 서체 등이 나치 선전물을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사실 따로따로 떼어놓고 보면 별문제가 없다. 다만 조합돼 있을 때는 찜찜한 것이 사실이다.
니체의 ‘초인’ 사상은 창조적인 자기 극복이라고 아주 거칠게 요약할 수 있는데, 이를 나치가 왜곡해 인종청소의 사상적 기반으로 삼았다. 그러니 ‘초인’이나 니체 이름에서 즉각 나치를 연상하는 건 잘못됐다. 다만 나치 간부들이 니체를 즐겨 인용한 건 사실이다. 프락투어는 ‘독일인다움’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독일에서 활발히 사용되다가 1941년 사용이 금지된 서체다. 그럼에도 어둡고 강렬해 보이는 스타일로 적잖은 후대인을 매료시켰고, 특히 예술 작품에서나 현실에서 나치 시대를 재현하고 싶을 때 자주 선택받았다. 물론 중세를 표현할 때도 쓴다. 그러니 이 서체가 직접적으로 나치를 가리키지는 않는다. 다만 나치를 연상케 하고, 네오나치에게 사랑받는 서체라고는 할 수 있겠다. 이번처럼 움라우트나 어미의 ‘–sch’ 등을 통해 조형적으로 독일어임이 분명히 드러난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지드래곤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상징 숫자로 사용해온 ‘88’도 함께 거론된다. 서구 극우세력이 ‘88’을 ‘히틀러 만세’를 뜻하는 ‘하일 히틀러(Heil Hitler)’의 은어로 사용한다는 게 매우 광범위하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8이 동아시아에서 길한 숫자로 여겨지고, 지드래곤이 태어난 해가 1988년이라서 그가 이 숫자를 사용한다는 설명도 대체로 설득력 있지만 말이다.
오해와 진실 사이 줄타기가 남길 것
지드래곤에게는 오해받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이미지가 있고 그것은 스타로서 대단히 멋진 일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그는 앞서 언급한 요소들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줄 몰랐으리라 상정할 수 있는 아티스트가 아니다. 그가 오해와 진실 사이에서 어떤 줄타기를 보여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나치즘은 ‘제법 민감한’ 소재가 아니다. 세계적 재벌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시대니까 말이다.
색안경 낀 대중과의 투쟁에 지드래곤은 익숙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가 혹시 나치인가” 하는 질문에 “아니요”라는 결론이 나와도, “지드래곤은 나치 정도의 소재를 화제성으로 써먹는 인물인가”라는 질문이 이어질 것이다. 팬들도 피 말리는 투쟁에 말려들게 될 테다. 팬과 아티스트의 건강, 그리고 초인적 자기 재창조의 결과물로 천명된 작품의 가치가 행여 그런 식으로 소모된다면 너무 아까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