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롱고로’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먼저 분화구 주변에 사는 마사이족이 소를 많이 키우는데 그 소들 목에 걸린 방울 소리가 ‘응고롱고로’ 하고 울려서라는 설, 그리고 소 울음소리 자체가 ‘응고롱고롱고롱고’라는 설, 마지막으로는 분화구 모양이 소 방울(워낭)을 뒤집어 놓은 것 같아서라는 설이 전해진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31배에 달하는 응고롱고로는 지상낙원 그 자체다. [GettyImages]](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e/ab/15/67aeab15215ad2738276.jpg)
서울 여의도 면적의 31배에 달하는 응고롱고로는 지상낙원 그 자체다. [GettyImages]
선선한 기후와 1년 내내 푸른 초원
원래 이곳은 탄자니아 전사 마사이족의 땅이었다. 17세기 중반 동아프리카에 정착한 마사이족은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전사로 명성을 떨치며 영토를 확보했다. 하지만 20세기 초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를 식민지화하면서 비옥한 땅에서 쫓겨나 케냐 남부와 탄자니아 보호구역에 갇혀 살게 됐다. 마사이족은 지금도 이 지역에서 소와 양을 기르는 목축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으며, 맹수로부터 가축을 보호하고자 긴 장대와 창을 늘 몸에 지니고 다닌다. 마사이족의 생활 모습이 궁금하다면 분화구 주변 보마마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 정중앙에는 응고롱고로 생태계를 유지되게 해주는 마카투 호수가 있다. 이곳 호수에는 세렝게티에서는 볼 수 없는 플라밍고(홍학)가 서식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서 비행기를 따라 하늘을 날던 바로 그 플라밍고다. 분홍빛 새들이 우아하게 떼를 지어 날아오르는 모습은 이방인의 눈을 황홀하게 한다. 마카투 호수는 건기가 찾아오는 4~10월에도 항상 물이 고여 있어 동물들에게 그야말로 오아시스가 돼준다.
응고롱고로는 건기가 되면 황무지로 변하는 세렝게티와 달리 건기와 우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선선한 기후와 일 년 내내 푸른 초원이 있어 동물에겐 에덴동산과도 같다. 사시사철 살기 좋으니 아프리카에서 포유류 밀도가 가장 높다. 사자부터 얼룩말까지 대략 3만 마리 동물이 부대끼며 살고 있다. 끝없이 펼쳐진 사바나 대초원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야생동물. 응고롱고로에서 보내는 하루는 대자연의 광활함과 야생동물의 생명력 앞에서 꿈같으면서도 생생한 현실을 만나는 시간이다.
3만여 동물이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
![600m 높이 산들이 사방에서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응고롱고로 분화구. [GettyImages]](https://dimg.donga.com/a/700/0/90/5/ugc/CDB/WEEKLY/Article/67/ae/ab/3f/67aeab3f0dc4d2738276.jpg)
600m 높이 산들이 사방에서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응고롱고로 분화구. [GettyImages]
사파리 지프를 타고 험한 길을 뒤뚱뒤뚱 조심스럽게 내려가니 600m 높이 산들이 사방에서 분지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야생동물을 만나는 ‘게임 드라이브’는 사파리 투어의 재미 중 하나다. 게임 드라이브는 동물 사냥에서 유래했으며, 스와힐리어로 ‘무언가를 배운다’는 뜻의 ‘사파리’는 지금은 동물을 보는 여행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분화구 평지 지역에는 일단 야생동물이 가득하다. 빅5는 물론 품바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멧돼지부터 얼룩말, 가젤, 누, 하마, 타조, 하이에나, 자칼 등 동아프리카에서 살아가는 거의 모든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정말 운이 좋으면 BBC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조물주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대규모 누 떼도 볼 수 있다. 대평원 안에서도 이따금 차가 막힌다. 이것은 무척 좋은 신호다. 만나기 어려운 동물, 주로 빅5 중 하나가 나타났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응고롱고로에서 숙박은 캠핑과 로지(산장·오두막) 중 선택할 수 있다. 낯선 동물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야생의 땅에서 뒤척이며 밤을 새우는 캠핑도 좋고, 문을 열면 바로 초원이 펼쳐지는 로지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인생에 다시없을 시간이 될 것이다.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 흔적이라곤 없는 드넓은 초원, 고요하고 평화로운 까만 밤은 하늘 가득 수놓은 빛나는 별과 은하수처럼 우리 가슴 한편에 영원한 잔상을 남길 테니까.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