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택의 ‘옮겨진 산수-유람기’.
이런 맥락 속에서 대안공간 루프의 기획전 ‘오리엔탈 메타포’는 어떤 은유 또는 상징성을 갖는가?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한·중·일 동아시아 3국의 현대미술 작가들이다. 여기에 근대 역사에서 등장한 대만이 중국의 맥락에 포함된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 성향을 보면, 공통적으로 소위 ‘전통’이라고 불릴 수 있는 고대의 작품들을 참조하거나 패러디, 차용하는 일종의 포스트모더니즘의 전형적인 키치적 양상을 갖고 있다. 가령 중국 작가 왕마이는 고전적 인물화 형식에 고대 그림들에 쓰인 제발문(題跋文), 인장(印章) 형식(작품성을 보장하거나 소장하는 사람의 증명)도 차용한다. 또 다른 작가들은 고대 작품들의 소재, 특성이나 표현기법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쇳가루, 사진, 펜화, 다양한 매체 등을 통해 표현한다.
이는 전통을 패러디함으로써 ‘전통성’의 이데올로기를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유머와 위트를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그려내는 것 같다. 여기에는 ‘동양’ 혹은 ‘전통’에 대한 비판과 수용, 승계 등 갖가지 차원이 도입된다. ‘오리엔탈 메타포’는 이렇듯 한편으로는 ‘동양’을 승계와 비판에 근거해 재해석하고 주체화하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리엔탈 메타포’뿐만 아니라 현대의 ‘동양’을 화두로 하는 많은 작업들은 ‘동양주의’와 ‘식민주의’의 경계에서 부유할 수밖에 없다. 또한 키치성이라는 현대적 관람 경향과 상품성이라는 타자의 관점에서 대상화되는 시선의 맥락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속에서 ‘오리엔탈 메타포’는 어느 정도 ‘동양’ 또는 ‘전통’에 대해 긍정성을 부여한다. 참여 작가들의 작품이 유희적이고 유머러스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동양’이라는 메타포가 어느 지점으로 회귀할 것인지, 현대 속의 어떤 특정한 감각 층위를 개발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2월22일까지, 대안공간 루프, 02-3141-1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