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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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배우들, 티켓파워 정말 있는 걸까

  •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 기자 socio94@cbs.co.kr

    입력2007-01-08 1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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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배우들, 티켓파워 정말 있는 걸까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 ‘무극’, ‘그해 여름’ ‘국경의 남쪽’(위부터).

    이병헌과 수애를 주인공에 캐스팅했다면(영화 ‘그해 여름’) ‘이미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이라고 즐겁게 떠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자기가 출연한 영화의 홍보까지 책임지는 차승원(영화 ‘국경의 남쪽’)을 캐스팅했다면 제작에서 홍보까지 안심할 수 있지 않을까? 장동건이라는 대단한 스타를 캐스팅하고 중국의 그 유명한 첸카이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면(영화 ‘무극’) 이 영화는 일단 ‘된다’고 확신할 수 있지 않을까? 멜로의 대표주자 한석규(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나 최지우(영화 ‘연리지’)에게 멜로영화의 시나리오를 줘서 출연을 수락받았다면, 당신이 감독일 경우 제2의 ‘8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에 벅차오르지 않을까?

    위에 언급된 배우들은 모두 대한민국에서 대단한 흥행력을 갖고 있는 이른바 ‘티켓파워’ 랭킹 10위권 내의 배우들이다. 캐스팅이 작품 성공 여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들을 잡았다는 것은 일단 어느 정도 ‘성공 백지수표’를 보장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들은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렸을까?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짐 캐리라 불리는 차승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멜로 ‘국경의 남쪽’은 70억원이나 들였지만 관객 50만명에도 못 미치는 대참패를 당했다. 차승원의 몸을 던진 마케팅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은 것이다.

    한류스타로 언제나 1순위 캐스팅 후보인 장동건이 중국, 일본과 합작한 프로젝트 판타지 영화 ‘무극’ 역시 참패로 끝났다. 심지어 영화계에서는 일본에 한류 작품을 수출하는 전선에 ‘무극’이 가져다준 가격 디스카운트를 우려할 정도였다.

    ‘연리지’(30만명), ‘그해 여름’(30만명)도 망신을 당했다.



    드라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얼짱’ 출신 김옥빈과 청춘스타 지현우를 캐스팅한 뮤직드라마 ‘오버 더 레인보우’(MBC)나 엄태웅 김민정 이성재를 투입한 ‘천국보다 낯선’(SBS) 같은 드라마는 한 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의 관객들이 작품의 질보다 ‘누가 출연하느냐’에 더 관심 있다는 선입견이 잘못됐음을 보여준 결과다.

    이 분야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의 생각도 이와 비슷했다. 지난해 한 영화잡지사가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제작자나 감독 등 영화계 실무자들은 스타의 티켓파워를 무시하지 못하면서도 결국 흥행은 ‘탄탄한 시나리오’가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드라마 역시 완성도 높은 극본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방송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사정에도 여전히 스타 마케팅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쉽게 판을 쓸어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인지도 높고 주가가 최고인 스타의 출연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갖가지 화제와 대중의 집중 효과를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50%를 넘은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KBS의 ‘별난 여자 별난 남자’ ‘소문난 칠공주’는 분명 화려한 스타파워를 가진 드라마는 아니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한혜진과 강지환은 무명에 가까웠다. 영화 ‘달콤살벌한 연인’의 박용우와 최강희는 제작비의 영세함만큼이나 기대를 높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은 빛나는 성공을 거뒀다.

    정우성 김태희 같은 환상의 커플을 투입하더라도 영화의 내용을 이루는 드라마가 빈약하다면 관객은 그렇게 쉽게 지갑에서 7000원을 꺼내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다. 배우의 티켓파워를 생각하기 전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전작업이 좀더 진지했으면 좋겠다는 것은 현장을 사랑하는 스태프들만의 바람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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