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호는 지금까지 멜로드라마만을 만들어왔다. 그의 작품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따로 또 같이’ ‘나의 새 남자친구’는 설정만 본다면 가장 통속적인 드라마다. 그러나 허진호는 시한부 인생, 실연, 삼각관계, 이별과 같은 뻔한 소재들을 깔끔하게 다듬어 ‘예술영화’ 느낌이 나는 고급스러운 주류 영화로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얄팍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는 그가 정련 과정에서 이 익숙한 주제와 소재에 새로운 깊이와 무게를 부여할 줄 안다는 뜻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가 단순히 번지르르하게 광만 낸 통속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신작 ‘외출’은 거기에서 살짝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외출’은 불륜에 대한 영화다. 인수(배용준)의 아내와 서영(손예진)의 남편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입원한다. 배용준과 손예진은 배우자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분노하고 고통받다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진다. 허진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신뢰했지만 배신당하고 그로 인해 분노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하면서 비로소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외출’에서 허진호는 그가 이전부터 해왔던 공식을 반복하고 있다. 뻔한 멜로드라마 소재를 택하고 너무 안전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뒤, 잘 다듬어지고 차분한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는 잘 만들긴 했다. 멜로드라마의 소재는 과장 없이 잘 다듬어졌고, 배우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 전체적으로 영화는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인다.
그러나 ‘외출’엔 허진호의 이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무언가가 없다. 윤진서를 주연으로 찍은 단편영화 ‘나의 새 남자친구’나 ‘따로 또 같이’가 오히려 ‘외출’보다 꽉 차 보인다. ‘외출’은 어딘지 모르게 비어 보인다. 허진호 영화에 익숙한 팬들에게도 ‘외출’의 체감 러닝타임은 실제 러닝타임보다 길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에서 허진호는 자신의 무기에 발목이 잡혀버린 것 같다. 담담하고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영화를 찍다 보니 설정에 들어 있는 통속적이고 강렬한 드라마까지 날려버리는 것이다. 배용준과 손예진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설정에 비해 너무 결백하고 착해서 오히려 믿음이 안 간다. 배용준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완벽하게 다듬은 상체를 보여주는 베드신은, 그래서 오히려 불편하다.
영화는 진실을 담기엔 지나치게 예쁘고 깔끔하다. 어떨 때는 그냥 통속적으로 나가는 게 더 진솔할 수도 있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통속적으로 다루는 건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나 ‘봄날은 간다’가 단순히 번지르르하게 광만 낸 통속극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유감스럽게도 그의 신작 ‘외출’은 거기에서 살짝 벗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외출’은 불륜에 대한 영화다. 인수(배용준)의 아내와 서영(손예진)의 남편은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입원한다. 배용준과 손예진은 배우자의 배신을 알아차리고 분노하고 고통받다가 결국 서로 사랑에 빠진다. 허진호의 말을 빌리자면, 이 영화는 “신뢰했지만 배신당하고 그로 인해 분노하고, 그리고 다시 사랑을 하면서 비로소 이해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외출’에서 허진호는 그가 이전부터 해왔던 공식을 반복하고 있다. 뻔한 멜로드라마 소재를 택하고 너무 안전해서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배우들을 캐스팅한 뒤, 잘 다듬어지고 차분한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이번에도 그는 잘 만들긴 했다. 멜로드라마의 소재는 과장 없이 잘 다듬어졌고, 배우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어 전체적으로 영화는 고급스럽고 세련돼 보인다.
그러나 ‘외출’엔 허진호의 이전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무언가가 없다. 윤진서를 주연으로 찍은 단편영화 ‘나의 새 남자친구’나 ‘따로 또 같이’가 오히려 ‘외출’보다 꽉 차 보인다. ‘외출’은 어딘지 모르게 비어 보인다. 허진호 영화에 익숙한 팬들에게도 ‘외출’의 체감 러닝타임은 실제 러닝타임보다 길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이 영화에서 허진호는 자신의 무기에 발목이 잡혀버린 것 같다. 담담하고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영화를 찍다 보니 설정에 들어 있는 통속적이고 강렬한 드라마까지 날려버리는 것이다. 배용준과 손예진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만 설정에 비해 너무 결백하고 착해서 오히려 믿음이 안 간다. 배용준이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완벽하게 다듬은 상체를 보여주는 베드신은, 그래서 오히려 불편하다.
영화는 진실을 담기엔 지나치게 예쁘고 깔끔하다. 어떨 때는 그냥 통속적으로 나가는 게 더 진솔할 수도 있다. 통속적인 이야기를 통속적으로 다루는 건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