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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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중대선거구제 ‘짝사랑’

“지역구도 해소할 수만 있다면” … 한나라당 거부감 커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08-31 14: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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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중대선거구제 ‘짝사랑’

    KBS 특집토론회 국민과의 대화에 출연한 노무현 대통령.

    연정 제안에는 음모가 없으며 (한나라당이) 연정을 받아들이기 싫으면 분열 구도 극복을 위한 정치 협상이라도 하고, 연정이 위헌이면 선거제도에 대한 협상을 하자는 것이 한나라당에 대한 요구다.”

    노무현 대통령이 8월25일 밤 KBS1 TV ‘국민과의 대화-참여정부 2년 6개월, 대통령에게 듣는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의 ‘대연정’ 제안과 관련해 설명한 내용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연정 제안의 진정성을 강조하려는 듯 “권력을 통째로 내놓는 것도 검토해보겠다”고 강조했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대통령의 권력을 그렇게 함부로 생각하지 말라”(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거나 “대통령이길 포기한 발언”(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이라는 반응이 되돌아왔을 뿐이다.

    물론 정치학계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친노’ 성향으로 분류되는 고려대 임혁백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권력을 분점하는 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정치사에서는 연정이 낯설기는 하지만 현 단계에서 한번쯤 시도해볼 만한 구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정치학자들 가운데서도 노 대통령의 거듭되는 연정 제안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정치개혁연구실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지금은 열린우리당이 과반수에 미달되긴 하지만 여전히 원내 제1당이기 때문에 여당답게 행동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역구도를 제도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 때문이다.



    정치학계도 “중대선거구제 효과 없을 것”

    그렇다면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해소를 위해 바람직스러운 선거구제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꼽는다. 중대선거구제란 한 지역구에 한 명의 당선자만 내는 현행 소선거구제와 달리 2인 이상의 당선자를 뽑는 제도다. 따라서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을 싹쓸이하는 현재와 같은 선거 결과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7월28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굳이 중대선거구제가 아니라도 좋다”면서 “어떤 선거구제이든 지역구도를 해소할 수만 있다면 합의가 가능하다”고 말해 중대선거구제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여권에서는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여전히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온다.

    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중대선거구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한나라당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이런 거부감은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다면 영남 등지에서 기득권을 상실하는 반면, 열세인 호남 등지에서는 얻을 게 거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장도 한나라당의 이런 반발을 의식한 듯 8월4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당원에게 보내는 글’에서 “우리당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만 선거구제도는 여야 합의 없이 통과된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야당과 진지하게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치학계에서는 중대선거구제가 지역구도 극복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통령직인수위에 참여했던 한 정치학자는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인수위에 참여한 정치학자들과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토론에서 정치학자들이 ‘중대선거구제는 실패한 제도이며, 실제로 지역구도 극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자 ‘다들 반대하면 중대선거구제는 어렵겠네요’라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이 학자는 이어 “연정 제안에서 이처럼 논리적으로도 비약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으로부터 ‘음모론’ 등이 제기된다”면서 “노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겸허하게 귀 기울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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