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
그러나 이런 검찰의 태도에 대해 김 전 회장과 측근들은 마뜩지 않은 표정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의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것이 측근들의 전언이다. 김 전 회장 측은 검찰 수사 종결과 관계없이 대우그룹 해체 과정과 김 전 회장의 역할을 조명할 방법을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그 방법의 일환으로 ‘청문회’를 거론했다. 이 측근이 청문회를 거론하는 것은 김 전 회장의 의지와 상당 부분 맥이 닿아 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병실을 찾는 지인들과 변호인들에게 “차라리 청문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토로했다고 한다.
대우와 연관 있는 기업인들 구명 호소
김 전 회장이 청문회 개최를 주장한 것은 검찰 수사가 부당하다거나 편파적이어서는 아니라고 한다. 김 전 회장 측은 일방적 의사구조와 수사 시나리오에 따라 김 전 회장의 과거가 재단되는 것에 일정한 반발을 보인다. 또 범죄 사실 확인에만 급급한 검찰에 대한 반감도 없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6월 귀국 당시 이미 검찰의 일방통행은 각오했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이 청문회를 거론하는 것은 이런 수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민들에게 당시 상황을 직접 알리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검찰 수사와 별개로 국민들에게 당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경제연구소장을 지낸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의 설명이다.
“문제는 범죄 사실뿐만 아니라 외환위기 배경과 김대중(DJ) 정권의 대우그룹 처리 과정, 국민경제 외국자본 종속 등에 대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은 범죄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대우 해체의 총체적 진실을 조명하는 데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비록 어렵더라도 IMF 체제 아래의 국가경제, 김 전 회장과 대우가 처한 현실 등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직접 소견을 밝히겠다는 것이 청문회 개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밝힐 게 많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김 전 회장의 측근들도 김 전 회장 지원사격에 한창이다. 이한구 의원 등은 언론을 통해 지원사격에 나섰다. 그는 8월2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IMF 체제 속에서 터진 대우 사태는 김 씨의 과오보다 당시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김 씨의 억울함을 강조했다. 과거 대우그룹의 하청업체로 활동 했던 기업인들도 최근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 김 전 회장에 대한 재판부의 선처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과거 대우그룹의 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도 비슷한 내용의 탄원서를 재판부에 전달, 김우중 구하기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은 건강이 좋지 못하다. 현재까지 네댓 차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 8월15일 병실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났던 한 측근은 “심장이 매우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혈관이다. 3개의 심장 혈관 가운데 2개가 제 기능을 못해 수술이 불가피하다. 수술을 할 경우 재판과 청문회는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김 전 회장은 과연 이런 아픈 몸을 이끌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에 나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