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이 열연한 영화 ‘패왕별희’의 인상이 강렬했던 탓인지 우리는 중국의 전통연극 하면 반사적으로 진한 분장을 한 경극 배우를 떠올린다. 그러나 경극은 베이징 지방의 전통극일 뿐, 중국 전통연극의 전부는 아니다. 중국에는 경극을 비롯해 무려 400여종이 넘는 전통연극이 있다. 넓은 땅덩어리에 다양한 방언이 이 같은 지방극의 융성을 낳았다고 한다.
지난 6월4일부터 9일까지 서울과 수원에서 공연된 ‘진쯔’(金子)는 이 많은 중국의 연극 중 쓰촨(四川) 지방의 전통극인 천극(川劇)이다. 명나라 초기에 발생해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극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주연배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변검’, 입에서 불을 토하는 묘기인 ‘토화’, 뽑아든 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도’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천극 고유의 기술은 중국의 2급 국가기밀로 지정되어 전수자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남자 전수자만 배울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여자 전수자도 생겨났다”고 ‘진쯔’ 공연을 위해 내한한 중경시천극원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에서 연극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동국대 강춘애 교수(연극영화)는 “천극은 중국의 고대 서커스의 한 유형을 보여준다. 변검과 같은 묘기는 고대 중국의 서커스 묘기인데 중세 이후 이 같은 부분이 연극 속으로 흡수되었다”며 천극의 변천과정을 설명했다.
마술 같은 묘기를 보여준다는 언론의 보도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 6월4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진쯔’의 서울공연은 적잖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월드컵 한국-폴란드전이 열렸던 4일 저녁에도 4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대학로의 다른 공연에 비해 중년의 관객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배우가 입에서 불을 뿜고 칼이 사라지는 마술적인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진쯔’ 공연은 약간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진쯔’는 전통 천극이 아니라 중국의 희곡작가인 초우위(曺禹)의 희곡 ‘원야’(原野)를 천극 양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변검이나 장도 같은 기술은 극의 후반에 두어 번 등장하는 데 그쳤다. 그보다는 첼로 등 서양악기와 중국의 전통악기가 섞인 악단의 역동적이고 빠른 연주,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과 머리장식 등이 볼거리였다.
‘진쯔’의 내용은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다. 여주인공 진쯔는 악독한 시어머니와 착하지만 무능한 남편 따싱 사이에서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쯔의 옛 애인인 처우후가 이들의 집을 찾아오면서 파란이 인다. 이미 세상을 떠난 따싱의 아버지 엔왕이 처우후에게 누명을 씌워 10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시켰던 것. 처우후는 옛 친구지만 원수의 아들인 따싱을 살해하고 진쯔와 도망치던 중 부상을 당해 자살한다. 남편과 애인을 모두 잃은 진쯔는 비탄에 잠긴 채 혼자 길을 떠난다.
천극의 공연양식은 여러모로 서양의 오페라 코믹과 흡사했다. 대사와 노래가 엇갈려 등장하고 주연배우들의 몸동작은 연기보다는 춤에 가까웠다. 특이한 것은 ‘빵치앙’(幇腔)이라 불리는 무대 뒤의 코러스. 이들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독백과 같은 형식으로 노래하며 극을 이끌었다. 동양의 전통연극 속에서 고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흡사한 부분을 발견한 것은 적잖이 흥미로웠다.
또 경극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몸동작과 중국어 특유의 리듬감은 곳곳에서 객석의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처우후는 머리에 권총을 쏘아 자살하는 장면에서도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고서야 쓰러진다. 한 중년의 여성 관객은 “극의 내용은 완전한 비극인데 장면 장면을 보면 왠지 우습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모두 노래와 연기, 무용에서 고른 기량을 보여주었다. 특히 진쯔 역을 맡은 주연배우 센티엔메이는 강렬하고도 꽉 찬 느낌의 노래를 들려주어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센티엔메이의 노래가 끝나면 마치 오페라 아리아를 들은 때처럼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장을 찾은 한 남성 관객은 “우리 전통극과는 공연 방식이 많이 다르지만 장엄하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진쯔의 연기는 멋졌다”고 말했다.
중경시천극원측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천극 경극 월극 등 전통 지방극을 보존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근래에는 대학생 등 젊은 관객의 수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낯설지만 흥미로웠던 ‘진쯔’의 공연은 우리 국악의 현대화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6월4일부터 9일까지 서울과 수원에서 공연된 ‘진쯔’(金子)는 이 많은 중국의 연극 중 쓰촨(四川) 지방의 전통극인 천극(川劇)이다. 명나라 초기에 발생해 300년 정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천극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그중 주연배우의 얼굴이 순식간에 변화하는 ‘변검’, 입에서 불을 토하는 묘기인 ‘토화’, 뽑아든 칼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장도’ 같은 기술이 대표적이다.
천극 고유의 기술은 중국의 2급 국가기밀로 지정되어 전수자만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남자 전수자만 배울 수 있었지만 근래에는 여자 전수자도 생겨났다”고 ‘진쯔’ 공연을 위해 내한한 중경시천극원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에서 연극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은 동국대 강춘애 교수(연극영화)는 “천극은 중국의 고대 서커스의 한 유형을 보여준다. 변검과 같은 묘기는 고대 중국의 서커스 묘기인데 중세 이후 이 같은 부분이 연극 속으로 흡수되었다”며 천극의 변천과정을 설명했다.
마술 같은 묘기를 보여준다는 언론의 보도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지 6월4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진쯔’의 서울공연은 적잖은 관객을 불러모았다. 월드컵 한국-폴란드전이 열렸던 4일 저녁에도 400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고 한다. 대학로의 다른 공연에 비해 중년의 관객이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배우가 입에서 불을 뿜고 칼이 사라지는 마술적인 볼거리를 기대했다면 ‘진쯔’ 공연은 약간 실망스러웠을지도 모른다. ‘진쯔’는 전통 천극이 아니라 중국의 희곡작가인 초우위(曺禹)의 희곡 ‘원야’(原野)를 천극 양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변검이나 장도 같은 기술은 극의 후반에 두어 번 등장하는 데 그쳤다. 그보다는 첼로 등 서양악기와 중국의 전통악기가 섞인 악단의 역동적이고 빠른 연주,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과 머리장식 등이 볼거리였다.
‘진쯔’의 내용은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다. 여주인공 진쯔는 악독한 시어머니와 착하지만 무능한 남편 따싱 사이에서 애정 없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진쯔의 옛 애인인 처우후가 이들의 집을 찾아오면서 파란이 인다. 이미 세상을 떠난 따싱의 아버지 엔왕이 처우후에게 누명을 씌워 10년 동안이나 옥살이를 시켰던 것. 처우후는 옛 친구지만 원수의 아들인 따싱을 살해하고 진쯔와 도망치던 중 부상을 당해 자살한다. 남편과 애인을 모두 잃은 진쯔는 비탄에 잠긴 채 혼자 길을 떠난다.
천극의 공연양식은 여러모로 서양의 오페라 코믹과 흡사했다. 대사와 노래가 엇갈려 등장하고 주연배우들의 몸동작은 연기보다는 춤에 가까웠다. 특이한 것은 ‘빵치앙’(幇腔)이라 불리는 무대 뒤의 코러스. 이들은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독백과 같은 형식으로 노래하며 극을 이끌었다. 동양의 전통연극 속에서 고대 그리스 비극의 코러스와 흡사한 부분을 발견한 것은 적잖이 흥미로웠다.
또 경극과 마찬가지로 과장된 몸동작과 중국어 특유의 리듬감은 곳곳에서 객석의 실소를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남자 주인공인 처우후는 머리에 권총을 쏘아 자살하는 장면에서도 한 바퀴 공중제비를 돌고서야 쓰러진다. 한 중년의 여성 관객은 “극의 내용은 완전한 비극인데 장면 장면을 보면 왠지 우습다”고 말했다.
배우들은 모두 노래와 연기, 무용에서 고른 기량을 보여주었다. 특히 진쯔 역을 맡은 주연배우 센티엔메이는 강렬하고도 꽉 찬 느낌의 노래를 들려주어 객석의 환호를 받았다. 센티엔메이의 노래가 끝나면 마치 오페라 아리아를 들은 때처럼 박수가 쏟아졌다. 공연장을 찾은 한 남성 관객은 “우리 전통극과는 공연 방식이 많이 다르지만 장엄하고 감동적이었다. 특히 진쯔의 연기는 멋졌다”고 말했다.
중경시천극원측의 설명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천극 경극 월극 등 전통 지방극을 보존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근래에는 대학생 등 젊은 관객의 수도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낯설지만 흥미로웠던 ‘진쯔’의 공연은 우리 국악의 현대화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